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꼬르동블루 티마스터 클래스 후기 2편

추천하지 않는 이유들

by sunday noon couch

앞서 1편에서는 르꼬르동블루의 티마스터 클래스 과정 소개와 해당 과정을 추천할 만한 이유 3가지를 적어보았다. 2편에서는 반대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들과 함께 개인적으로 권하는 종합 결론(그래서 들어? 말어?)을 정리해 보았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3가지인데, 사실 1번이 거의 90%를 차지한다고 보면 되어서, 시간이 없다면 첫번째 이유만 살펴보면 대강 이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용 구성상 칭찬은 없고 지적만 있는 부분이기에 다소 거칠 수 있으니, 감안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1.

강사 간 수준 편차와 중첩된 내용으로 인한 시간 낭비


앞서 1편에서 본 과정을 추천하는 첫번째 이유가 기본이 탄탄한 클래스라고 말했는데, 확실히 기본적인 컨텐츠가 좋고 실력이 뛰어난, 즉, 배움의 즐거움이 있고 존경할만한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김진평 강사님과 문기영 강사님을 제외한 나머지 강사진들에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 (차를 사업적으로 조망한 신은총 강사님 수업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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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면 차는 나물로 무쳐먹는 등 다양한 섭취 방법이 있지만 보통 차 라고 하면 물에 우려 마시거나 개어 마시는 게 보통이기에 물이 중요하긴 하다. 그래서 물의 성분과 종류들을 분석한 '워터 특강'이 포함된 배경은 이해가 된다. 실제로 다른 성분의 물을 비교 테이스팅하는 흥미로운 경험도 좋았다. 하지만 해당 강의는 물에 대한 원론 이야기였고, 정작 강사 본인도 어떤 차와 어떤 물을 조합해서 마시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전문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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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동안 원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차와 관련된 부분은 수십 페이지 강의안 중 딱 한장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다양한 차 종류를 고려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려 정리되어 있었고, 다른 차 수업에서의 지식들과도 충돌했다. 그럼 설명으로라도 많이 해주시려나 했는데 그 부분은 거의 5분만에 쓰여진 텍스트들을 읽고 넘어갈 정도로, 이게 과연 티 마스터 클래스에서 들을 물 강의가 맞나 싶었다.


111.jpg 70페이지가 넘는 강의안 중 차는 딱 한장. 설명은 차보다 커피를 훨씬 더 많이 하셨다. 필기한 건 강의 내용이 아닌 내 질문들이다.


강의를 하시다가 개인적인 에피소드로 새어나가는 순간이나, 지엽적인 내용에 너무 길게 시간을 쓰셔서, 12번의 귀한 수업 시간 중 하나가 날아가 버리는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실제 강의 교재를 봐도, 그냥 혼자 읽어도 1시간이면 될 내용인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차와도 관련없는 에피소드들을 붙혀서 3시간으로 늘려 만들어 버린 것 같이 느껴졌고, 이리 저리 산만하게 말씀하셔서 강의 전달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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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셋팅 수업의 경우, 강의 반 실습 반의 비중이었는데, 몇 박스씩이나 되는 소품들을 가져오시는 등 정말 애를 많이 써주시고 고생해 주셨지만, 그럼에도 제한된 것들만 가져올 수 밖에 없어서 실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어려웠다. 강의에서 다룬 테이블 셋팅 방법은 8가지 였지만 실제 실습은 2가지(많아도 3가지) 정도밖에는 구현할 수가 없었고, 심지어 젠(동양적) 스타일은 강의안도 잘못 나와 있는데다가 잘 몰라도 되는거라고 그냥 휙 넘어가기도 했다.(차 수업에서 젠 스타일을 그냥 넘어간다고??)


555.jpg 으음? ZEN?


블랜딩 수업의 경우, 일하신지도 오래 되셨고, 공유해주시는 여러 포트폴리오들이나 경험 이야기들로 추측하건대, 일단은 블랜딩에 대한 지식은 전문성이 있으실 거라 믿는다. 하지만 강의력이 너무나..지나치실 정도로 떨어지셨다. 스스로 만들어서 주신 강의안을 앞에 두고, 강의는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었다. 이 이야기를 하다가 저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또 다른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강의라기 보다는 만담회인가 싶을 정도였다.


