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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on couch Nov 06. 2017

소셜벤처들 간의 협업이 실패하는 5가지 이유

우리는 왜 항상 실패하는가

햇수로 약 6년 정도를 소셜 벤처를 운영하며(회사 외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해 본 경험들도 포함하여) 여러 경험들을 많이 했는데, 그중 이상하게 자꾸 실패의 경험을 하면서도 반복하게 되는 것이 협업이다.


*이때의 협업은 두 개의 브랜드가 1:1로 프로젝트를 하는 형태의 협업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모여서 공동의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윤리적 소비 시장, 가치 소비 시장의 성장, 과거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모두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가치 추구 행동 양식(개인/기업/정부에 대한 요구 목소리) 등, 여러 가지 지표와 시그널들을 통해 이 업계 의많은 사람들은 (아직은) 충분히 거대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큰 물결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부터 그런 일들을 해오고 있었던, 또는 이제 새로운 시도로서 진행하고 있는 소셜 벤처(해외의 소셜 벤처 정의 범위에 의하면 사회적 기업과 같은 기업의 형태 외 NPO의 형태도 포함할 수 있다.)들 간 협업의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그런 물결을 공동의 힘으로 더 가속화 해보자는 것이 주된 배경이고 또 무척이나 바람직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소셜 벤처, 브랜드들이 모여 무슨 무슨 네트워크, 무슨 무슨 협동조합, 협회 등을 만들거나 프로젝트 그룹을 형성한다. 특히 초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육성 기관(인큐베이팅 센터)의 육성 사업 선발, 지원 사업 선발 등을 계기로, "선발된 팀들끼리 같이 모여서 뭘 해보자. 이렇게 모이면 시너지가 나지 않겠느냐" 이런 이야기는 '거의 모든 경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항상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뭔가를 시작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단톡방을 만들거나 그룹 사업비를 짜거나, 공동 행사 아이디어를 내고 들뜨기 시작한다.)


출처 : https://www.kompasiana.com/yonbayu/menangkal-isu-keagamaan-dan-sentimen-kedaerahan-di-pilkada-2


하지만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참여한 것을 포함해서, 제대로 진행되며 큰 과실을 함께 나누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케이스들의 90%는 흐지부지 망하며 9%도 별다른 성과 없이 재무적 성과보다는 '의미가 있었고 배운 게 많았다.'정도로 마무리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는 본 적이 없지만 혹시 몰라서 그냥 남겨둔 비율이다.)


왜 소셜 벤처들의 협업은 잘 짜인 공식처럼 항상 예외 없이 실패할까.


케이스별로 너무나 다양하고 여러 개별적 상황 이유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또 그런 케이스들을 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의 이유들과 실패를 낳는 몇 가지 전조 증상들이 있었다.



1. 개별 브랜드의 생존이 너무 불안정하다.


모든 스타트업과 벤처들이 다 생존과 싸우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도 나름의 모델과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안정성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소셜 벤처들 중에는 영리 쪽보다도 그런 수준에 있는 회사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적다. 


매출이나 이익이 적어도 투자를 받은 경우라면 좀 다를 수도 있는데, 투자 자체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고, 굉장히 많은 조직들이 영업 이익이 적은 수준을 넘어, 매출이 채 1억도 되지 않는 수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아니면 그보다는 넘지만 영업 이익이 너무 적거나, 핵심사업이 아닌 임의의 사업 모델을 통해 간신히 수명 연장을 하고 있거나) 이런 상황에서 협업은 너무 먼 이야기다.


출처 : http://senacbrasil.com.br/senac-blumenau-cursos-gratuitos/

 

특히 인큐베이팅 센터나 지원 사업 주관사에 속한 소셜 벤처들은 너무 초기 단계라서 스스로를 점검하기도 바쁘다.(소셜벤처 지원 사업은 중간층이 굉장히 얇아서 대부분 아이디어, BM 설계 단계다.) 


실제 한 예로, 매년 진행되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은 수백 팀을 뽑지만 1년의 사업 기간이 끝나고 나면 없어져 버리는 비율이 J 곡선을 그리며 커진다. 협업하자고 모였는데 몇 개월 만에 각자의 사정으로 멘붕인 곳들이 태반이 되는 것이다. 이런 구성에서의 협업은 열심히 하려던 곳도 의지가 꺾이는 게 자연스럽다. 


