줄곧 나의 발목을 잡던.
돌이켜 보면 인생의 굽이 굽이에서 내 발목을 잡았던 건 다름 아닌 나의 고집이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고집은 누구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다.
신념이라든가 심지라고 포장할 수도 있을 텐데 내가 굳이 '고집'이라고 한 이유는
그 선택에 대한 확신을 잃고도 중간에 그만 둘 수 없다는 바보 같은 집념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괴롭혔기 때문이다.
작게는 잠옷- 어릴 때 공주가 나오는 동화를 너무 자주 읽은 부작용으로 레이스와 프릴이 과도하게 달린 잠옷에 꽂혔다. 레이스는 바스락거릴 테고 소재가 신축성이 없어서 목이 졸리고 불편할 거라고 엄마가 100번 말리셨지만 나의 고집이란. 그러나 나의 진짜 고집은 그때부터 발휘되었다. 내가 잠옷을 잘못 골랐다는 점, 그러니까 나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매일 밤 그 불편한 옷을 입고 잠이 들었다. 목은 프릴에 쓸려 벌겋게 부풀어 올랐고 레이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중간중간 깨는 건 물론이고 여름이었는데 통풍이 안돼 등에는 땀띠가 잔뜩 났다. 보다 못한 엄마가 잠옷을 몰래 갖다 버리면서 그 고행은 끝이 났다.-으로 시작해서 크게는 진로문제까지 나의 고집으로 제일 괴로워지는 건 단연 나였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고집은, 단연 사람에 대한 고집이다.
그 사람을 잘 알기도 전에, 좋은 사람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려버리고
어느새 못 견디게 좋아하게 되어버리면 그 이후에 알게 되는 그 사람의 실망스러운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편한 잠옷을 꾸역꾸역 입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여섯 살 꼬마가 되어 나의 선택을 저버릴 수 없단 이유만으로 고집을 부린다.
나의 선택이 틀릴 수도 있다, 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이제, 다행히도, 그나마 내공이 쌓인 탓인지 선택이 틀렸다는 걸 자각하는 것도, 깨닫는 순간 놓는 것도 빨라졌다.
한 번 놓으면, 다신 돌아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