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좋은 세무 사무소를 고르는 5가지 기준
스타트업을 하다보면 생존과 성장에 집중하느라 놓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있어 세무/노무/법무 등이 그 놓치는 단골이다.
그리고 막상 알아보려고 해도 어디가 좋은지 잘 모르고, 소개를 받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체크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에어비앤비처럼 리뷰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러다보니 우리도 그저 어떤 자리에서 원데이 클래스로 세무 강의 온 세무사무소의 세무사님께 우리 회사의 세무를 그냥 맡겨버렸고, 그렇게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조금씩 재무/회계 감각이 생기고 언어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의 수년간의 세무 기록들이 완전하게 엉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불편했던 것들이 폭발했다.
이제는 진짜 제대로 된 세무사무소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1-2개월 정도를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후보 리스트를 만들고, 기준에 맞춰 추리는 과정을 통해 최고의 세무사무소를 찾았고, 리뷰 별점을 줄 수 있다면 별 5개 만점에 10개를 주고 싶은 곳을 찾았다.
이런 좋은 세무사무소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이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이관 절차, 부가세 신고, 법인세 신고 등 다양한 프로세스들을 다 겪어보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함께한지 1년여가 된 지금, 여전히 별점은 5개 만점에 10개다.
이 글은 스타트업을 하는 많은 열정적인 사업가들이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리한 것으로, 결코 광고가 아니며, 우리와는 잘 맞았지만 모든 스타트업에게 다 최고인 세무사무소는 아닐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에게 잘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스타트업은 매일 매일 일이 벌어지고 수습하고 해결하고 체크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특히나 세무와 연결된 대표나 임원은 미팅도 많고 신경쓸게 많다. 또 세무 관련한 일은 기존 기록이나 파일들을 보면서 얘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의 기존 사무소에서는 자꾸 전화로 일처리를 하려고 하는 통에 "제발 메일로 좀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회신드릴게요"라는 말을 수십번을 했던 것 같다. 전화로 하면 빨리 해결되는 경우들도 많지만 그만큼 기록에 남지 않아 나중에 상호 혼동하는 경우도 많았고 깜빡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업무 효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메일이나 슬랙, 카톡 등 디지털 업무 툴을 사용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부가세 신고, 법인세 신고, 지방세 납부 등 여러가지 경우에 있어서 미리 자료를 드려도 항상 신고/납부 마감에 임박해서 급하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요청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급한 건이라 급하게 처리하려 기존 업무를 중지시키고 그걸 진행하면 업무 리듬이 깨질 뿐만 아니라 보통 세무적인 것들은 다 액티브X와 관련된게 많아서 사소한 업무에도 피로감이 매우 높다.
더욱이, 그렇게 물어보는 것들을 한번에 다 정리해서 알려주면 그나마 괜찮은데, 자기들이 정리하다가 발생하는 건별로 전화해서 물어보는 통에 항상 세무 관련한 시즌에는 규칙적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곤 했다.
그래서 세운 두번째 기준은, 업무를 미리미리 일하고, 효율적으로 소통하기였다.
스타트업이 세무를 맡기는 세무사무소들 중 꽤 많은 세무사무소가 스타트업 전문이 아닌, 일반 중소 사업자 전문 세무사무소들이다. 여기서 중소 사업자라 함은, 우리 주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많은 소상공인 분들의 사업자를 이야기한다.(대부분 오프라인 비즈니스)
이런 사업자들과 스타트업의 사업의 외형과 내용은 무척이나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의 세무 지식으로 임하면 상호간의 질의응답이 매우매우 많고, 세무사무소의 수입은 월 10-30만원 사이의 금액으로 최대한 많은 사업자의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보니, 이런 질의응답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시간이 없다. 스타트업의 특별한 사업/비용 구조 등에 대한 특수성을 전통적인 세무 언어들에 맞춰서 처리해 버린다.
텐바이텐이나 아이디어스와 같은 플랫폼에 입점해서 제품을 파는 기본적인 모델의 경우에도, 수수료 등을 어디서 어떻게 떼는지, 수수료 전의 매출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수수료 후의 매출을 기준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지 등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창업 관련 정부 또는 민간 지원금이나 상금 등의 개념도 낯설어 했고, 심지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이해도 없어서 이 개념을 '전화로' 10분 넘게 설명했던 순간도 기억난다.
그래서 이번 세무사무소 선택에는 스타트업 경험이 많고, 실제로도 많은 수의 고객이 스타트업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혹시나 하여 말하지만, 많은 소상공인들의 사업과 비교하여 스타트업이 더 고결하다거나 수준이 높다거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저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기존 세무사무소와 함께 한 기록들을 살펴본 결과, 수년동안 임대료 항목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릉동에서 당산동(SK V1센터)으로 당산동에서 성수동(헤이그라운드)으로 이전 이전을 해오면서 임대료는 한번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내왔는데 재무제표에 임대료가 없었다.
왜 이렇게 했는지 캐묻지는 않았지만, 추측컨대, 세무 잘 모르는 젊은 청년이 사장이니 급한 때에는(매번 신고/납부 때마다 급했던 것 같다.) 세무적으로 아주 큰 문제가 아니라면 그냥 대충 아무 비용 항목 등에 때려 넣고 처리했던 것 같다. 몇번 부가세 신고, 법인세 신고 등을 거치면서 작성하는 결과물을 내가 잘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 그런 행태가 이어져도 된다는 마음을 품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세무사무소는 내 세무 지식 수준과 관계없이 솔직하고 정직하게 일처리를 해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한달 10-30만원이 세무 기장 비용이 사실 큰 돈은 아니다. 돈을 낸다고 왕 대접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작은 지출을 하더라도 가능하다면 우리를 귀하게 여겨주고 적극적으로 판매를 하려는 곳과 거래를 하고 싶은게 당연하다.
또한 스타트업이라면 고객을 모시기 위한 지점에서의 태도가 그 스타트업의 허슬을 볼 수 있는 창구다. 그렇기에 세무 사무소 자체도 스타트업의 기질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있다면 기존의 업무 관행에만 갇혀 있지 않고, 고객(스타트업)의 세무 관련 편의를 더 개선해 주려는 지속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고 몰입할 것이었다.
따라서, 세무 사무소 자체가 스타트업의 기질이 있기를 바랐다.
이렇게 세운 다섯 가지 기준이 어떻게 체크되고 최종적으로 발견한 세무사무소가 어디인지까지 이 글에서 다 쓰려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 내용은 2편으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