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과 힙한 공간의 사이에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오늘 아침엔 유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부산 망미동에 가보겠다고 결심한 터였다. 내가 사진을 찍으러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즉흥적으로 정하고 있다. 경남 양산으로 이사 온 지도 1년도 채 되지 않았을뿐더러, 나는 평소에 집과 일터를 왔다 갔다 가는 집돌이여서 주변 지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갈 뿐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대중교통을 이용해 새로운 동네를 방문하는 것은 나에게 설렘을 가져다준다.
망미동은 이전에 한 번 방문한 경험이 있던 동네이다. 대학생 시절에 짧은 기간 부산 IFC몰 근처에서 연기 수업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수업이 끝난 뒤에 망미동을 방문했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동네에 독립서점들이 많았었는데, 알고 보니 그때 내가 갔던 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사실 망미동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오늘 알게 되었다.
망미동은 저번주에 방문했던 화명동보다는 크기가 작게 느껴졌다. 동의 경계가 되는 배산역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다시 동의 다른 경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망미동은 대부분 조금은 오래된 주택과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실 이러한 감성을 주는 골목들이 내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걸어가면서 한국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익숙한 음식점의 냄새를 맡았다. 그때 기분은 마치 타국 살이를 하다가 한국에 귀국해 공기를 들이마시는 느낌이랄까...?
망미1동을 돌아다니다 보니 내가 직접 사진으로 담지는 않았지만 재개발과 관련된 현수막이 길거리에 달려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내가 정확한 사정은 잘 알지 못하지만, 본격적으로 재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이 동네를 거닐면서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슬펐다. 언젠가 나중에 다시 망미동에 돌아가게 된다면, 과거에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곳을 추억하고 싶다.
동네를 걸어 다닐 때 보통 지도 어플을 통해 내가 걷고 있는 위치를 확인하면서 다니는 편인데, 나는 망미동의 골목길을 걷던 중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 사진으로 촬영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셨지만, 막상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사진의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아 그만 지우고 말았다. 그곳은 서점과 카페를 겸한 곳이었는데, 오래된 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책방지기의 컬렉션을 구경하고 책을 구매해보고 싶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대신 망미1동을 벗어나 독립서점이 있는 동네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면서 어플에 나와 있는 서점들을 하나씩 눌러보니 일요일이었던 오늘 문을 여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기를 포기하고 대신 망미2동으로 넘어갔다. 망미2동에 들어서면서 겉에서 언뜻 보았을 때는 산업 단지 건물들이 조금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망미1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택들의 풍경이 보였다.
그렇게 망미2동을 계속 걸으며 언제 집에 갈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건물을 발견했다! 바로 F1963이었다. 사실 나는 올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곳이 망미동에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F1963을 방문해 서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오늘 망미동 방문의 숨은 목적이 여러 독립서점을 돌아다니며 책들을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애초 기대대로 되지는 못했지만 대신 대형 서점을 찾게 되어 기뻤다.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두 권을 구매하고 밖으로 나섰다.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중고 도서 서점이라 비교적 저렴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 책들은 또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가져다 줄지 기대가 된다. 이렇게 망미동 투어도 마무리했다.
오늘 배산역에서 도착해서 나오는 길에는 낙엽이 조금씩 떨어져 가는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내일이면 12월이지만 여전히 따뜻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수영역까지 나를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사진을 남겼다.
돌아가는 길에 인스타그램에서 글 하나를 읽게 되었다. '산책하며 사진 찍기'가 큰 회복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하면 익숙한 곳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고, 일상에서도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마침 내가 시도하고 있었다니! 뭔가 모르게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앞으로 가고 싶은 동네도 마음속에 이미 몇 곳을 정해놓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번들 렌즈 말고 망원 렌즈로도 사진을 남겨보고 싶다. 오늘 산 책의 이름처럼, 그 렌즈로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