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최고의 컨디션을 가능하게 하는 수면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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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수면의 질을 개선시켜 수면 시간의 부족을 극복할 수 있더라도 정작 수면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장에서는 수면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변수들과 그 변수들을 어떻게 관리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를 꼽으라면 온도, 그리고 빛이다.
앞서 몇 차례 언급되었던 24시간 하루 주기 리듬을 다시 떠올려 보자. 몸의 활성화 정도는 하루 동안 깨어 있는 시간에는 올라가고 잠자는 시간에는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을 했는데, 그 기저에는 온도가 있다. 우리 몸의 온도는 피부 온도와 심부 온도로 구분되는데, 피부 온도는 말 그대로 살갗에서 바로 측정될 수 있는 온도고, 심부 온도는 피부 안쪽, 몸 내부에서 유지하고 있는 온도다. 그중 우리의 신체 컨디션을 좌우하는 것은 주로 심부 온도다. 심부 온도는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 즈음까지 가파르게 상승하고 오후 시간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저녁때에는 아침 시간과 비슷해지고 늦은 밤에는 최저로 떨어진다. 우리 몸의 활성화 정도(텐션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부교감 신경과 교감 신경(이하 자율 신경)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심부 온도가 올라가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몸과 뇌의 텐션이 올라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되고 오후부터 시작해, 해가 지고 나면 텐션이 가라앉아 우리의 몸은 수면을 준비하는 상태, 즉 비활성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루 주기 리듬 안에서 수면과 관련되는 지점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심부 온도가 약 1도 정도 내려가면 몸은 지금이 자야 하는 시간 가는 것을 인식하면서 ON으로 되어 있었던 스위치를 OFF로 바꿔 수면에 최적화된 상태로 모든 요소들을 적절하게 전환한다. 심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몸 안의 열을 빼내야 하는데 주로 손과 발이 주요 열 배출구다. 면적이 넓으면서 작은 혈관들이 많이 모여 있어 공기 접촉이 잘 이루어지는 곳으로, 잠들기 전에는 손발이 따뜻해지면서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고 그만큼 심부 온도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갓난아기들이 자기 전에 손발을 만져보면 열이 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이 역시 같은 원리다. 그런데 수면 양말과 같은 경우는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버리기 때문에 심부 온도를 떨어뜨리지 못한다. 잘 자려고 신은 수면 양말이 오히려 수면의 질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밤에 자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이불 밖으로 손발을 삐죽 내밀게 되는 현상은 이불 안에서 손발이 열을 내보내지 못해 수면이 방해받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일어나는 몸의 반응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적절히 온도를 조절해 주었더니 참가자들의 깊은 논렘수면의 시간이 길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온도는 수면의 질에 더해 입면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에도 영향을 주는데, 이와 관련된 재밌는 실험이 있었다. 체온을 조절해주는 수면 실험복을 만든 것이다. 마치 전신 수영복처럼 온몸을 감싸는 발열기를 제작해 손과 발만 선택적으로 약 0.5도 정도 일정 시간만 따뜻하게 만들어 심부 온도 조절을 촉진시켰더니 그 결과 참가자들은 평소보다 약 20% 정도 더 빨리 잠들 수 있었다. 노년층과 불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노년층들은 18% 정도 더 일찍 잠에 들 수 있게 되었고, 불면증 환자들은 입면하기까지의 시간이 25% 줄어들었다. 수면 후반부에 중간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확률도 기존 58%에서 4%로 줄어드는 확연한 변화 값을 보였다. 즉, 온도를 조절하면 빨리 그리고 깊이 잠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반 가정집에서 저런 실험복을 제작해 구비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험복의 도움 없이도 온도 조절을 잘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잠자는 방의 온도를 낮게 조정하는 것이다. 원시 시대와 달리 지금은 냉난방 시스템을 통해 집 안의 온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밤이 되면서 떨어지는 외부 온도와 접촉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는 뇌로 하여금 하루 주기 리듬 타이밍을 인식하게 하는 여러 시그널 중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게 하여 수면 타이밍을 놓치게 한다. 따라서 외부 온도를 낮게 하면 그만큼 손발의 온도 배출이 촉진되어 몸이 수면 스위치를 누르는데 기여한다. 그렇다고 너무 낮은 온도를 설정하는 것은 해로울 수 있다.(재난 영화 같은 것을 보면 극한의 추위에서 영원히 잠들어 버리는 경우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침실 온도를 21-22도 정도로 유지를 하는데,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적정 온도는 대략 18도 정도로 보통의 경우보다 약 3-4도 정도 낮다. 참고로 12.5도 미만부터는 수면에 역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목욕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심부 체온이 올라가는데, 몸은 일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격(항상성)이 있어서, 목욕을 통해 올라간 체온은 다시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때 떨어지는 정도는 올라간 만큼이 아니라 올라간 만큼의 약 두배만큼 떨어졌다가 다시 일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즉, 0.1도가 오르면 0.2도가 내려갔다가 0.1도가 올라와 정상 온도로 복귀하는 식이다. 심부 온도가 떨어지면 수면에 좋은 온도 조건이 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심부 온도와 피부 온도의 차이가 작을수록 강한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다. 