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최고의 컨디션을 가능하게 하는 수면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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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인생의 사치입니다. 저는 하루 네 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에디슨
국내 침대 브랜드의 광고에 쓰인 에디슨의 저 연설은, 당시 뛰어난 인물들은 잠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4시간보다 더 많이 자는 많은(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나폴레옹은 하루에 3-4시간만 잔 것으로 유명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린 영국의 71대 총리인 마가렛 대처는 하루에 3-4시간만 수면을 취해, 성공하는 리더들의 습관 등으로 그녀의 수면법이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연구소 한쪽 구석에 침대와 베개를 두고 밤낮없이 습관적으로 낮잠을 자주 자던 사람이었으며, 나폴레옹도 긴급한 상황에서만 그렇게 했을 뿐, 전투가 끝나면 휘몰아치는 회복 수면(리바운드 슬립)에 빠져 몇 날 며칠을 잠 속에서 헤맸다고 한다. 전투 기간 중에도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말 위에서 조는 모습이 수시로 목격되기도 했다. 마가렛 대처의 경우, 말년에 치매와 뇌졸중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는데, 이는 수면의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정상 수면은 몇 시간일까? 이는 사람의 일일 재순환 시간을 계산해 보면 알 수 있다. 재순환 시간이란, 쉽게 말해 잠에서 깬 순간부터 시작해 몸의 배터리가 다 소진되어 잠을 자는 것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지난 30년 간의 수면 연구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약 16시간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16시간을 깨어 있고 나면 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깨어 있지 않은 시간인 8시간이 우리의 필요 적정 수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적정 수면 시간은 다른 방식으로도 추론해 볼 수 있는데, 수면 부족에 따른 부작용들을 확인해 낸 연구들에 기반하여 역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우리는 앞서 수면 부족에 따른 지적 능력 저하, 신체 능력 저하, 감정 조절 능력 저하, 판단력 저하,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문제를 짚어 보았다. 그 연구들에서는 대부분 6시간에서 8시간을 기준으로 부족한 수면 상태와 그렇지 않은 수면 상태를 구분하였다. 어떤 실험에서는 수면 부족을 4시간으로 규정하기도, 수면이 충분한 상태를 10시간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평균은 6-8시간을 기준 삼았다.
또한 회복 수면(리바운드 슬립), 즉, 부족한 수면 상태로 지내다 잠이 들면 밀린 수면 부채를 갚기 위해 부족한 수면에 반동해서 더 오랜 시간 잠드는 현상을 바탕으로도 추론이 가능한데, 쉽게 말해 회복 수면이 발생하는지 안 하는지로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차원에서의 연구들과 위의 재순환 시간의 자료와도 비교해 보면, 결국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우리 몸에 제공해야 하는 보수적인 적정 수면 시간은 대략 8시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면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더 많은 시간 자는 것에 대해서 옹호하는 글이나 연구들을 보기가 힘든 것일까? 굳이 배터리를 다 소모하지 않고 더 많은 시간을 자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우리 몸은 더 많이 잔다고 해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이지도 않고, 더 자기도 어렵다.(물론 회복 수면 시에는 오래 잠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면 부채를 다 갚고 난 뒤에는 더 자려고 해도 적정 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나면 저절로 몸이 깨게 된다.)
2002년 샌디에이고 대학과 미국 암 협회가 협력해 진행한 대규모 실험은 무려 100만 명을 추적 조사하였는데, 평균 수면 시간보다 적게 자거나 많이 자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평균적인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의 사망률과 비교해 1.3배 높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63만 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단시간 수면할 경우, 비만도를 나타내는 BMI 지수가 높게 나오고 평균 수면 시간인 7-8시간에 가까워질수록 BMI 지수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수면 시간이 7-8시간을 넘어가자 BMI 지수가 다시 상승하여 10시간의 수면을 취한 여성들의 경우 5시간을 수면한 여성과 비슷한 정도의 BMI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수면 시간 부족의 해로운 영향들이, 수면 시간이 적정 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들다가, 수면 시간이 적정 시간을 넘어가면서 다시 높아지는 그래프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도한 수면의 부작용은 수면 부족의 영향과 달리, 아직 그 매커니즘이 완전히 분석되지 않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암과 같은 강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 강한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질병은 동시에 잠도 더 많이 오게 하므로, 연구의 변수 조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학자들조차도 아직 매커니즘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 많은 잠이 무해하다 라는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즉, 아직 모르는 영역인 것이지, 잠을 많이 자도 몸에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 역시 8시간의 수면을 가장 균형 잡힌 시간이라고 보는 해석에는 현재로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적정 수면 시간을 어떻게든 더 줄이려고 하는 목소리들의 유혹이 무척이나 많은 편이다. 하루 4시간만 자는 단시간 수면법(나폴레옹 수면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에 관한 책이나 강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하루 4시간을 넘어 3시간, 더 나아가 하루 45분 수면으로도 충분히 더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슈퍼 쇼트 슬리퍼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게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그런 목소리들에 사람들의 손이 가는 것은,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게으른 것이라는 선입견과, 수면의 긍정적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쁜 현대인들의 삶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늘 잠자는 시간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결과라고 보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시간 수면은 유전에 의한 결과다. 하루 5시간 미만의 수면으로도 하루 생활이 거뜬하고 리바운드 슬립이 없는 사람들을 조사해본 결과,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유전 변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몇십 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02년과 2009년에 각각 단시간 수면은 유전의 결과라고 결론짓는 논문들이 나왔으며, 현재는 발견한 변이가 전부인지, 또 다른 변이 요소는 없는지에 대한 조사와, 그러한 유전적 변이가 인위적으로 조작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단시간 수면을 하면서도 끄떡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훈련으로 단시간 수면자(쇼트 슬리퍼)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혹자는 자신이 원래는 단시간 수면자인데 그걸 모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단시간 수면자는 10만 명에 1명도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해서, 수면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그 가능성에 스스로를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한다.
