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게 될 때.
친구들과는 굳이 노력을 할 필요도 없지만
아직 그다지 친밀한 사이까지는 아닌 지인들과 나누게 되는 알맹이 없는 대화가 지겨울 때가 있다.
겉도는 대화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내쪽에서 덤덤하게, 항상 하던 사교 목적의 대화보다
한 단계쯤 더 내밀한 주제를 던진다.
가끔은 별 기대 없이 던지기도 하는데
내가 그렇게 은밀한 나의 패를 하나 뒤집어 보여줬을 때
자신의 것 역시 오픈해오며 전보다 깊어진 대화를 기쁘게 이어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곧 내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들이 서둘러 가벼운 대화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면 그들이 원하는 거리는 거기까지 이므로 적정선을 유지해줘야 한다.
가끔 그런 겉도는 대화가 주를 이루는 모임에 나가게 되면 그 판을 엎을만한 한 문장을 궁리만 하다가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해?"란 소리나 듣고 터덜터덜 돌아온다.
"그래서 제가 그런 알 수 없는 종류의 '친목'모임을 싫어합니다."
겉도는 건 그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사실은 나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