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성과를 끌어올리는 수면의 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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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VC(벤처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훨씬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생각과 의지로 사업에 임하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오랜 시간 위기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끈기와 집념(Grit)이 있는지 등도 보지만, 팀워크가 어떤지도 매우 중요한 지표다. 규모에 상관없이, 개별 구성원들이 어벤저스라도 팀워크가 약하면 망할 확률이 99%라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팀워크는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성이 상당하다.
그러나 팀워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서 수면을 인식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잘 자면 당연히 더 좋은 컨디션이기는 하겠지 정도의 막연한 인식일 뿐, 아직 우리의 창업 씬에는(더 나아가 전체 사회에도) 수면이 팀워크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많은 진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이번 꼭지에서는 이 부분에 해당하는 관련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뇌의 양쪽에는 편도체라고 불리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는 분노나 흥분과 같은 격한 감정을 촉발하는 핵심 부위로, 수면이 부족할 경우 인간의 감정 반응을 60% 이상 증폭시킨다. 반면 밤잠을 잘 잘 경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및 판단력을 관장하는 전전두엽 피질이 편도체를 통해, 지나친 감정 변화가 생기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수면에 의해서 조절받는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면이 부족할 경우, 안정적인 감정 균형을 맞추는 능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깨어 있는 동안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만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긍정적, 부정적 감정 모두의 극단 사이를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락가락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차라리 부정적이기만 한 사람이라면 함께 일을 함에 있어 예상되는 반응의 값이 있지만,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사람과는 도저히 어떻게 장단을 맞춰야 할지 난감함에 주변 사람들의 소통 비용이 높아진다.
팀워크의 핵심은 상호 신뢰다. 팀원의 능력을 믿고, 우리는 개인의 이기심이 아닌,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협력한다는 믿는 것이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면, 더 정확하게는 렘수면이 부족하면 뇌는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는 감정 나침반이 고장 나게 된다. 관련 실험에 따르면, 잠을 잘 자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 신호들을 정확히 읽지 못하게 되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바깥 세상에 대한 태도가 두려움으로 기본 세팅이 되어, 평온하고 다정한 얼굴도 위협적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수면이 부족한 팀원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나를 위협하는 존재이자 위험 요소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어느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을 떠올려보면, 그러한 시선이 협력에 얼마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너무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고요. 상대의 말을 두, 세 번 곱씹으면서 괜히 넘겨짚지 마세요. 그건 정말 건강하지 않은 업무 습관인데 그런 마음의 덫에 빠지는 동료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특히 당신이 리더의 자리에 있고 서로 다른 문화권의 동료들을 대할 때는 기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바라봐야 합니다.”
수면 부족이 팀워크에 미치는 악영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수면 부족을 겪은 참가자들이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부적절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잃었고, 그 결과 감정에 휩싸여서 성급한 의사 결정들을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상황에서 자신의 실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반대로 공은 가로채려 하는 성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또한, 무임 승차자가 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팀으로 진행되는 일에 있어서, 졸리지 않을 때와 비교해, 졸린 상태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어떻게든 최소한으로만 역할을 하려는 이기심이 더 활발히 작동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기에, 정해진 업무 외 새롭게 생겨나는 일들과 프로젝트들이 시시때때로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네 일, 내 일 가리지 않고 나서서 협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개인의 편의만이 중시되는 스타트업은 위험하다. 그런데 수면 부족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가장 힘을 덜 들이고 묻어가려는 성향을 보이고, 이는 전체의 열정과 사기에 찬 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팀워크를 깨트리는 수면 부족은 얼마나 잠을 부족하게 자야 발생하는 것일까?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정도면 당연히 보통 적은 게 아니라 최소한 2-3시간은 덜 자야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관련 연구 실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겨우 20-60분.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스스로의 감정을 잘 통제하며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의 수면 시간의 차이는 겨우 20-60분 정도에 불과했다. 즉, 적게는 20분, 길어도 1시간 정도만 수면을 더 보강해도 충분히 우리 안의 팀워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수면 부족의 문제는 리더일수록 더 중요하게 해석해야 한다. 관리자의 수면의 질이 낮을수록 스스로의 감정 통제가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직원들에 대한 행동이 부적절해지게 되었다. 직원은 충분히 수면을 잘 취했어도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관리자가 잠을 잘 자지 못했다면, 그로 인해 직원의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리더는 업무 능력이나 리더십 스킬, 카리스마 등에 못지않게 자신의 수면이 직원들의 업무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질좋은 수면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