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는 이유들
젊은 청춘을 다 바쳐 만들었던 회사를 올해 초 매각하면서 그동안 망가졌던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건강한 식습관도 적용해 나가는 가운데 그동안 관심있었던 차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알아보다가 르꼬르동블루에서 하는 티 마스터 클래스를 신청했다.
코로나 때문에 수개월이 밀리고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가까스로 테이블 배치나 출입 절차, 마스크 착용 등 여러 조치들을 반영하여 열렸고 최근 무사히 수료했다.
르꼬르동블루의 티마스터 클래스는 매주 한번 3시간씩 약 13회 정도로 개월 수로는 3-4개월 정도 진행되는 코스로, 20명 정원에 수강료는 150만원이다.
기본적인 다구들을 제공하며, 강의는 개괄적인 내용을 짚는 개론과 6대 다류, 워터, 테이블 셋팅, 티페어링, 블랜딩, 차 산업 이해, 다도 등의 특강들, 그리고 필드 트립(애프터눈 티 파티)이 포함된다.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지원서, 자기 소개서, 이력서까지 제출해서 합격해야 한다;;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로 보이는 분들까지) 다양한 것 같고, 주로 여자 9 : 남자 1의 비율이다. 평일 오후에 열리다보니 직장인들은 찾아볼 수 없고, 요식업으로 나아가시려는 분들(티 페어링 공부를 위해), 찻집이나 카페를 생각하시는 분들, 이미 차 사업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나같은 취미 목적인 사람들(이게 제일 적은 듯)로 구성되는 것 같다.
많은 과정들 중 르꼬르동블루의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온라인 컨텐츠가 별로 없거나 찾기 어렵거나, 조금 올드했다. 일단 차 자체가 검색하기에 좋은 키워드가 아니다.
자동차가 압도적으로 먼저 나오고 양도 많은 가운데, tea로서의 차 컨텐츠를 찾더라도 대부분 차 마시는 ASMR, 브이로그, 또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한복입고 전통 다도를 체험식으로 보여주시거나, 보이차만 있거나, 여러가지 정보들이 지엽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전달되고 있다.
그리고 좀,,뭐랄까 영상 그 자체의 퀄리티가 너무 별로거나 불필요한 말들이 구구절절 많거나.. 괜찮은 건 한글이 아니거나.. 너무 겉핥기식이거나.. 책을 찾아보니, 대부분 에세이 카테고리였고, 교과서 같은 책이 있어서 사서 읽어봤지만 마셔보질 못한 채로 글자만 보니 전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둘째로, 실력있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차를 가르치는 기관은 여럿 있는데 다들 강사 한두명만 있는 1인 스튜디오거나, 사단법인 형식으로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강사진이 어떻게 되는지 공개를 하지 않는 곳이 많고, 자기들끼리 직함을 만들고 이력서에 올리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실력 여부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해당 강의를 수료한 직후의 미경험의 졸업생들도 급하게 불러다 강사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컨텐츠의 신뢰도는 물론이고, 수료증의 공신력도 조금 찜찜한데 가격은 또 100만원 정도라 굳이 그만한 돈을 쓸 가치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 가운데 르꼬르동블루의 티마스터 클래스가 가장 무난해 보였으나, 주변에 이를 들은 레퍼런스가 없어, 일단 이름값만 믿고(퀄리티가 실망스러워도 르꼬르동블루 이름 박힌 수료증이라도 남을테니) 직접 해보기로 했다.