다만 적정 수면 시간이 8시간 정도라고 해서 모두에게 다 그렇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평균값이라고 하는 것이 항상 그렇듯 보편적으로 그러할 뿐, 개인 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평균 수면 시간은 오차가 그리 크지 않기에 8시간으로 믿고 수면 습관을 설정해도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더 정확한 시간을 찾고자 한다면, 자신에게 적정한 수면 시간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 한 달간 알람 없이 수면해 보는 것이다. 알람 없이 잔다는 것은 적정 수면 시간을 채우기 전에 깨어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부족한 수면으로 인한 회복 수면을 모두 취할 수 있게 한다. 초반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 잠을 자겠지만 점차 평균적인 자신의 시간으로 수렴하게 되어 더 줄어들지 않는 수면 시간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안식년이나 안식월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또는 프리랜서라면 적용 가능한 방법이겠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지는 않기 때문에 쉽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번째로 추천하는 방법은 매월 30분 정도씩만 수면 시간을 늘려서 찾아나가는 것이다. 수면 클리닉 등에서 수면의 충분한 정도를 체크하는 방법들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설문 응답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각성 상태가 어떠한지, 피로감이 어떤지, 아침에 일어날 때에 어떤지 등을 물어보고 그에 따라 대략의 진단을 한다. 이를 활용해, 스스로 30분씩 늘려가며 각성 상태(깨어 있는 시간들의 상태)의 피로감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아침에 일어날 때 얼마나 힘든지 등을 5점 또는 10점 척도로 체크해 본다면 일하는 삶에 지장을 크게 주지 않으면서 적정한 수면 시간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운동을 너무 세게 하지는 않아야 한다. 강한 운동은 필요 수면을 늘리는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상에서 꾸준히 이어나가는 정도의 운동을 설정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침에 일어날 때의 힘겨움과 관련하여서는, 완전히 힘겹지 않은 기상은 없음을 감안하는 것이 좋다. 사업을 매각하고 6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개인적으로 약 2-3개월 정도의 회복 수면기를 거쳐 자신만의 적정 수면 시간을 파악하게 되었는데,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압박이나 꼭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없음에도 적정 수면 시간 후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약간의 힘든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는 수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몸이 수면 상태에서 각성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의 과도기적 느낌이다. 따라서, 완전히 개운해서 바로 눈이 떠지고 몸이 벌떡 일어나 지는 기상을 10점의 기상이라고 상정한다면 영원히 적정 수면 시간을 찾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양은 그렇다 치고 타이밍은 어떠해야 할까? 8시간을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야 가장 좋을지는 사람의 하루 주기 리듬에 달려 있다. 하루 주기 리듬이란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생체 시계로, 하루 안에서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 등 자율 신경의 활성화 등을 포함해, 속히 텐션이 높아지는 때와 떨어지는 등의 흐름을 말한다. 인간의 하루 주기 리듬은 24시간보다 살짝 더 길기는 하지만 햇빛에의 노출을 통해 매일 오차 범위의 시간을 제거하여 일정한 흐름 속에 살 수 있도록 작용한다. 그런데 이 하루 주기 리듬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다소 큰 편으로, 전체 인구 중 약 40%가 아침형 인간, 30%가 저녁형 인간으로, 나머지 30%는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역시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왜 같은 종인데도 이렇게 세등분이 되어 있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다. 야생 동물의 위협 속에 살아가던 과거 조상들은 모두 동시에 자고 동시에 일어나는 수면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경우 해당 시간 동안의 위협에 장시간 무방비로 노출되어 생존에 불리하므로, 서로 다른 타이밍에 수면을 해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을 줄여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장 원시의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는 부족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부족원이 다 자고 있는 밤 시간은 거의 0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인류의 수면 패턴은 크게 세 개 정도로 구분되어 있고, 본인에게 맞지 않는 수면 타이밍을 고수할 경우, 수면의 양은 보장되더라도 수면의 질이 떨어져 피로감이 원활히 해소되지 않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다행히도 이러한 수면의 패턴은 깨어 있는 동안의 각성도가 언제 발현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측정이 어느 정도 효과적이기에, 자가 진단이 수월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타이밍을 조절하는 노력을 해볼 수 있다.
다만,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해서 새벽 아주 늦게 해뜨기 직전에 자서 점심 즈음에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올빼미형 인간도 결국은 햇빛을 중심으로 하루 주기 리듬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나 늦은 새벽에 자서 해가 뜰 때 즈음 자게 되면 뒷부분의 수면이 햇빛으로 인해 질이 떨어지게 된다. 암막 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할 수 도 있지만 하루 주기 리듬은 온도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도 하고, 어쨌든 일어난 후에는 햇빛 노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기상 시각부터 해가 진 시각까지의 시간이 매우 짧아져 하루 주기 리듬 균형이 깨지게 될 수 있다. 이에 맞춰 회사의 정책을 손본다면, 하루 중 공통 근무 시간을 규정하고, 출퇴근 시간은 공통 근무 시간 앞뒤로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8시 출근 5시 퇴근, 9시 출근 6시 퇴근, 10시 출근 7시 퇴근 등등) 모든 구성원의 수면 패턴에 맞출 수 있으므로 회사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