매출 얼마, 영업 이익 얼마 이렇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개별 주체들의 생존이 공동의 활동에 영향을 매우 크게 주지 않는 수준에까지는 도달해야 한다.



2. 단체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 설정보다 더 중요해진다.


회사가 조직이고 목표 설정이 중요한 것처럼, 회사들이 모인 단체도 조직이고,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단체를 만드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일이 되어 이 목표 설정을 대충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왜 하는지, 각 회사는 왜 참여하는지 명확한 설정 없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형태로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틀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단체는 단체 나름대로, '본 단체는 A라는 필요에 의해 B를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또는 동시에 a,b,c 활동을 할 것이다.' 와 같은 목표 맵을 합의 해야 한다. 각 회사는 어떤 필요에 의해 이 단체에 참여하는지, 단체의 이 목적 맵이 자기 회사의 참여 목적 달성에 부합하는 맵인지 규정할 수 있어야 하고, 솔직하게 서로 공유하는 것이 좋다.(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의는 배제하고, 혹시라도 지원금이 목적이라면 왜 그게 목적이 되어야 하는지 솔직하게 공유하고 합의될 수 있어야 한다.)


출처 : http://www.progressfocusedapproach.com/discuss-progress-with-each-other/


소셜 벤처들은 ‘이슈’와 같이 추상적인 것을 다루는 조직이기에 특히나 이 과정이 몹시 힘들다. 단체 설립에 어떤 것을 중요한 요소로 둘 지에 대한 합의가 매우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물음과 주장들에 치우쳐져서 서로 지치거나 감정이 상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진한 과정이더라도 시간을 들여 초반에 이걸 잘 해두지 않으면 장담하건대 배가 산으로 가거나, 같은 논쟁을 모임 때마다 반복하는 상황을 맞이한다.(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며 제대로 규정하고자 하는 구성원을 피곤한 사람이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3.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혼동한다.


가치 공감을 하는 단체 구성원들과 함께 있다 보면, 혹은, 딴에는 스스로들을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 브랜드들의 모임이라고 여기다 보면, “당연히 시너지가 나겠지”라거나 “이 정도 구성원들이면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할 수 있고, 이런 사이즈로도 할 수 있고..”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결과는 단순히 물리적 결합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구성원들 사이에 굉장히 유기적인 결합이 되어서 빈틈이 없는 단체가 되었을 때 1+1이 2보다 커지는 것이지, 모여있다는 사실만으로는 1+1=0 이 될 확률이 더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개별 구성원들의 투입 가능 역량에 바탕한 계획이 논의되어야 하는데, 스스로 이 단체 프로젝트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자기가 이런 역량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거나, 여럿이 모였으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거뜬히 할 수 있겠지라는 ‘바람’에 바탕해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럼 당연히 실행되지 않는다. 


상상이 좋은거긴 한데... 흠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7wJtYwhgQLQ


만약에 과감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으면, 실행하기로 모두 결정했다면 각 구성원들은 필사적으로 그 아이디어를 실행할 인풋을 투입하는 결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솔직히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대부분 말만 꺼내놓고 나중에 대충 흉내만 내다가 어려울 것 같다며 한두 명씩 회의적인 의견을 내기 시작하고 프로젝트는 장대한 첫 삽이 끝 삽이 된다.


이렇게 스스로의 역량을 잘 모르거나/책임감이 아이디어를 못 따라가는 식의 아이디에이션 작업과 프로젝트 수립, 실행의 과정은 반복된 실패를 부르게 되고, 반복된 실패는 단체를 허망하게 만든다.



4.총대 멘자에 대한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모두가 바쁘다. 그 가운데 장을 맡거나 리더와 같은 자세로 임하는 구성원에게는 존경감을 가져야 한다. 총대를 멘 사람이 역할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역할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장이 그만큼 역할을 더 맡은 만큼, 나머지 사람들은 장이 지치지 않도록 해야할 너무 너무 큰 역할과 책임이 생긴 것이다.