차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려 하는 가운데, 이 코스를 듣는다고 하자 자신도 고려하고 있는 코스라며 후기를 꼭 좀 공유해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해 남기는 내돈내산 후기다. 추천하는 이유와 비추천하는 이유를 구분해서 적어보았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여기서 기본기란 지식의 수준인데, 개인적으로 이때 지식이란, 온라인에 '의견처럼 퍼져 있는 정보'들을 얼마나 객관적이고 깊이있게 정리했는가로 보았다. 아무래도 시간 제약상 모든 정보를 다 다룰 수는 없었지만 필요한 최소한의 이론적인 내용들은 강의 내용 안에 다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를 전달하는 분들이 책에서 미진한 부분들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얼마나 잘 대답해 주시는가가 부수적인 기준이었다. 법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애매하거나 불명확하게 전달되는 것은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하고 가야했고, 나는 동기들 중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차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을 크게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사실이 아닌 의견 또는 개인적으로 쌓은 경험들로 사실을 만들어서 강의를 하거나, 서로 정통성을 따지며 다른 티 소믈리에나 강사들을 비판하면서 강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대표 강사님이신 김진평 강사님과 홍차편 강의로 오신 문기영 강사님은 초보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으시면서도 객관성을 가지셨고, 모르는 부분에 정직하셨다.
다른 지식은 몰라도 먹고 마시는 종류의 배움은 당연히 먹고 마심이 같이 있어야 한다. 책이나 온라인으로도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직접 마시는 기회없이 배우게 되면 잘 와닿지도 않고, 차를 구할 때에도 엉뚱한 차, 또는 퀄리티가 낮은 차를 골라 책과는 다른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
르꼬르동블루의 클래스에서는 거의 모든 시간마다 3개에서 많게는 5-6개까지 다른 종류의 차들을 마셔보고 느끼고 비교해보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차들은 테이스팅 노트를 같이 작성해 보기도 했다. 20명 각자들을 위한 차를 '잘' 우려서 개별 잔에 분배하고 하는 과정이 강사님들께는 다소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수강생 입장에서는 만족감이 무척이나 컸던 지점이다.
그리고 필드 트립으로, 호텔의 애프터눈티 파티를 즐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보통은 애프터눈티 메뉴를 알기도 어렵고 알아도 왠지 처음의 경험 자체가 낯설고 어려운데, 필드 트립 경험을 통해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우리는 반얀트리로 필드 트립을 갔고, 비공식적으로 웨스틴조선으로 한번 더 갔는데, 필드 트립은 매 기수마다 바뀔 수 있다고 한다.
르꼬르동블루 이러면 다들 프랑스에 있는 걸로 생각하는데 몇몇 나라들에 지부들이 있고, 르꼬르동블루 한국 지부는 숙명여대에 있다. 덕분에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르꼬르동블루의 검증 및 선별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었고, 수료를 마치면 수료증이 나온다.
수료증이 곧 실력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 돈내고 열심히 배운다면 수료증이 나오는게 좋고, 수료증을 받는다면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명망있는 곳에서 받는게 좋지 않을까? 사실 르꼬르동블로 티마스터 클래스 과정은 처음에는 한달도 채 안되는 짧은 코스로 테스트 진행하다가 작년부터 정식으로 수료증이 나오는 1기 클래스가 진행되고 내가 2기였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르꼬르동블루의 코스를 수료하면 르꼬르동블루의 다른 코스 등록에 있어서 금액적인 할인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같이 수업을 들은 동기들과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다.
왠지 차의 향을 느끼거나 찻잎을 보면서 뭐라고 한마디 하면 괜히 아는 척 하는 느낌? 공감되지 못하는 대화를 하는 느낌?으로 보이는 것 같아 스스로도 불편하기도 하고, 찻집 자체가 적어서 찻집은 근처에 길 가다 그냥 들어가는게 아니라 굳이 찾아가는 경험이 되는데, 이 코스를 통해, 좋은 찻집들을 다니고, 다양한 차를 마시며 분위기와 차 맛을 즐기는 기쁨을 같이 공유할 사람들이 생기는 게 큰 장점인 듯 싶다. (물론 끝까지 인사도 제대로 못나눠본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자 이제 비추천 이유를 말할 차례인데, 글이 너무 길어져 2편으로 넘긴다. 2편에서는 추천하지 않는 이유들과 함께, 추천/비추천을 종합한 결론(그래서 150만원 내고 들을만 한지 아닌지)과 이유를 적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