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슬로건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
브랜드 슬로건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있는 경우가 많지만..) 브랜드 슬로건에는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혹은 미션/비전이 녹아있다. 특히 웹/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브랜드 슬로건 = 제품의 USP'인 경우가 많다.
어느덧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게 된, 금융서비스 세 개의 슬로건을 비교해봤다. (철저히 뇌피셜!)
얼마 전의 일이다. 누군가에게 송금받을 일이 있어서 나의 카카오뱅크 계좌를 보냈더니, 이건 어떻게 하는 거냐고 전화가 왔다. 들어는 봤는데 뭔가 다른 거 아니냐고. 다른 은행처럼 그냥 이체해도 되는 거냐고.
인터넷전문은행은 나와 같은 고객에겐 혁신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여전히 낯설고 불안한 것일지도. 눈에 보이는 실체(지점)가 없기 때문에, 은행이라는 본질을 의심하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슨 업무 때문에 오셨나요?" 청원경찰이 인사를 건네며 번호표를 뽑아주는 것이 익숙한 세대에게 특히 그렇다.
그러니까 '같지만'은 "우리 은행이에요~(안심하세요~)"라는 뜻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답게 여신과 수신을 모두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생략하여 기존 은행들보다 더 은행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년 만에 1,000만 명이 사용하게 된 카카오뱅크. 특히 나처럼(?) 젊은 세대가 많이 쓴단다. (관련 글) 다른 은행들에 미안하지만(왜?)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은행은 카카오뱅크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따로 써야겠다.
어쨌든 카카오뱅크 슬로건의 방점은 '다름'에 있다. 은행의 통념을 소비자 중심으로 야금야금 갈아엎고 있는 이들의 힘은 UI/UX. 26주 적금, 세이프박스 그리고 저금통에 이르기까지, 은행의 기본 상품조차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과 달리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실제로 경쟁자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은행: "같지만 다른 느낌으로. 오케이?"
카카오뱅크: "같은 걸 다르게 풀자. 오케이?"
같지만 다른 은행, 카카오뱅크. 부디 앞으로 더 과감하게 움직여주길.
송금, 보험, 계좌관리, 카드조회, 신용관리 그리고 투자와 결제에 이르기까지. 토스는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쉽다'는 단어 하나로 설명한다. 토스는 애초에 '송금이 왜 이렇게 불편해?'라는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했고, 계속해서 쉽고 간편한 제품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쉽다'는 말은 특정 브랜드가 선점하기엔 너무 평범한 말이다. 그런데도 토스가 '쉽다'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금융'의 특징 때문이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송금' 조차도 토스가 등장하기 전엔, 절대 간단하지 않으니까. (아주 편해졌다고 생각했던 폰뱅킹 역시, 앱 실행 > 공인인증서 로그인 > 계좌 정보 입력 > 공인인증서 암호 재입력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토스의 서비스가 '극단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다. 처음 토스를 접했을 땐 '이렇게 송금이 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압도적인 간편송금 서비스를 바탕으로 폭풍 성장한 토스의 MAU(월간활성사용자)는 어느덧 1,000만 명에 달한다. (관련 글)
발신자와 수신자가 무조건 존재하는 송금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토스의 리퍼럴 이벤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쨌든 유저 수가 깡패라고(?) 이들은 성장 속도만큼 빠르게 서비스 영역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토스 웹 메인의 문구는 '내 모든 돈을, 토스에서 간편하게.' 계속 강조해왔던 '쉽다'가 사용성 측면이었다면, 새로운 문구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서비스의 효용을 전달하고 있다.
이미 토스는 단순 간편송금 서비스를 넘어섰다. 송금은 결국 계좌의 연결을 기반으로 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바로 이 '연결'이 현재 토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송금만 두고 보자면, 나는 이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훨씬 많이 쓴다.) 그리고 '연결'의 효용은 수입과 지출 등 돈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 등을 제외하면, 토스는 거의 모든 은행/증권사의 계좌를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고 (나는 사용하지 않지만) 신용카드까지 연결할 수 있으니, 많이 연결할수록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쉬워진다.
이제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을 꿈꾸는 토스. (관련 글) 토스 뱅크는 어떤 슬로건을 내세울까? 은행이 쉬워진다? 은행을 토스하다? 다르지만 같은 은행? 뭐든 간에, 기대된다. 제품을 기깔나게 뽑는 토스니까.
몇 년 전, 간편 결제 서비스에 대한 연령별 인식 차이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젊은 층은 편리함을 훨씬 중요하게 여길뿐더러 간편결제가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여, 안 젊은 층(?)은 보안상의 문제를 걱정하여 간편결제를 꺼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다. 젊은 층이 차오르면서, 간편결제는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되었다.
Toss는 '전달(송금)', Pay는 '지불(결제)'
카카오페이는 메신저를 통한 간편송금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토스와는 방향이 다르다. 토스가 '송금'으로 시작하여 다른 영역으로 확장했다면, 카카오페이는 '결제'의 개념으로 송금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달까.
돌아와서, 그래서 카카오페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태생이 모바일인 이들에게 '쉽다'는 말은 너무 일상적인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토스와 달리 간편송금 같은 특정 기능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카카오페이는 '마음을 놓다'라는 중이적인 표현을 꺼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이미지는 '안전'이다.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겠지만, 국민 메신저답게 더 많은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돈이랑 관련되어,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건 역시 안전일 테니까.
결제나 송금이 이렇게 휘리릭~ 뿅! 되다니 너무 좋네. 근데 또 휘리릭~ 뿅! 다 털리는 거 아냐? 마음을 놓고, 안심하려면 신뢰가 있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믿음. 신뢰는 행동으로 쌓는 것이지만, 그전에는 열심히 말하는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 마음 놓고 쓰세요!)
마음을 놓는다는 것은 동시에 쉽고 편리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금융은 많은 이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이고, 실제로 수많은 금융 상품들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다. 이래저래 한다는데 그냥 그러려니 해버리는 것들. 그렇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들은 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어딘가 모를 그 찝찝함이, 귀찮음 보다는 작아서 늘 묵살당하지만. (그래서 난 호갱인가 보다..) 마음 놓고 쓴다는 것은 그런 감정이 해소될 만큼 쉽고 간편하다는 뉘앙스도 있는 것 같다.
'금융하다'는 도저히 대체어를 찾지 못하여 택한 단어 같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금 덜 와닿는다. (그냥 '금융 관련된 건가 보네' 싶다.) 아, 그게 뭐더라.. 한참 생각하다가 영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급히 마무리한 느낌.
1. 카카오뱅크: 은행의 새로운 스탠다드.
2. 토스: 송금 특화, 자산 모니터링 툴.
3. 카카오페이: 가볍고 편한 모바일 지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