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7 포항 장량동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by 길낯선

대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 은사님은 1학년 때 팀 교수님으로, 친구들은 동아리를 통해서 만났다. 우연이 겹치고 겹쳐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맺어 나갔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한 학기에 한 번씩 학교가 있는 포항에 찾아가서 식사를 함께 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양산에서 오전 9시 5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터미널에서 부산에서 온 친구와 만났고, 장량동으로 이동해 미리 예약해 두었던 식당 앞에서 교수님의 얼굴을 뵈었다. 서로 무척 반갑게 인사했다.


먼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설명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회사나 직업으로 서로를 설득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신앙 아래에서 서로의 존재를 응원해주고자 한다. 친구가 자신의 마음이 어려웠을 때를 이야기한다. 교수님께서 'Doing' 보다 'Being'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신다. 이런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신앙심이 깊지 않은 나도 하나님을 믿고 살아보겠다는 용기를 내게 된다.



별로 쌀쌀하지 않은 12월의 날씨 좋은 하루!


교수님과 헤어지고 친구와 장량동 골목을 걸어 다녔다. 한때 이곳은 내 삶의 전부였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던 정류장과, 학교 선후배들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던 음식점과 카페, 그리고 내가 잠시 자취를 했던 원룸 건물이 보인다. 장량동은 대부분 원룸촌으로 이루어져 있다. 긴 시간은 아니라 자세히 살펴본 건 아니지만, 포항은 내가 대학교를 졸업한 2023년 2월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나도 양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이곳 포항 곳곳에도 '임대' 글자가 붙어 있는 건물들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대부분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내 기억 속의 양덕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는 없었던 서점 하나를 발견했다. 오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방지기의 밝은 에너지에 나도 힘을 얻었다. 책방지기는 우리에게 이 서점이 어떤 서점인지, 공간 곳곳에는 어떤 책들이 비치되어 있는지, 지금 어떤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지 친절히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책방에 방문하면 나도 모르게 사고 싶은 책을 고르게 된다. 그렇게 에세이 두 권을 구매했다. 한 권은 친구가 추천해 준 책, 다른 한 권은 내가 고른 책이었다. 이 서점에서는 쿠폰도 찍어주고, 제비 뽑기로 작은 선물도 나눠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서점에서 경험한 인상적인 점들을 내가 운영하는 공간에도 잘 적용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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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촌 골목들을 지나가면서 추억을 곱씹는다.


동네를 조금 돌아다녀 봤는데, 복제품처럼 나열되어 있는 원룸 건물이 대부분이라 솔직히 촬영하고 싶은 모습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302번 버스를 타고 학교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다행히도 동행한 친구가 나를 잘 따라와 주었다. 학교에는 새롭게 생길 건물과 나의 졸업 후 새롭게 생긴 건물, 추억이 남아 있는 건물 등등이 나름대로 조화롭게 세워져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내 삶의 전부였던 곳이다. 그때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이 내 마음에 파도처럼 흘러 들어왔다. 나는 아마 이곳을 앞으로 평생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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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의 곁에 와주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포항터미널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양산에 돌아가면서, 다시 한번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교회를 종종 가더라도 목사님의 설교는 솔직히 와닿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은 내가 세상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것을 내게 상기시켜 주신다. 아 그랬었지, 하나님은 나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 주시는 분이었지, 하고 말이다. 과거에 선교단체 활동도 하고 기독교 대학도 다녔었지만 나의 마음은 갈수록 무뎌졌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까짓 거 하나님 한 번 믿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을 때가 많은데, 기도하면서 나를 좋은 길로 인도하실 하나님을 믿어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양산에 돌아와서, 이곳에 글을 쓰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에게 과분했던 시간임을 깨닫는다.


물론 대학교를 다닐 때도 매번 행복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충만해졌었지만, 뒤돌아보니 이제야 조금씩 그 당시에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나와 함께 했던 새섬 형, 누나와 동기 새내기들, 학회와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과 선후배 분들이 부족하고 어리석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넘치게 받은 사랑으로 지금을 살고 있다. 이제는 막 30대에 접어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돌려줄 수 있을지도 조금은 생각하게 된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와 사랑을 베풀어준 것처럼, 나도 믿음을 갖고 말과 행동으로 조금씩 옮겨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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