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중요하지 않은 것은 디지털로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가끔,
삶이 너무 복잡하고 신경쓸 것이 많아, 정말 집중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데에 방해감을 느끼는 때가 있다.
정말 사랑하는 것, 아끼는 것, 중요한 것, 설레는 것,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것들은 나를 적극적으로 방해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신경 램의 일부를 쓰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의 방해로움은 너무나 오랜 시간 누적된 탓에, 그 방해로움 자체가 잘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인식하지 못한 채로, 불필요하게 뇌를 게속 쓰고 있달까.
그래서, 그런 이야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 다 제거된 상태를 볼 때의 기분과 의식의 상태를 상상해 보면 조금 더 이야기가 수월해진다.
옷장의 옷들 중 80%가 사라졌다고 해보면,
다용도실에 있던 잡동사니가 모두 사라졌다고 해보면,
더이상 읽지 않을 책들이 다 사라졌다고 해보면,
그래서 책장 자체가 사라졌다고 해보면,
책상 위 자질구레한 소품들이 모조리 사라졌다고 해보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기분이, 주말에 집에서 머무는 그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쾌적하고, 고요한 여유로움이 깃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산만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명상을 할 때의 개운하고 생각이 맑아지는 기분을 눈을 뜬 상태로도 느낄 수 있다.
시선에 공백이 있어야 생각에 여유가 깃들고, 여유가 깃들어야, 중요한 것에 중요한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그것이 중요한 프로젝트의 일이든, 나에 대한 생각이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복잡한 현대 사회를 잘 살아내는 단초는, 그 가운데, 중요한 것에 얼마나 오롯이 선명하게 집중해서 사료할 수 있는가에 있지 아니한가, 싶다.
그런데 문제는,
충분히 물리적인 미니멀리즘으로 나아간 그 가운데에서도 스마트폰을 열어보는 순간 순간마다, 그 고요한 여유로움이 온전히 유지되지 못하고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쌓여 있는 짐은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것처럼, 쌓여 있는 앱들은 존재만으로도 심리적 피로감이 느껴진다.(심지어 앱들은 자신을 봐달라고 푸시 알림까지 쏜다.)
보통 스마트폰에는 앱이 몇개나 있을까? 약 102개 정도로, 그중 한달간 쓰는 앱의 숫자는 38개에 불과하다.(2018년 자료니, 그동안 얼마나 더 다양한 앱들이 생겨났을까)
조금 더 최근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살펴보자면, 스마트폰 유저당 최소한 80개 이상의 앱을 설치하고 있는데, 이중 하루에 쓰는 앱은 평균 9개, 한달 동안에는 약 3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략적으로, 설치된 앱들 중 실제로 하루에 쓰는 앱은 10% 정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자료를 보고, 바로 내 스마트폰에 있는 앱의 개수를 세어보았다. 무려 195개였다. 그렇게 많이 설치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정말로 내게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며 지워나가려 한다.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을 디지털에 의존하고 사는 세상이 되었기에, 물리적인 것을 정리하는 것과는 다른 기준들이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해보면서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