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성과를 끌어올리는 수면의 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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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나 모레쯤 몸살 한번 오겠는데?”
그런 느낌이 오는 때가 있다. 나에게 그 날은 복합 쇼핑몰 팝업 스토어에, 페어 참가에 연이은 행사로 며칠을 고생하며 준비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매장 전시는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개고생이 필연적이다. 손님들이나 스태프들이 있을 때와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다 나가고 경비 아저씨들만 있는 야간, 새벽 시간에만 작업을 할 수 있게 허락하는데, 냉난방을 다 끄기 때문에 한 여름에 작업하면 땀에 절어서 나온다. 건물 구석에 숨겨진 뒷문에 연결된, 언뜻 보기에도 대충 오르락내리락 기능만 있고 벽 마감이나 조명도 대충 해놓은 듯한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엘리베이터와 비좁고 어두운 험한 통로들로 출입하는데, 무섭기도 하고, 땀에 절어서 수차례 무거운 짐을 나르고 망치질, 못질하면서 손 다치고, 일 마치고 배고파서 편의점에 들러 삼각 김밥 하나 까서 먹다 보면, 나도 어디 가면 귀한 아들인데, 약간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하던 초반 몇 년 동안 그런 행사들이 공교롭게 몇 개가 겹쳐서 일정이 잡혔던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버텨냈나 싶다. 희한하게 우리 몸은 아프기 전에 신호를 준다. 그날도 곧 올 몸살 기운의 전조 증상이 느껴져, 바로 원래 해야 하는 업무량보다 조금 덜 하고, 잘 먹고 잘 쉬는 데에 더 신경을 썼다. 급한 상황임에도 그렇게 했던 것은, 지금 약간 몸을 챙기고 일을 조금 손해 보는 게, 무리해서 오늘 일을 계획대로 처리하고 다음 날 아파서 하루 이틀 동안 일을 완전히 날려먹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 과연 수면이 이 문제에도 구원 투수가 되어줄 수 있을까?
수면은 호르몬 분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양질의 수면은 뇌의 호르몬이 균형 잡힌 분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데, 수면의 양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면 분비되어야 하는 호르몬이 덜 분비되고 덜 분비되어야 하는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거나, 호르몬이 분비가 되지 않을 타이밍에 분비가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성장 호르몬은 처음 잠에 든 직후인 첫 번째 논렘수면 때 하루 분비량의 70-80%가 분비되는데, 신체의 하루 주기 리듬 상 자야 하는 때에 자지 않으면 새벽에 잠을 자서 첫 번째 논렘수면을 맞이하더라도 분비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식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인 렙틴이나 그렐린 역시 엉뚱하게 분비되어 수면이 제한된 사람은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테스토스테론은 뇌의 집중력 향상과 연관이 있는 호르몬으로, 수면에 문제가 있는 남성은 몸속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져 온종일 피곤하고 지친 느낌을 받게 된다.(정자 수도 1/3이나 줄고, 기형인 정자도 많아진다.)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게 된다.
여러 호르몬 문제가 다 문제지만, 이 챕터는 일상적 아픔과 생산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면역력에 관련된 부분에 더 집중하여 연구 결과들을 공유해 보려 한다. 피험자들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노출하고 감염되는 확률을 측정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평균적으로 매일 7시간을 잔 그룹과 매일 5시간을 잔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들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노출하자 7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있는 그룹의 감염률은 18% 임에 반해, 5시간 수면을 취한 그룹의 감염률은 50%에 육박했다.
독감 바이러스와 관련한 실험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은 뚜렷하게 반복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도 수면에 문제가 있으면 접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접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역력이 생성되지 않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는 수면을 충분히 취한 사람들은 약 7-9시간을 수면하는 조건으로 그룹 지었고,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은 7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취한 사람들로 구분 지었다. 같은 독감 백신 접종을 했을 때의 항체 반응을 비교해 보자 명확한 차이가 드러났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 사람들은 독감 백신 접종 후 강한 항체 반응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수면이 부족한 사람들의 면역 반응은 그렇지 못했다. 푹 잔 집단과 비교하면 면역 반응이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충분히 수면을 취한 사람들은 예방 접종에 면역 활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져, 독감에 걸릴 위험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만약 충분한 수면 생활을 보내다가 일주일 동안 수면 부족을 겪을 경우, 그 후로 3주까지 회복 수면을 가진대도, 백신 접종에 대한 온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길게는 1년까지도 면역 반응이 낮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러나 이 실험의 메시지는, 수면 부족 후 1년 뒤에 면역 반응도가 정상화된다는 것이 아니라, 1년까지도 면역 반응도가 이상이 생기는 효과가 이어진다는 것이므로, 수면 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의 효과의 여파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는 아직 한계선이 정확하게 검증된 바는 없지만 일단 1년은 확실하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함을 의미한다. 심지어 단 하루의 격한 수면 부족으로도 즉각적인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겨우 하루만 4시간을 자도, 8시간을 잤을 때와 비교해, 면역 관련 세포의 숫자가 70%나 줄어든다. 수면은 면역계에 있어 즉각적이고 장기적인 영향 관계를 가지는 변수인 것이다. 슬픈 사실은, 음의 효과는 즉각적이지만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이 넘게 걸린다는 사실이다.
국내 서베이에 따르면, 유급 병가를 보장하는 기업은 고작 7.3%에 불과하다. 병가를 쓸 경우 연차 휴가를 먼저 쓰도록 하는 회사도 많다. 아파서 쉬고 치료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병가로 휴가를 쓰면 마음은 몸보다 더 아프다.(내 귀한 휴가를 여행에 쓰지 못하고 아픔에 쓰다니) 잘 자자. 그럼 귀한 연차 휴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뉴노멀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똑같이 감염이 되어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발현 없이 회복이 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작은 노출에도 큰 증상을 가지게 된다. 그 효과는 개인의 측면에서도, 기업의 생산성 측면에서도 상당하게 미쳐질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치료보다 예방이 쉽지만 무심코 넘기기 가장 쉬운 것이 예방이다. 우리 일상에 최소한의 수면을 보장해주자. 딱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휴가와 생산성을 구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