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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잘 자도 1인당 생산성이 2,000달러가 올라간다

1.성과를 끌어올리는 수면의 힘-1)

by sunday noon c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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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면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것은 굳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데에 있다. 나의 경우, 지난 8년간 만성 수면 부족의 몸뚱이를 끌고 온 동력은 ‘모든 것은 정신력에 달렸다’는 철인식 마인드였다. 현대 사회에 잠이 부족한 게 그리 대수인가, 사업은 원래 잠이 부족한 거고, 잠이 아무리 부족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매 순간 필살의 각오로 버티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몸의 멱살을 끌고 앞으로 가는 식이었다.


실제로 정신은 놀라울 정도로 육체를 지배하는 힘이 있다. 플라세보 효과란 그런 믿기 어려운 정신의 힘을 보여주는 입증된 의학적 개념이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정신력이 보이는 기적은 대부분 단기적 효능만을 가진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성공의 필수 조건 중 하나인 ‘존버’는 하루 이틀의 게임이 아니다. 수개월, 수년, 길게는 10년도 넘게 버텨야 할 수도 있는 게임에서 정신력 하나로 그 시간들을 버티겠다고 하는 것은, 적어도 의학과 과학이 증명한 다음의 결과들을 고려한다면, 결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고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프로 운동선수인 NBA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8시간 이상 수면을 한 그룹과 8시간 미만의 수면을 한 그룹 간의 퍼포먼스 비교를 해보았다. 그 결과, 8시간 이상 수면을 한 그룹은 8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한 그룹에 비해 3점 슛 득점률은 2%, 자유투 성공률은 9%, 1분당 득점 수는 무려 29%나 높았다. 반면, 8시간 미만의 수면을 한 그룹은 8시간 이상 수면을 한 그룹에 비해 실책률은 37%, 파울 횟수는 45% 가까이 높아졌다.


프로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밤잠이 6시간 미만일 경우, 8시간 이상의 수면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젖산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유연성과 근력 모두 떨어지며, 몸이 피로감을 느끼는 속도는 약 10-30% 더 빨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테니스의 황태자 로저 페더러는 하루에 12시간 잠을 자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결코 그가 게으른 잠꾸러기여서가 아니다.


운동 신경이 아닌 다른 부분에 있어서의 효과는 어떨까? 이번에는 운동선수들이 아닌 학생들과 의사의 실험 결과들을 살펴보자. 일본의 초등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4-50분 정도 수면을 더 취한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성적이 더 높았고 자라면서 IQ도 더 높아졌다. 루이스빌 의대의 쌍둥이 연구에서는 수면 시간이 긴 아이들의 지적 능력, 학습 능력 등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뛰어났다. 미네소타의 한 실험에서는 학교 수업 시작 시각을 1시간 늦췄더니 아이들이 평균 43분의 추가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었고, 상위권 학생들의 언어 SAT는 605점에서 761점으로, 수학 SAT도 683점에서 739점으로 올라갔다.


한숨도 안 자고 30시간을 쭉 일하고 교대하는 전통적인 의대 레지던트 프로그램의 경우는, 일의 특성상 수면 부족의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 그 상태에서는 잠을 푹 잤을 때와 비교하여 진단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460%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실험에서는, 전공의의 근무 시간을 16시간 이내로 하고 8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주자 심각한 의료 실수는 약 20%, 진단 오류를 내리는 횟수는 400-600% 가량 줄었다.(중대한 진료나 수술의 경우, 의사에게 전날 잠은 잘 잤는지 꼭 물어보자)


미세 수면이란 1초가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에서부터 10초에 이르는 아주 짧은 수면을 말하는데 눈이 감기는 순간뿐만 아니라, 눈을 뜨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의식 없이 흘려보내는 순간도 포함한다. 너무나 짧아서 본인도 의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의식하더라도 이를 수면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순간 멍 때렸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놓쳐지는 의식의 성능은 ‘미세’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다. 실험 대상자들로 하여금 10일 동안 하루 6시간씩 자게 했더니, 깨어서 뇌를 쓰게 하는 시간 동안 이러한 미세 수면이 자주 발견되었고, 주의력의 정도가, 24시간 동안 1초도 잠을 자지 않은 사람들의 주의력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수면 부족으로 인해 어느 정도로 영향을 받았는지 주관적인 평가를 부탁하자, 자신의 수행 능력 감소를 대부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이다. 즉, 수면 부족으로 인한 자신의 성능 저하를 그다지 크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뇌를 감싸고 있는 뇌척수액은 주기적으로 교체되면서 뇌 안의 노폐물들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천천히 뇌에 손상을 주는데, 수면 부족은 이 교체 작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의 수면을 제한하자 치매 원인 물질 중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쉽게 쌓였다. 수면 부족은 인지 기능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관된 다른 실험에서는 수면이 부족하면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문제에 당면했을 때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빈도가 더 적었다. 따라서 수면이 부족할 경우, 일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고, 과업을 완수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다시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연간 직원 1인당 거의 2,000달러의 생산성 손실을 가져온다고 한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보면 단순히 수면을 정상적으로 취하는 것만으로도 직원 1명당 2,000달러의 추가 이익을 올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원 규모가 10명인 곳은 1명을 더 고용할 수 있고, 100명인 곳은 10명을 더 고용할 수 있는 셈이다.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수많은 업무 툴과 의사 결정 방식, HR 정책 등을 실험하고 고민하는 데에 자원을 쓰고 있다면 수면도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진지하게 고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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