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더 챙겨 자야 한다.

1.성과를 끌어올리는 수면의 힘-2)

by sunday noon couch

*디지털로 긴 글을 꼭지별로 클릭해서 읽기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같은 내용의 책을 종이책으로 보실 수 있도록 출간을 하였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본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www.bookk.co.kr/book/view/93946


사업을 하는 내내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렸지만 매달 마지막 주에는 특히 더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보냈다. 매 월 말, 월 초는 급여를 비롯한 여러 비용들이 빠져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업은 잘 안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잘 되고 있을 때에도 현금 흐름 때문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돈을 쓰는 시점과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일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많은 유통 플랫폼들의 판매 수익은 판매 시점으로부터 한달 이후에 들어오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판매 익월의 말일에 지급이 되어 월로만 따지면 1개월이지만 실질적으로는 2개월 후에 지급을 받게 해놓은 곳도 있다. 심지어 판매가 이루어 지기 전에 이미 제품을 개발하는 때의 비용 투입, 생산 비용, 광고/홍보 컨텐츠 제작 비용 등등이 집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회사에 최소한의 현금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파이낸셜 프로젝션을 통해 미리 미리 준비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고, 매달 이번 달 지출은 어떻게 넘겨야 할지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 속에 방법을 고민한다. 갑작스럽게 생긴 문제로, 큰 수익을 예상한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성사될 거라고 여겼던 투자가 취소되어, 당장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야 하는 아이디에이션의 시간은 압박 그 자체다. 수 천만원짜리 일을 진행하면서도 이리저리 모아봐도 단돈 100만원이 모자라 마음을 졸이던 밤도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개인 돈으로 임시적으로 메꿔서 헤쳐나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사업이 성장할 수록 대표 개인의 호주머니 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가 되어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한 이런 날들은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 날 일을 시작해서도 계속 불안하고 좌절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혀 손에 일을 제대로 쥐지 못했다.


나는 1년에 담배를 약 2-3갑 정도를 피우는데, 기복이 매우 크다. 평상시에는 비흡연자와 모든 일상이 같다. 식후에 담배가 땡긴다거나, 담배 피는 사람들과 함께 중간 중간 나가서 휴식 시간을 가진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평소에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다가 이렇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뽑아내야만 하는, 절박한 고통이 찾아오는 그런 밤에는 연달아 2-3개피를, 많을 때는 5개피 정도를 피우며 담배 연기에 한숨을 실어 보내고 상황을 극복해 보려 안간 힘을 쓴다.(가장 힘든 고민을 할 때에는 밤새도록 한 번에 1갑을 다 피운 적도 있다.) 참 감사하게도 이렇게 무너지란 법은 없이, 간절한 마음은 매번 무언가 가까스로 해법을 만들어 내곤 했다. 하지만 이런 밤들은, 여러번 겪는다고 해서 괴로움이 덜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사업을 한다면 오히려 이런 때야말로 최선의 수면을 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건강한 수면은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는 과업의 스트레스에 대한 가장 탁월한 약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수면은 우리 머리 속에 존재는 하지만 연결되지 않는 의식상의, 무의식상의 소스들을 연결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상상과 창작을 가능케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서부터는 다소 지루한 이론 얘기가 시작되는데, 수면은 크게 렘수면과 논렘수면으로 구분된다. 렘은 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몸의 모든 근육은 마비가 되지만 뇌는 활발히 작동하며 눈은 그러한 뇌의 활동을 따라가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로, 우리가 기억하는 꿈은 주로 이때 꾼다고 한다.(세부적으로는 렘수면 안에서도 단계를 더 나누기도 한다.) 반면 논렘수면(또는 비렘수면)은 입면 후 제일 먼저 나타나게 되는 수면으로, 몸과 뇌가 모두 잠들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수면 상태의 뇌파를 분석해보면, 입면 후 논렘수면이 가장 먼저 등장하고 그 다음부터 렘수면과 논렘수면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그런데 이중 렘수면 상태에서는, 놀랍게도 뇌가 깨어 있을 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심지어 매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보다도 더 역동적이다. 이는 렘수면의 여러 기능 중 정보의 통합 기능과 연결된다. 정보 처리에 있어서 뇌는 깨어 있을 때에는 정보를 수용하고, 논렘수면 단계에서는 기억을 저장하고 강화하며, 렘수면 단계에서는 새로 들어온 정보와 기존의 정보를 대조하여 관련성을 찾아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통찰이나 창의적 영감을 구성한다.