666.jpg 이런 느낌이랄까


수업 듣다가 도저히 집중이 안되서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얘기는 못하고 '지금 어디 하시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강의안 페이지를 앞뒤로 뒤적이고 있어서 웃음을 간신히 참았던 기억이 난다. 강의가 시작한지 1시간이나 되었는데도 여전히 강의안은 강의 제목이 있는 첫번째 페이지에서 머물러 있었다.


777.jpg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실습에 필요한 향신료의 경우도 종류가 많지 않아서 사실상 블랜딩을 심도있게 하지는 못했다. 3시간 강의고, 운영하시는 스튜디오가 아니니 다 가져올 수 없는 한계가 있지 않는가 싶을 수도 있지만, 블랜딩 수업은 한차례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3번, 즉 9시간이나 이루어졌다. 당연히 전문가 분이시라 수업 중간 중간 배울만한 인사이트들이나 지식들도 있긴 했지만, 9시간의 시간 중 그런 시간은 다 합쳐도 1-2시간 정도밖에는 되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 다녀온 '차분'이라는 티하우스에서는 3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15가지 종류의 향신료들과 티 베이스들을 가지고 각자 자신만의 블랜딩 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블랜딩 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구절판 같은 판에 여러 종류의 향신료들을 소량씩 담아서 구성하면 보기도 좋고 공간 차지도 덜하고, 그러면서도 더 많은 향신료들을 다룰 수 있었다.

차분.jpg 차분의 블랜딩 원데이 클래스


이렇듯, 시간적인 부분이나, 다른 대체재들의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9시간의 블랜딩 수업은 '르꼬르동블루'라는 이름, '티 마스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가장 아깝게 흘러간 시간이었다.(12 강의 중 3개나 이렇게 소비하다니...분할 정도로 아까웠다. 차라리 하루 전체를 티 테이스팅만 했어도 이보다는 덜 아까웠을 것 같은데..)


gold.png 채영이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세 분 모두, 전달력이나 수업 운영이 떨어지는 것이지, 전문성이 부족하신 것은 아니어서 나중에 공간 구성이나 물 자문을 구하거나, 블랜딩 상품 개발 의뢰를 한다면 충분히 멋진 결과물을 도출해 내실 것 같다고 생각한다. 결코 그 분들의 전문성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야구 선수가 야구 코치보다 야구 그 자체는 더 잘하겠지만 가르치는 것은 코치가 선수보다 잘 하는 것처럼, 결과물을 내는 실력과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강의 실력은 엄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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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세 분 뿐만 아니라 전체 수업이 모두 중첩된 부분들이 있었다. 차의 분류라거나 특징, 차 산지 등등, 이 강사분이 이야기하셨던 것을 저 강사님이 이야기 하시고 또 다른 강사님이 또 이야기하시는 등, 강의안을 서로 공유하고 합을 맞추지 않아, 낭비되는 시간이 많았다.


gold.png 시간은 금이 확실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물에 대해서도 이 강사님과 저 강사님이 다른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고.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이야기들이 가장 시간 때우기 좋은 내용이기도 하다. 차를 조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내용들이면서도 왠지 전문성이 있어 보이고 여러 자료들을 통해 검증된 내용이라 이견도 없을 뿐더러, 해당 차 산지에 갔던 에피소드를 꺼내면 상당한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산지 이야기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지금 여기서 왜 필요한지에 상관없이 그냥 일기쓰듯이 늘어놓는게 문제)


의도하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의도하지 않게 이렇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 역시, 프로라면 범하지 않아야 할, 커리큘럼 구성 또는 강사진 구성에 있어 미흡한 부분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2. 충분하지 않은 내용 범위


본 과정을 듣기 전에 다른 곳에서도 차 관련 강의들을 들은 적이 있다. 그중 각 나라별 차 문화에 대해서 짚어보는 코스를 운영하는 '라미라움' 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별다른 수료증도 없고 강의 시설도 르꼬르동블루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았지만 내용 자체는 무척이나 좋았다.


