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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Nov 27. 2019

이런 아픔, 다신 없길..

항문터진이야기 (하)

항문터진이야기 (中) 에서 계속..



*특정 질환과 치료에 관한 글이지만, 노골적인 표현으로 인해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두 번째 수술

어차피 받아야 한다면, 미룰 필요가 없다. 또다시 연차를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최대한 늦게 수술을 받으면, 몇 시 정도에 받을 수 있을까요. 간호사님에게 물어 일정을 잡았다. 두 번째 수술은 (척추마취가 아니라) 국소마취로 진행했다. 날카로운 바늘이 여리디여린 나의 환부에 꽂히는 순간, 어찌 참아낼 도리가 없이 몸이 튀어 올랐다. 새우처럼 몸을 굽혔다 다시 축 처진 내게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좀 아프실 거에요. 아니에요, 선생님. 환장할 정도로 아파요.


첫 번째 수술과 달리 줄곧 타는 냄새가 났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이니 불감훼손이 효지시야라. 머리를 스치는 사자소학 한 줄. 식은땀을 흘리며 수술 침대 귀퉁이를 부여잡고 신음하는 나를 타이르며, 선생님은 자꾸 거의 다 끝났다고 말했다. 중간에 몇 번, 벌떡 일어나 노발대발 길길이 날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항문을 만들어주시려고 이렇게 끝없이 지지는 거죠. 그 정도면 먹고 쌀만 할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 선생님은 두 가지 말을 되풀이했다. 아프시죠, 거의 다 됐어요.


수술 후, 옷을 갈아입고 병원을 나섰다. 꿈인가 생시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다시 터지는 일은 거의 없다더니. 그런데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터벅터벅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돌아왔다.




회복ing..

괄약근 힘도 좋고, 이제 다시 안오셔도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진료를 마친 의사 선생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하시면 한 번 더 오시고요. 아뇨, 괜찮아요. 그럼,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과 달리 회복은 더뎠다. 두 번째 수술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엉덩이 컨디션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다시 병원을 찾을 만큼 이상이 있지 않으니, 그저 엉덩이를 잘 달래야겠단 생각뿐이다.


수술과 재수술, 그리고 회복(혹은 관리)을 겪으며 건강한 식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에 따라 몸은 솔직하게 반응한다. 결국 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선, 건강한 생활이 답이다. 자꾸 삐져나오는 뱃살처럼, 치핵이 다시 튀어나오지 않도록...


착하게 살자!




tmi 그 자체..

저와 같은 질환을 앓았거나, 현재 치료/회복 중인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1. 좌욕의 중요성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환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 뿐 아니라 통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내는 회사에도 좌욕기 가져가서 하라며 놀려댔지만) 낮에는 못하더라도 아침저녁에는 꼭 하세요. 특히, 배변 후에는 꼭 하세요. 배변 시간은 최대한 줄이고 바로 이어서 좌욕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조금 높은 온도로) 좌욕 물을 받아놓으세요. 배변 직후, 죽음의 고통을 진정시키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2. 가짜 변의 참기

수술을 받고 오래 못 쉬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오히려 회복이 빠르더라. 의사 선생님은 이물감 때문에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겠지만, 참을 수 있을 때는 적당히 참으라고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참기 싫어도 참아야 하는 직장인들이 유리한 면이 있다는 말이었죠. 실제로 겪어보니, 회복 기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에서 화장실 가는 것을 몹시 꺼리게 되더군요. 덕분에 출근 전과 퇴근 후, 정기적으로 적당한 횟수의 배변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열기와 밀기

배변 횟수와 함께 또 하나 주의할 점이 배변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전에는 몰랐던 느낌인데, 배변 시에 엉덩이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니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장기들의 마음이 하나가 된 완벽한 타이밍에는 엉덩이가 '열리'고, 어딘가 불편하거나 억지스러운 상태에서는 엉덩이가 '밀린'다는 것. (달리 말하면) '열릴' 때에는 힘이 빠지고, '밀릴' 때에는 힘이 들어갑니다. 2번(가짜 변의 참기)과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밀어야 할 때는 참고 열릴 것 같을 때 화장실에 가야 하겠죠. (보통 변비가 있는 경우, 변기 위에 오래 앉아 '밀기'에 몰두합니다. 치핵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


4. 식이섬유와 물

수술 후에 병원에서 받은 주의사항에는 식이섬유에 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원활한 배변 활동과 회복을 위해 매일 섭취하고, 반드시 많은 양의 물과 함께 먹을 것. 물을 적게 마시면 식이섬유는 오히려 배변에 장애가 된다고 합니다. 물 많이 드세요. 온종일 일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이 못(안) 마십니다. 그냥 출근하자마자 물을 2~3컵 마시고 시작하세요. 곧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게 됩니다. 가는 길에 한 잔, 오는 길에 한 잔 더 드세요. 생리현상을 이용한 물 마시기 전략입니다.


5. 좋은느낌

환부의 위생과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품입니다. 아기용 밴드 기저귀는 (제일 큰 제품도) 불편합니다. 저는 수술 후, 한동안 좋은느낌 오버나이트를 사용했어요. 신세계입니다. 슈퍼울트라짱입니다. 종일 마음이 편안합니다. 소형거즈를 함께 사용하며 교체해주면, 더욱 쾌적한 엉덩이의 하루를 지켜줄 수 있고요. 어느 정도 회복된 시점부터는 대형, 그다음에는 팬티라이너를 사용했습니다. 대형에서 팬티라이너로 갈아탄 순간, 엄청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2019년 가을. 더럽게 쓰라린 기억의 기록. 쓰려 했던 tmi가 훨씬 많았던 것 같은데, 그새 다 휘발됐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구나.

뿡뿡..






항문터진이야기 ㄲㅡ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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