따라서, 목욕 후에는 온몸으로 열을 뿜어내어 심부 온도는 떨어지고 동시에 피부 온도는 열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높아져 피부 온도와 심부 온도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게 되어 조금 더 수월하고 강한 졸음을 맞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뜨거운 물에 얼마나 있어야 할까? 이와 관련된 일본의 실험에 따르면, 40도 정도 되는 물에 15분 정도 있으면 심부 체온이 0.5도 상승하고, 물에서 나온 뒤 90분이 되면 상승한 만큼 온도가 다시 원래 온도로 내려오고, 90분 이후부터 그보다 더 낮은 온도로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잠드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잠드는 시각을 정하고 그 시각으로부터 105분 전에 목욕을 15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40도를 맞추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목욕탕의 열탕보다 살짝 낮은 게 40도 정도라고 보면 얼추 맞다. 온도계가 없을 경우, 개인적으로 체험해 본 결과, 따뜻하다와 뜨겁다 사이의 ‘뜨끈하다’ 느낌을 40도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혹시 샤워나 목욕을 아침에 하는 타입이라거나, 욕조가 없다면, 대체 수단으로 족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면 과학자들에 따르면, 족욕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온도나 시간을 다룬 실험은 없지만, 뜨거운 물은 발에 모여 있는 혈관들을 자극하여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서 열 발산을 돕는다고 한다. 사실, 마사지도 같은 효과가 있지만 마사지는 힘이 들어가는 노동이라 자기가 자기 몸을 스스로 마사지하는 동안 마사지 자체가 운동이 되어, 수면의 반대 방향인 활성화 쪽으로 몸이 향하게 된다.
온도에 이어 수면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주요 변수는 빛이다. 다시 한번 24시간 하루 주기 리듬을 언급해야 하는데, 몸은 하루 주기 리듬의 변화 타이밍을 다양한 외부 시그널을 통해서도 캐치하게 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온도와 빛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의 온도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또 빛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몸이 세팅을 바꾸는 것이다. 눈 뒤에 있는 시교차상핵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많아질 경우 각성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인식해 몸의 활성화 정도를 높이고, 빛의 양이 줄어들기 시작할수록 비활성화 정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인공조명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러한 빛의 시그널 인식이 교란되기 시작했다. 시교차상핵으로 하여금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보통의 밝은 실내 백열등의 밝기가 약 200 lx(럭스. 빛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정도 되는데 이 정도 세기의 빛에 노출될 경우 수면 타이밍을 알리는 뇌의 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50%까지 떨어진다.
빛의 종류에 있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면, 같은 세기라고 하더라도 청색 LED가 따뜻하고 노란 빛을 내는 백열전구보다 멜라토닌 억제에 두배 정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디지털 기기들인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디스플레이는 LED로 되어 있거나 백열등보다는 LED에 더 가까운 스펙트럼을 가진다. 잠자기 전 2시간 동안 아이패드를 사용하자 멜라토닌 분비량이 20% 넘게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들기 전 종이책을 읽는 그룹과 아이패드로 책일 읽는 그룹을 비교한 또 다른 실험에 따르면, 아이패드로 읽는 그룹의 멜라토닌 분비량이 종이책을 읽은 그룹에 비해 50% 이상 억제되었다. 렘수면 역시 줄어들었고 다음 날 졸린 기분이 더 들었다. 게다가 더 이상 잠자기 전에 아이패드로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며칠 동안 멜라토닌 분비가 90분 가량 지연되는 증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바로 코앞에 LED를 대고 몇 시간을 계속 있지 않은 이상 LED 빛으로 인한 효과라기보다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뇌가 자극이 되어서 아직 잘 때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결과라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는데, 같은 컨텐츠를 종이책으로 본 경우와 비교한 실험을 떠올려 보면, 자기 전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수면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따라서 저녁 시간부터는 빛의 세기를 은은하게 줄이고, 빛의 종류를 청색 LED보다는 따뜻하고 노란 전구 불빛으로 사용하고, 잠들기 전까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메일을 체크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삼가는 것만으로도 수면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빛의 조절은 어느 정도 익숙한 지식이기도 하고 사실 그렇게 획기적이고 효과성이 대단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그런지, 중요성을 낮게 보고 실천을 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아래의 사례를 공유해주고 싶다. 우주에서 생활을 하는 우주 비행사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수면의 리듬이 완전히 엉켜 불면증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NASA에서는 우주 정거장 내의 빛 환경을 수면에 맞게 조절하기 위한 장치를 조명 회사와 함께 개발했고 그 결과 수면 문제가 해결되어 조작 실수도 덩달아 줄었다. 이 사례의 핵심은, 전구 하나 개발 비용이 무려 30만 달러에 달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빛 조절의 방법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효과가 금전적으로 30만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수면에 영향을 주는 빛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조금은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