단체장이 무언가를 물어보거나 요청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해 주어야 하고, 기한을 지켜야 한다. 단체장이 모임에 참석하는 만큼 전참해야 하고 지각하지 않아야 한다. 단체장이 더 많은 시간적/경제적/정신적 투자를 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단체장을 피한 구성원들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단체장이 외롭게 하지 말자. 출처 : https://goo.gl/bBEKMP


하지만 많은 경우,“일은 눈치봐서 최소한만, 과실은 균등하게” 와같은 태도를 보인다. 더 애정을 가지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박수와 함께 웃으며 단체장이라고 하는 감투를 씌워놓고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맡겨버린다. 


대단하시다, 감사하다, 죄송하다 말만 할뿐, 행동은 말과 다르다. 그 과정에서 단체장은 쏜살같이 피로해지고 외로워지고 지치고, 일을 놓아 버린다. 그리고 어떻게든 다음 단체장(이라고 쓰고 희생자라고 부른다.)을 빨리 만들고 면죄부를 쓴 구성원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 누구도 즐겁지 않고, 얻는 것도 성과도 없는 단체가 되어버린다.



5.닫힌 마음, 닫힌 관계


소셜 벤처 생태계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상당히 보편적인 폐쇄적인 성향이 있다. 소셜 이슈와 그에 기반한 해결 방식에 깊이 몰입되어 있다보니 단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일반 영리 회사, 브랜드에 대해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정확하게는 호의적이지 않다기보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엄격한 기준들을 요구하다 보니 함께 단체를 구성하기도 어렵고, 단체의 프로젝트의 컨텐츠로 구성할 때에도 컨텐츠의 풀 자체가 너무 좁아서 양질의 컨텐츠가 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이런 문제는 외부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소셜 벤처 생태계 내부적으로도 적잖이 보인다. 투자사 중심, 대학 연합 동아리 중심, 조직 형태 중심, 출신 학교 중심, 활동 지역 중심, 셰어하우스 등의 커뮤니티 등등을 중심으로 상당히 견고한 그룹핑이 되고, 그다지 개방적이지 않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친교가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바지만, 의외로 경쟁적으로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타자화하거나 행사 때마다 계속 그룹 내 몇몇의 컨텐츠만 반복적으로 섭외/등장시키며 소셜 벤처 협업 단체 프로젝트들의 컨텐츠들이 새로움을 잃고 관성화되고 반복적인 기시감을 주어 진부해지게 하는 경향들이 있음을 완전히 부정하기란 쉽지 않고, 컨텐츠도 물과 같아서 고이면 썩는다. 열린 마음과 관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출처 : https://goo.gl/3eSWCj


이상, 개인적인 경험과 지켜봤던 간접 경험을 통한 소셜 벤처들 간의 협업 실패의 이유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에 덧붙혀, 협업이 실패로 가고 있다면 반드시 나타나는 전조 증상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지각과 결석이 일상화된다.

(모임 시간뿐만 아니라 주어진 역할 수행 데드라인 미준수를 포함한다.)


불안정한 개별 회사 상황, 필요하거나 절박하지 않은 단체의 목표, 자사의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 단체의 목표, 스스로의 역량을 잘 모르는 채 던지고 환호하는 아이디어들의 더미, 단체장에게 책임을 미루는 태도, 친한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 일보다는 친교에 가까워진 상황, 이 모든 것들은 온/오프라인 논의와 모임에 대한 빈번한 지각과 결석으로 드러난다.


배달의 민족 사옥 문 앞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지각하고 싶어 지각하는 사람, 결석하고 싶어 결석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해야 하고, 그렇지 않게 일정을 사전에 간격을 두고 잡거나 매니징 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어떤 누군가가 단체의 규정시간보다 10분, 15분, 1일, 2일 늦으면서 다른 일에 시간을 더 쓰며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중요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금쪽같은 같은 시간을 당신을 기다리며 놓쳐버린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를 댈 것이라면 애초에 참여를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사업이 잘되는 사람도 안 되는 사람도, 사업하는 사람 중에 안 바쁜 사람 없다. 지각과 결석이 반복되면 그게 관습이 되어서 제대로 오던 사람도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이만큼 협업은 결연한 각오를 동반해야 한다. 아니면 욕심내지 말고 그냥 친교로 모임을 규정하는 것도 좋다. 욕심만큼 뛰거나, 욕심을 가지지 말거나, 하나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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