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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Jan 01. 2020

광고주에게 하지 못한 말

코카콜라컴퍼니 아쿠아리우스 런칭 PT의 기억

메모장에서 발견한 (미처 말하지 못한) 나의 답변.

2015년 3월, 두 분 대표님들과 함께 참석한 아쿠아리우스 광고주 PT. 짧지 않은 시간, 적지 않은 정성을 들인 프로젝트였다. 발표 후 광고주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감히 막내가 공식 답변을 해도 될까 망설여졌다. 그래도 분위기를 봐서 한 마디하고 싶어, 현장에서 남몰래 메모장에 적었던 나의 답변. 지금 보니까 무척이나 풋풋하네. (웃는 타이밍까지 적어놨다니.. 맙소사..)

당시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은 해당 질문과 나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당시 우리가 준비했던 아이디어를 (나의 비루한 기억력으로 되짚어) 간단히 적어보자면..

1. 이온음료 시장 절대강자 포카리스웨트.
2. 파워에이드, 게토레이는 스포츠 이미지 확고.
3. 'vs이온음료' 말고, 'vs물' 개념으로 접근.
4. 물엔 없고, 이온음료엔 있는 것에 주목.
5. 제품 근본 속성에서 '밸런스' 키워드 도출.
6. 몸 안의 '밸런스'가 깨지는 일상 속 상황?
7. 일상 속에 비일상적인 순간 'DANCE'!
8. '포카리(일상)', '파워에이드(스포츠)'와 구분.


아래는 당시 광고주의 질문과 메모장에 적어놓았던 나의 답변.


AQ PT Q&A

01_ 소비자 입장, 구매하는 KeyDriver는? (포카리 대신 먹어야 하는, 포카리랑 비슷한 음료라는 것을 알 수 있는 Common Area는?)

먼저, 포카리는 절대 강자이다. 현실이 그렇다. 그대로 붙으면 진다.

잠시 포카리를 차치하고 생각해보면, 음료는 정확한 대체재 관계가 성립할까? 나는 콜라도 마시고 사이다도 마신다. 파워에이드도 마시고. 코카콜라에 있는 수많은 음료들은 서로 싸우지 않고 내 몸에 잘 들어온다. (웃음)
포카리를 이기고, 더 큰 시장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trial이다. 비교 광고나 비교 우위를 통해 가는 전술도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정확한 개성과 이미지를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포카리 대신 먹게 하려면 “vs포카리"를 강조해야할까? 공통분모를 묻는다면, 이미 카테고리에서 공통분모가 있지 않은가. 아쿠아리우스가 스낵 코너에 있지 않을테고.
간단히 말해서 우리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은 존재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와 포지셔닝 그리고 포지션의 확장을 위한 초석을 닦는 것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
기능적으로 무엇이 더 들어간다, 아미노산이 좋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맛이 더 좋다면 맛을 소구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음료를 구매하는 이유는 정말 많지 않을까?

02_ Bottle Design에서 Balance는 어떻게 표현된 것인가? 너무 평이한 것은 아닌지?
일단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밸런스의 폭을 좁히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밸런스가 너무 기본적이거나 직관적인 그러니까 좁은 의미로 해석되기보다는 모든 종류의 밸런스 혹은 밸런스라고 생각지 않았던 범위까지를 아쿠아리우스의 이미지로 가져오고 싶다. 일상 속에 땀을 흘리지 않는 것도 밸런스라고 할 수 있다. 땀을 흘리는 것도 밸런싱으로 볼 수 있고. 댄스라는 소재를 통해 다른 경쟁자들과 선을 그었는데… 일단 다시 바틀 디자인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하자면, 다양한 쉐입을 넣을 수 있지만, 일단 프로토타입으로서 디자인은 이렇게 간단한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음료가 라벨도 가장 심플하게 표현하여 내용물 즉, 음료가 가장 잘보이는 보틀이다. 물을 담아도 되고, 다른 주스를 마셔도 좋다. 조금 억지스럽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몸속’이 보이는 음료가 되지 않을까. ‘몸속’에 도움이 되는 음료니까. (죄송합니다.) (웃음)

03_ Bottle Design이 마이보틀과 유사하다. 아쿠아리우스를 담기에 적절한가?
마이보틀이 워낙 대히트를 했지만 이런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가 마이보틀은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 보온병도 이렇게 생겼었다. (웃음) 이런 물통은 흔했다. 2015년 키워드 중에 Norm-Core라는 표현이 있다. 아시겠지만. 마이보틀, Norm-Core, 이런 것들은 어쩌면 시기적으로, 흐름적으로, 그 유명세나 인지도가 우리 제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쿠아리우스를 담기에 적절한가에 대한 부분은, 앞서 밸런스와 어울리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조금 더 보태자면, 기본형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무쌍한 보틀, 더 재미있고 확장성이 있는 보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틱톡을 생각하면, 당시 우리가 제안한 키워드가 안 팔린 것이 조금 더 아쉽다.. (너무 일렀으려나?)


당시 메인모델로 제안했던 Les Twins의 레전드 영상을 끝으로 회상 마무리.. (진짜 오랜만이다..)

출처: youtu.be/_XLGYxeL1iQ
출처: youtu.be/3GNG12g2b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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