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랑의 그림자

우리 사랑에 드리워지지 않도록

by Sundaymorning
경민(김하늘)이 자신의 사랑니를 중현(이성재)에게 내민다.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 잃어버리지 마요."
"이거, 껌같이 생겼다."
"뭐예요?" 경민이 툭 치는 바람에 중현은 사랑니를 시뻘건 숯불 속으로 떨어뜨리고 마는데... 중현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으로 불구덩이에 손을 넣어 그 사랑니를 꺼낸다.
그리고 기껏 한다는 말이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했네."

영화 '빙우'의 한 장면이다.


불의 뜨거움 따윈 아랑곳없어지는 게
앞뒤 잴 겨를 없이 손부터 뻗는 저런 게
사랑, 아닌가?



사랑은 시험에 들게 하지 아니 하는 거라고 했으나,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상대를 시험하고 싶어 진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걸까,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도 그런 걸까?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는 그의 행동이 가장 사랑의 본질에 가깝다고 한다면 때로 우리에게 닥치는 이유 없는 재난은 우리가 은밀히 갈망하고 있었던 사랑을 시험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약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고 나 하나 지켜내기도 힘든 나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사랑에 매달리게 된 것 아닌가? 사랑은, 때로 기적을 빚어내고 사랑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초인적인 일도 가능케 하는 사랑은, 그렇게 위대한 것 아니었던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곧잘, 우리가 동경하는 이런 사랑의 위대함이 우연한 계기로, 어렵지 않게 증명되곤 한다. 그렇게 대단히 아름답고 로맨틱한 영화를 함께 보고 나온 연인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 대단한 사랑에 비하면, 현실의 사랑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랑이라고 다 위대한가 하면 그건 아니잖아. 사람이 죄다 훌륭하진 않은 것처럼. 망설이는 것도 사랑이고 주저하는 것도 사랑이고 못난 모습 보이는 게 싫어서 아직 뜨거운 가슴 안고 못나게 뒤돌아서는 것도 사랑이고 상대를 위함보다는 결국 나를 위함이 많았음을 헤어지고 나서야 깨닫고 절절히 후회하며 가슴을 치는 것도 뒤늦은 사랑이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랑이고 시간 지나 열이 식고 무던히 오래가는 것도 사랑이지.


그러니 너무, 서로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자. 남의 사랑과 비교하지 말고, 위대한 사랑에 주눅 들지 말고. 그냥 우리가 하는 우리식의, 우리만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면 되잖아. 사랑은 둘만의 스토리이자, 함께 써 나가는 히스토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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