영국, 프랑스, 중국, 대만, 인도, 스리랑카, 한국 등의 역사와 문화 맥락 안에서의 차, 그리고 고유한 특징들을 소개하는데, 이는 이론 영역에서는 커버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차와 관련하여 유용한 지식들이었다.(일본이 없는 것이 아쉽긴 했다.) 이러한 배경은 문기영 강사님의 홍차 수업때만 홍차에 관련된 부분만 언급되었을 뿐, 다른 강의들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ㅇㅇㅇㅇㅇㅇ.jpg 라미라움의 티 컬처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차를 배우고 싶다면 모름지기 다도가 가장 궁금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유튜브에 차를 검색해 보았을때 가장 많이 나오는 컨텐츠 중 하나가 다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은, 차를 배우려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기본 다류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한국, 일본, 중국의 다도, 다예 등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물의 모양을 한 차 악세서리?로, 차를 우릴 때마다 그 위에 조금씩 부어서 향과 색을 깃들이는 차총같은 것도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문화적 요소인가.


11111111111.jpg 이렇게 위에다 붓는 시간이 쌓여 고유한 빛과 향이 난다고 한다.


티 소믈리에를 넘어 티 마스터 클래스라고까지 이름이 붙었다면 사실 이런 내용들도 과정 안에 들어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구성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1번 이유에서 언급했던 낭비된 시간들만 줄였어도 이런 내용들까지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항상 남았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3. 애프터눈티 수준


앞서 1편에서 애프터눈티를 즐기러 호텔에 가는 필드 트립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필드 트립이 좋았던 이유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였지, 그것이 좋은 경험이었어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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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동기들 거의 대부분이 느꼈지만, 반얀트리의 애프터눈티는 형편없었다. 애프터눈티의 정석인 삼단 트레이도 없었고, 음식들도 차와 페어링을 맞춘 것인지 의심이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간단 조리(코스트코 같은 곳에서 파는걸 데우기만 해서)해서 나온 디저트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차도, 디저트도, 페어링도, 다구들도, 설명도, 문화적 요소도 전부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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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글에서, 필드 트립으로 공식적으로는 반얀트리, 비공식적으로는 웨스틴조선을 갔다고 적었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반얀트리에서의 경험이 너무 별로였다보니, 대표 강사이신 김진평 강사님께서 미안한 마음에 몇 주 뒤에, 정말로 괜찮게 애프터눈티를 하는 곳을 섭외해서 새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거였다.


웨스틴2.jpg 웨스틴조선의 애프터눈티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구성이 돋보였다.(물론 서양식도 있다.)


사업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자 몇 번을, 누구에게 들어도 무조건 맞는 조언이 "인터넷으로 기사나 블로그 몇개 보고 리서치했다고 하지 말고, 현장에 가봐라"라는 조언이다.


반얀트리는 강사진에서 결정한게 아니라, 르꼬르동블루 학교 행정 사무실 측에서 섭외했다고 하는데, 반얀트리 애프터눈티를 한번이라도 경험하셨다면 과연 거기를 '르꼬르동블루'의 격에 맞는 곳이라고 생각하셨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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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결론 : 추천한다. 그러나 3기는 아니다.


여기까지 3-4개월간의 과정을 마치고 느낀 개인적인 소회와 몇몇 동기들의 의견들을 구해 적어본 후기였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결론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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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한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으나, 국내에서 그래도 그나마 가장 괜찮은 기본기와 구성이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가을 학기 기수인 3기는 추천하지 않는다. 내년 봄학기 정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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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강사님은 사업을 하시는 분이셔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는 것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아시는 분이다보니, 문제점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이 될텐데, 코로나 때문에 2기 과정이 수개월이 밀리는 바람에, 3기는 2기를 마치고 거의 바로 개설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2기에서의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피드백들이 미처 정리되어 전달되기도 전에 커리큘럼과 강사진 구성이 완료되어 버려서(한국 다도 1회 강의를 제외하면 2기와 거의 유사하다.) 개선 반영될 틈이 없었다.


그러므로, 르꼬르동블루 티마스터 클래스를 들을 의향이 있다면,(만약 나라면) 이번 가을 학기에 개설되는 3기는 스킵하고 내년 봄에 개설될 4기를 고려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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