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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도 금지한 수면 기록 단축

1.성과를 끌어올리는 수면의 힘-5)

by sunday noon co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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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첫 번째는 비만 문제다. 수면이 부족할수록 비만도가 올라간다. 여기에는 앞서 간단히 언급했던 호르몬 문제가 얽혀 있다. 우리 몸에는 식욕과 관련된 두 가지 호르몬이 있는데, 렙틴과 그렐린이 그것이다. 렙틴은 포만감을 알리고 과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그렐린은 허기를 느끼게 하고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잠이 부족할수록 렙틴은 덜 분비되고 혈액 속 그렐린의 농도가 높아져 식욕이 폭발하게 된다. 심지어 충분히 음식물을 섭취한 상태임에도 더 먹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현상은 잠을 부족하게 잔 후뿐만이 아니라 원래 자야 할 시간보다 늦게까지 자지 않은 밤에도 똑같이 발생한다. 야식에 굴복하는 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비만에 대한 또 다른 이유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변화도 언급된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의 뇌는 순간의 감정이나 욕구에 대해 절제심을 발휘하기보다는, 쉽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판단이 치우치게 된다. 그 결과 식욕에 쉽게 굴복하고 원초적인 반응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충동 제어 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다이어트 작심삼일은 내가 부족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잠이 부족해서였던 것이다.)


8시간을 잔 그룹과 4-5시간을 잔 그룹 간의 비교 연구를 살펴보면, 수면이 부족할수록 다음 날의 식욕이 높아서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지 못했고 더 나아가 폭식을 한 뒤 식사를 마칠 때 조차도 식욕이 완전히 충족되지 못했다. 적게 잔 그룹은 뷔페에서 2,000 칼로리에 해당하는 식사를 하고도 추가로 330칼로리를 더 먹었다. 음식의 질 역시 달라졌다. 단 것과 짠 것, 그리고 탄수화물 중심의 식품에 대한 욕구가 무려 30-40% 증가했다. (우리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빵, 라면이 ‘평소보다 더’ 끌리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열심히 억제해서 식사량을 줄여도, 잠을 적게 자면, 몸에서는 근육을 빼고 지방은 내버려두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다이어트의 효과도 떨어진다. 체지방을 중심으로 실험한 연구에서 한 그룹은 8.5시간, 다른 그룹은 5.5시간을 수면하면서 칼로리를 줄인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식단을 똑같이 제공했기 때문에 위의 뇌의 판단력, 식욕 호르몬의 분비 등의 변수들은 완전하게 통제되었고,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체중은 감소했다. 하지만 8.5시간을 잔 그룹에서 빠진 체중 감소는 50% 이상이 지방이 빠진 것이었지만, 5.5시간을 잔 그룹의 체중 감소는 빠진 체중의 70% 이상이 근육이었다. 수면이 부족할 경우 몸은 지방을 저장하고 근육을 소비하는 경향이 커진다. 그토록 열심히 먹는 것도 줄이고 운동했건만 빠지라는 살이 빠지는 게 아니고 근육이 빠지면 (근육이든 살이든 뭔가가 빠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도 있긴 하지만) 얼마나 억울할까.


수면과 식이와 관련한 문제로, 비만 외에도 당뇨병을 들 수 있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세포들이 혈액 속의 포도당을 흡수하도록 하는데, 수면이 부족할 경우 인슐린 분비가 나빠지고 분비된 인슐린의 효과도 떨어져, 혈당치가 높아지고 당뇨병을 초래한다. 일주일간 4시간씩 수면한 사람들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 결과, 잠을 푹 잤을 때보다 세포들이 포도당을 흡수하는 정도가 약 40% 떨어져 있었다. 이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당뇨병 직전의 단계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치다.


또 다른 문제로 생식 기능 저하를 들 수 있다. 잠이 부족한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저하로 정자의 수와 건강함에 문제가 생기고, 성욕도 저하된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임신에 반드시 필요한 여포 자극 호르몬이 20% 줄어든다. 야간 교대 근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여성들은 주간 근무를 하는 여성들에 비해 월경 주기가 비정상적인 비율이 30% 이상이나 높았다. 임산부의 수면 부족도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초기 임신 시점에 8시간 미만으로 수면을 취하게 되면,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임산부에 비해 임신 3개월 이내에 유산을 할 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근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생물 종에 부여된 하루 주기 생체 리듬에 반한 수면을 취하는 야간 근무 직종의 사람들의 경우, 생식의 문제를 넘어, 암 발생의 위험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수면이 부족한 쥐는 암의 성장 속도와 크기가 200% 증가했다. 수면 부족은 암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제거의 어려움도 높인다. 앞 챕터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양질의 수면이 충족되지 않으면 면역력의 저하가 발생하고, 이는 몸 안에 염증을 일으킨다. 그리고 염증이 만성화될 경우 암의 전이를 촉진한다. 암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전이되었을 때의 제거가 압도적으로 더 어렵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세계 보건 기구는 야간 교대 근무를 2급 발암 물질로 규정했다. 덴마크에서는 2007년, 20년 이상 주 1회 이상 야간 근무를 한 간호사의 유방암 발생에 산재 보상을 하기로 한 이후 해당 정책을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이 밖에도 2011년에 50만 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잠을 적게 잘 경우 심장 동맥병에 걸리게 할 위험이 45% 증가했고, 잠을 적게 잔 45세 이상의 성인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장 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을 겪을 확률이 200% 높았다. 심장 독맥의 석회화, 심근경색 등의 위험도 증가했다. 또한 뇌의 노폐물이 잘 제거되지 않아 알츠하이머 병, 즉, 치매 발병률도 높아졌다. 현재까지 기록된 최고의 수면 시간 단축 세계 기록은 1965년 미국의 한 남자 고등학생이 세운 11일이다. 하지만 그 후, 앞에 기술한 여러 위험성들을 인식한 기네스북은 더 이상 수면 시간 단축 기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 정도로 수면 시간을 박탈하는 시도는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한다.


물론 이런 병들과 위협은 젊은 창업가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위험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반대로, 생산성을 위해 양질의 수면을 챙기기 시작하면, 부수적으로 (지금은 신경도 잘 안 쓰이지만 먼 미래에 심각하게 다가올) 위에 나열한 건강 위험들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으니, 어떤 목적으로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수면 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마음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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