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최고의 컨디션을 가능하게 하는 수면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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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약 8시간은 자야 한다고 길게 설명을 했는데, 이쯤 되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8시간 수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는 모를지라도 8시간 자는 게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수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적정한 시간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울 만큼 가용 수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는 창업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하루 8시간을 오롯이 수면에만 쓰기 쉽지 않다. 하루 8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에게 하루 8시간을 자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공허한 외침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 프로그램이나 서적에서 수면에 관해 하는 말은 천편일률적으로 “하루 8시간씩 주무세요”다. 창업가로서의 지난 8년을 돌아보아도 일주일 내내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챙겨서 잔 적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되기 위해서는 수면의 양에 대해서 말할 것이 아니라, 양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질을 높여서 수면 시간이 적은 것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수면에는 그런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수면을 쪼개서 취하는 것에 대한 부분도 궁금한 사항이 될 수 있다. 침대에서 자는 시간은 적지만, 짧게는 1시간씩 걸리는 출근길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잠을 취하면 보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뒤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수면은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이렇게 분절되어 짧고 얕은 수준으로 드는 수면은, 같은 시간을 침대에서 연이어 잔 수면과 비교해 회복의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 수면 과학자들의 중론이다.(물론 안 자는 것보다는 좋다.) 다만 낮잠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이는 낮잠에 관련한 챕터에서 상술하도록 하겠다.
수면과 각성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큰 요인은 앞서 설명했던 하루 주기 리듬과 아데노신이다. 하루 주기 리듬은 24시간을 기준으로 반복되는 몸의 텐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아침 시간부터 서서히 올라가 정오 즈음에 최고 지점을 찍고 서서히 낮아져 늦은 밤과 새벽 사이에 가장 낮은 정도를 보인다. 당연히 텐션이 높을수록 집중도나 몸의 활성화 정도가 좋고, 텐션이 낮을수록 비활성화, 즉, 수면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이 하루 주기 리듬은 말 그대로 몸의 리듬이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행동들의 불규칙성이 크다면, 몸이 하루의 리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 리듬이 엉망이 된다. 다시 말해, 매번 침대에 가는 시간을 다르게 한다면, 몸이 수면에 필요한 호르몬이나 자율 신경을 조절하는 타이밍을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게 잡을 수 있고, 수면에 들더라도 얕은 정도의 수면만 이루어지도록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수면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면 첫 번째로 규칙적인 입면 시간을 설정하여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아데노신은 뇌에 생성되는 화학 물질로, 아데노신이 쌓일수록 자고 싶은 욕구인 수면 압력이 커진다. 따라서 아데노신을 24시간 측정해보면, 깨어 있는 내내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농도가 높아지다가 수면을 취함으로써 급격히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인다. 수면이 필요한 정도를 가늠하는 가늠좌라고도 할 수 있는 아데노신을 해소하는 것이 다음 날 각성 상태에서의 졸림 등과 관련해 컨디션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아데노신은 수면에 들고 나서 60분에서 90분 정도의 시간에 대부분 제거된다. 이 타이밍은 첫 번째 논렘수면이 나오는 시간으로, 해당 논렘수면의 질이 좋다면 자연스럽게 수면 압력이 상당히 해결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당연히 낮 시간의 졸음도 줄어들고 피로감도 줄어든다. 그러므로 수면의 질을 높여서 양의 부족을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에게는 첫 번째 논렘수면의 질을 사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첫 번째 논렘 수면의 질이 중요한 이유는 상당히 많다. 이 때는 아데노신뿐만 아니라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집중되는 때이기도 하다. 성장 호르몬은 첫 번째 논렘 수면이 나타날 때 약 70%에서 80% 가량이 분비되는데, 자야 할 때 깨어 있으면 전혀 분비되지 않는다. 또한 아데노신이나 성장 호르몬 분비와 별개로, 첫 번째 논렘 수면 상태의 수면의 질이 그다음에 따라오는 수면의 질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논렘수면-렘수면을 하나의 세트 주기로 보아, 주기별로 또는 논렘수면과 렘수면을 개별적으로 방해하여 수면의 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한 결과들에 따르면, 맨 처음의 논렘수면을 방해하자 그 후로 뒤따르는 수면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흐트러졌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면 전체 수면이 안정적으로 이어져 자율 신경이나 호르몬 등도 원활하게 기능하게 되어 다음 날의 퍼포먼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반대로 첫 번째 논렘 수면의 질이 낮으면 그 밤의 수면이 모두 엉망이 되어 8시간을 충분히 자더라도 개운치 못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논렘 수면과 렘수면은 매 주기마다 똑같은 비율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9분에서 길게는 120분까지도 개인 차가 있는 수면의 한 주기는 수면 초반에는 논렘수면이 지배적이다가 뒤로 갈수록 렘수면의 비율이 늘어나, 아침 즈음에는 거의 대부분이 렘수면으로 구성이 된다. 따라서, 수면의 양을 조금 희생하고 질을 높이는 선택을 할 경우, 뒷부분에 많이 보이게 되는 렘수면을 잃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렘수면은 우리의 학습 능력이나 감정 조절 능력을 주관하고, 통합적 창의 기능과 밀접히 관련이 있기에, 수면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여서 피로감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수면의 양을 줄인다는 것은 부득이 잃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해서 수면의 양을 너무 극단적으로 줄이려 하는 선택은 결과적으로는 업무 성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도저히 8시간을 오롯이 수면에 쓸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보니, 수면에 있어서 양보다 질을 집중해서 효과적인 수면을 취하는 선택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수면 시간으로서 6시간은 어떻게든 사수해보려는 의지도 함께 가져가는 것이 건강한 수면과 업무 성과의 균형점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