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3 부산 화명동

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다.

by 길낯선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출근하고 퇴근했고, 근무 중에는 (다양한 업무를 보기는 하지만) 주로 나의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보냈다. 유일하게 쉬는 일요일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내가 전혀 가보지 않았던 길을 지나게 되었다. 어둡고 깜깜한 골목길이라면 으레 많은 사람들이 무섭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때만큼은 모르는 길을 지나 집으로 가는 과정이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또한 최근에 글을 꾸준하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나와 같이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동료가 나에게 글을 잘 쓴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었고, 얼마 전부터 이곳 브런치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 친구의 글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찍은 사진들과 내가 쓴 글을 모아 이곳 브런치에 올려보겠다는 결심이 섰다.



걷는 길마다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잎들이 길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오늘 나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내가 선택한 동네는 부산 화명동이었다. 그곳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양산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화명'이라는 지명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날씨는 비교적 따뜻했다. 오히려 시내를 계속 걸으니 몸에서 열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골목길의 모습들을 가능한 많이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고 정적이 흐르는 골목길이 좋았다. 건물이 세련되지도 않으면서 내게 친숙한 느낌을 주는 주택들이 나의 본가를 떠올리게 했다. 고등학생 때 주말이면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에 공부를 하러 걸어가곤 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매번 다른 길을 택해서 이동했다. 새로운 길이 나에게 주는 묘미가 있었다.



화명동의 골목길을 걸어다니며 나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건물들을 찾아 헤맸다.


나는 태어나서 30살이 된 지금까지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주택이 좀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나의 부모님 세대가 보통 그렇듯이 처음에는 단칸방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더 큰 집으로 옮겨갔다. 나의 첫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단칸방에서 우리 가족이 지냈지만,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기에 나는 그 집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다. 이후 초등학교 2학년 무렵까지는 단독주택의 2층에 있는 집에서 지냈고, 막내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비로소 지금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적당히 오래된 단독주택을 보면 이 집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게 된다. 마치 제사나 명절 때 방문하던 조부모님 댁이나 친척 집을 방문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집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생활양식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가 느낄 수 있었다.


화명동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많은 은행나무를 보았다. 노란 은행잎들이 길의 곳곳을 채워준 덕분에 나는 오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꽤 괜찮은 사진들을 건질 수 있었다. 지구 가열화 때문에 거의 가을이 사라진 게 아닌가 싶었지만, 평소에 밖을 자주 돌아다닐 일이 적은 나로서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화명은 꽤나 도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도 했다.


골목길을 어느 정도 돌은 뒤에는 큰 길가로 접어들었다. 금곡대로를 따라 걸으니 화명동도 꽤 큰 동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아 사진으로 담지는 않았지만, 화명장미공원을 지나면서 이렇게 멋진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도심 속에 이렇게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살기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기를 기대하며!


매일같이 출근하는 일이 때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무언가 꾸준히 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매번 실감하고 있다. 예전에도 브런치에 글을 써서 작가 신청도 통과한 경험이 있지만, 글을 꾸준히 쓰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내가 브런치를 하고자 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말로 즉흥적인 소통을 하는 것보다 정제할 수 있는 글로 소통하는 방식을 더 편하게 느낀다. 대신 내 마음속에서 나온 글이어야 한다. 내가 잘 모르는 대상에 대한 글을 적으면 스스로 어색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내 마음속에서 소화된 내용을 글과 사진으로 잘 풀어써보려고 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