그러한 예는 무수히 많다.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라는 우주의 원소들이 특정한 논리 체계와 규칙 속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규칙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대하는 심정으로 연구를 거듭하던 드미트리는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는데 그 꿈 속에 모든 원소들이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나열된 표를 보게 되었고, 깨어나서 바로 그 표를 그대로 적어보니 그 표의 내용은 바로 그가 그토록 찾던 해답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원소 주기율표가 되었다. 비틀즈의 명곡인 ‘예스터데이’ 역시 폴매카트니가 잠자는 동안 꿈 속에서 곡조가 구성되어 흥얼거려지던 것을, 잠에서 깨자마자 그대로 기록해 만들어 진 명곡으로 유명하다. 생후 아직 2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자신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언어 정보들로부터 고도의 문법 구조를 추론하는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해낸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다른 청소년기, 성년기에 비해 렘수면이 논렘수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예들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엄격한 실험을 통해 증명된 결과는 아니라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을 들으면 그 의구심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Q가 높은 연예인들이 나와 함께 문제를 푸는 예능 프로그램 ‘뇌섹시대 문제적 남자’에나 나올 법한, 숫자로 된 문제들을 수백개를 주고 참가자들로 하여금 풀게 한다. 그 문제들에는 공통적으로 숨겨진 규칙이 있어서 이 규칙을 파악하면 굉장히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다. 문제를 풀게 한 참가자들을 둘로 나누어, 한 집단은 오전에 문제를 풀고 12시간을 깨어 있다가 저녁에 다시 문제를 풀게 했고, 대조 집단은 저녁에 문제를 풀고 12시간 후인 다음 날 오전에 문제를 다시 풀게 했는데 해당 12시간 안에는 8시간의 수면 시간이 있었다. 그 결과, 12시간을 계속 깨어 있었던 집단(밤잠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원래 깨어 있는 시간 범위 안에서 측정했다.)은 숨겨진 규칙을 발견한 비율이 20%에 불과했음에 비해, 8시간 수면을 한 집단은 약 60% 가까이 숨겨진 규칙을 발견했다.


이외에도 알파벳 순서가 뒤섞여 있는 단어를 보고 정상 단어를 맞추는 실험에서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맞추게 했을 때나, 논렘수면 상태일 때 흔들어 깨워서 맞추게 했을 때보다, 렘수면 단계에서 깨웠을 때 약 15-35% 더 잘 풀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때 맞춘 답을 어떻게 풀었는지 물어보면,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논리적인 접근과 순서에 의했다면, 렘수면 상태에서는 대부분 ‘그냥 그렇게 그려졌다’와 같이 무의식적으로 논리를 꿰뚫어 버리는 방식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렘수면은 여러 정보 처리 과정에 있어서, 너무나 관련성이 없어서 각성 상태에서는 미처 동시에 생각하지 못하는 고도로 추상적인 비관련 정보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하여 우리를 새로운 해법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비관련적 요소들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연결시킴으로써 구성된다. 그런 점에서, 렘 수면은 전체 수면에서 겨우 25%만을 차지할 뿐이지만 생산성의 관점에서 보면 그 역할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잠이 부족할 경우, 정신이 불안해져 기분 조절이 어려워 지고, 우울증, 불안 장애, 알코올 의존의 정도가 높아진다. 물론 이와 관련해, 정신 의학자들은 우울증이 수면 장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수면 의학자들은 부족한 수면, 또는 낮은 질의 수면이 자율 신경 기능에 문제를 야기해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정신적 증상을 유발한다며 인과 관계의 측면에서 대립하고 있지만 어쨋든 둘은 최소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자기 전의 부정적인 감정을 수면이 해소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관해 MRI 스캐너를 이용해 진행한 실험에서는 렘수면의 상태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의 화학 물질이 줄었음을 밝혔고, 해당 특정 전기 활성 패턴을 통해, 렘 수면이 감정적 회복에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논렘수면은 휘발성이 강한 단기 기억들 가운데 장기 기억으로 저장할 것들을 선별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때 나쁜 기억 또는 감정을 축소시켜, 깨어났을 때 전날의 부정적인 감정 동요의 폭이 줄어들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서도,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다음 날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고민 해결의 진전이 없이 압박감에 사로잡히는 밤이 되면, 자신이 창업가든, 예술가든, 열심히 수면에 임하는 것이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수면에서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차분하게 상황을 재조망할 수 있는 감정 상태를 획득하고, 매일 밤 뇌는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연결과 통합을 위한 다리를 계속해서 잇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에 모든 것을 맡긴 채로, 고민을 느슨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의과 대학의 로버트 스틱골드는 100명의 참가자들로 하여금 컴퓨터 미로 탈출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게임을 한 후, 절반은 90분간 낮잠을 자게 하고 다시 문제를 풀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같은 시간 동안 미로 게임과 상관없는 가벼운 영상을 보게 한 뒤 문제를 풀게 했다. 90분간 낮잠을 자게 한 집단의 경우 전극을 통해 꿈을 꾸었는지, 꾸었다면 어떤 꿈인지 말하게 했는데, 낮잠을 잔 이들이 훨씬 더 단서들의 의미를 잘 파악해 미로를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다.


재밌는 사실은, 90분간 낮잠을 잤을 때 미로와 관련된 꿈을 꾼 사람들은, 낮잠을 잤지만 미로와 무관한 꿈을 꾼 사람들에 비해 퍼포먼스가 10배 정도 높았다는 점이다. 아직 현대 과학은 수면의 컨텐츠를 결정짓는 논리를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추론컨대,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문제 해결에 대한 몰입이 꿈의 컨텐츠에 영향을 주고, 꿈의 컨텐츠가 현실의 문제를 푸는 데에 있어 탁월히 기능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깨어 있는 시간 동안의 우리는, 당면한 문제에 대해 매우 높은 정도의 몰입을 보여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잠만 잘 자도 1인당 생산성이 2,000달러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