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양산 삼성동 1

나는 2025년을 어떻게 보냈는가

by 길낯선

2025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리하는 글을 쓰려한다. 올해 1월 1일을 본가 제주도에서 맞이했고, 2월 15일에 경남 양산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책방 오픈을 위해 힘썼고, 5월 말에 공간을 오픈했다. 그로부터 7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책방 사업은 아직 미완의 작업으로 남아 있다.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어떻게 손님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 직장에서 일할 때 심적으로 매우 부담되었던 걸 생각하면,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일은 훨씬 더 마음이 가볍다. 어머니께서도 그때보다 얼굴 표정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신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근무했을 때보다는 심리적으로 나아진 편이다. 아무래도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온 부분도 있고, 업무를 하며 느끼는 불안에 대해 어느 정도 내성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을 지내왔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지나며 성장해 나가기보다 오히려 정체되거나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종종 두려울 때도 있었다.



적당히 쌀쌀한 12월 양산의 날씨


나는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할 때 그 일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려하거나, 그 일을 할 때의 경험이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 지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대학교에서 동아리나 학회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할 때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 했고, 그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는 내가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첫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는 일의 보람을 느끼기보다, 나에게 주어지는 일의 무게감을 견디기 힘들어서 꾸역꾸역 하루를 버티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사회초년생이 겪어야 하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겉으로 볼 때는 낡고 차가워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온기가 가득할 것만 같다.


그렇게 첫 직장을 1년 다니고 퇴사했다. 집 계약을 1년으로 잡기도 했지만, 내가 버티고 싶은 마지노선이 1년이기도 했다. 사실 퇴사야 매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내려놓고 싶은 마음일 들 때면 내가 과거에 쉽게 포기했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에, 그만두면 스스로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았다.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을 때도 있었겠지만, 몇 년 후 과거를 되돌아보면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무엇보다 부모님 앞에서 떳떳한 아들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틴 게 1년이 되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퇴사하고 무엇을 할지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보니, 회사를 나온 뒤로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동업 제안을 받게 되었고,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본다는 사실에 들떴다. 내가 이 일을 통해 어떤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가 매우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일을 하면서 여실히 느끼는 점은 설렘만으로는 일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하루하루 어떻게 버티는 가가 중요했다. 요즘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러 간다면 그날의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을 한다.



삼성동 한적한 동네 곳곳을 사진으로 담았다.


일은 여전히 내 삶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것들 중에 하나이지만, 조금씩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력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간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님의 '왜 일하는가', 조수용 님의 '일의 감각' 같은 책을 읽으며 일에 대한 태도를 가다듬게 된다.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며 몰입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내면화하게 된다. 최근에는 김상현 작가님의 '헤맨 만큼 내 땅이다'를 읽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중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지금 일을 하면서는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던 일에 대해서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맞닥뜨린다. 그래서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이러한 경험 또한 일을 하면서 겪어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해나가는 과정은 이러한 고통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한 것이 아니라고 느낀다. 성장이 이렇게나 어렵다. 일은 쳐다보지 않을수록 점점 피하고 싶어 지지만, 한 번 제대로 마주하면 어느새 거뜬히 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글을 적는 것 또한 일하기 싫은 나 자신을 달래기 위한 작은 과정처럼 느껴진다.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없었을 때는 동네에 이런 자그마한 슈퍼들이 있었다.


지금 당장 내 눈으로 나의 성장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서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두려움이 종종 들기는 한다. 하지만 몇 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내가 그때와는 또 다른 경험과 고민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여전히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이런 나를 참아주고 있는 동료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동료들도 나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려주고 있을 것이라고 애써 짐작하기도 한다. 시간은 언젠가 나의 인생을 적당한 위치로 날라다 줄 것을 기대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나의 태도와 실행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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