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게 더 낫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소셜 벤처에 있다고 소속을 밝히는 것은 그저 별것 아닌 일이면서도 때때로 번거로운 일이다. 벤처를 강조하면 '어쨋건 돈버는 회사 아니냐'는 단정이 섞인 질문을 받고, 소셜을 강조하면 '그럼 NGO 아냐?'라는 혼란에 가득찬 듯한 눈빛의 질문을 받는다.
벤처와의 비교에 있어서는 매출로서 비즈니스임을 증명하고, 목적으로 차별점을 소구하면 어느 정도 질문자는 안정감을 갖고 적당한 이해를 하게 된다.(그 매출이 어떻게 벤처야 라고 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벤처라고 하면서 형식과 모델과 꿈만 벤처지 실제로 벤처다운 매출을 내는 곳도 참 드물지 않나 싶다.)
하지만 문제는 NGO와의 비교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NGO는 지속가능하지 않지만 소셜 벤처는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NGO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온 새롭고 우월한 개념처럼 설명하곤 한다.
잘못된 설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지속가능하다고 하려면 지속함을 증명해야하는데, 지속가능함을 내세우면서 소셜 벤처들이 더 빨리 폐업 신고를 하게 되는것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참조 : 소셜벤처들 간의 협업이 실패하는 5가지 이유) 오히려 NGO는 그 오랜 역사의 시간동안 끊임없이 소외된 세상에 대한 문제들을 사회에 제기하며 관심을 촉구하고 사람들을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이끌어 온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답을 하는게 맞는 대답일까? 어떤 대답도 쉽지 않다면 질문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질문을 재정의해보자면,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이 더 뛰어난가가 아니라, '각각의 모델이 중요시 여기는 역량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쓰여야 가장 효과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는가'로 고민의 방향을 다시 잡아볼 수 있다.
여러 이론과 의견들이 있겠지만 NGO와 소셜 벤처의 역량의 차이는 대상자에 대한 차이가 아닐까 한다.
NGO는 수혜 대상자 자체에 대한 전문성과 체계적인 관리에 있어서 뛰어나다. 이때 수혜 대상자는 사람일 수도, 동물일 수도, 환경일 수도 있다. 반면 소셜 벤처는 지불 대상자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가치 제공 활동에 뛰어나다. 마케팅 이라는 단어와 잘 붙는다.
둘은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역량에 있어서 차별적인 성향과 영역을 가진다. 그런데 이런 차별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아래와 같이 나아가려고 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많다.
1) NGO가 NGO의 역량만으로 지불 대상자에게 모금이 아닌 거래를 어필하려 한다.
2) 소셜 벤처가 소셜 벤처의 역량만으로 수혜 대상자에게 접근한다.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그럼 대부분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 하면, 1)의 경우, 좋고 필요한 이야기지만 관심과 자원을 얻는 데에 실패한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비용만 집행한채 자금 마련에 실패하거나, 자금 마련에는 어떻게 성공은 했지만 공익 목적의 재화, 서비스에 대한 안좋은 시선을 강화시켜 큰 관점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동을 힘들게 한다.
유니클로나 자라같은 스파브랜드가 비윤리적이고 비환경적인 생산 배경을 가지므로 그런 곳에서 제품을 사는것은 나쁜 일이에요, 그러니 착하게 만들어진 우리 옷을 사세요. 라고만 하면 소비자로서는 참 난감하고 불편하다. 선택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행동을 죄로 만들어 놓고 죄를 짓지 않으려면 가격은 높은데 퀄리티는 낮고 근처에 잘 있지도 않은 곳에 가서 사야하는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것이다.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낮추는 혁신을 하거나, 높은 가격이 수긍될만한 브랜딩 작업을 충분히 진행하거나, 디테일에 집착하는 제품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윤리만 외치는 것에 지갑을 열고 환영할 사람은 슬프지만 많지 않다.
2)의 경우, 수혜자 관리 프로그램과 인원 또는 설비를 새로 마련해야 하는 부분에서 고비용 구조를 가지게 되거나 종합적이고 오랜 시간에 걸친 문화적인 맥락에 입각하지 않은 접근으로 인해 문제를 잘못 정의하게 되거나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효과들을 만들어 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개발 도상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NGO들이 이미 있다. 거기에 또 자기 관점을 욕심내며 지부를 만들고 관리하는 인원을 파견 또는 고용 배치하고 운영하는 작업은 자기 관점이 왠만한 차별적인 요소를 가지지 않는 이상 한정된 자원이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비효율적으로 쓰인다고 생각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
따라서, 각자 특장점이 발휘되는 곳에서 각자 더 뛰어날 뿐, 혼자 다하려고 하면 조직 형식에 상관없이 뛰어남 자체가 증발해 버린다. 올바른 방향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두 조직이 협업하거나, 아니면 한 조직 내에 상호 다른 성향의 인원들을 교육/고용해서 내재화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NGO는 NGO로서의, 소셜 벤처는 소셜 벤처로서의 아이덴티티가 HR 과정에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고 그런 사람만 뽑거나, 다른 성향의 사람을 뽑아도 지배적인 조직의 아이덴티티로 동화시키는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협업이 제일 효과적인 방향성이라고 생각된다.(물론 수혜 대상자와 지불 대상자가 같은 BM을 가진 조직도 있다. 그 경우가 모델상으로 가장 멋지지만 두가지 속성을 모두 적절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가장 어렵다.)
쉽고 짧게 정리하면, ''나와바리' 마다 뛰어난 조직이 다르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나와바리'의 고수가 모두 필요하다' 이런 것이 될텐데,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그래서 NGO랑 소셜 벤처 중에 어떤게 더 나은거야" 라고 계속 추궁한다면, 이런 대답이 그중 차선일 것 같다.
협업하지 않으면 둘 다 그냥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