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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딜라이트 Oct 12. 2021

스마트폰 도청당한 나의 아저씨

아저씨는 왜 도청당했나?

최애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최애 드라마는 2018년 tvN을 통해 방영된 '나의 아저씨' 이다. 상처와 가난으로 얼룩진 삶을 살아온 지아(아이유)와, 삶의 고단함을 온몸에 받아 지친 아저씨 동훈(이선균)~ 그 두 사람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화려한 배우 캐스팅이었지만 스토리 자체는 너무 음울했다. 배우들의 매력이 전혀 표현될것 같지 않은 캐릭터 설정을 보고서 이 드라마가 과연 인기를 얻을까 싶었다. 게다가, 드라마의 스토리 중심이 젊고 멋진 재벌이나 스타가 아닌 대한민국의 중년 아저씨라니~ 나는 고리타분해 보이는 이 컨셉만 보고는, 이런 섹시한 배우들을 어떻게 이런 노잼 스토리에 녹일 수 있나..라는 한탄만으로 방영 당시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어 큰 인기를 끌었다. 2019년에는 TV드라마 작품상을 거머쥐게 되는 캐거를 이루기도 했다. 나는 2021년 초에서야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 가졌던 선입견과는 정 반대로 보는 내내 손수건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왜 다들 명작이니~ 인생 드라마니~라고 극찬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상처와 불신으로 가득찬 어린 지아(아이유)에게 아저씨가 건네주는 위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따뜻했다. 그가 가졌던 인간에 대한 순수한 존중이, 한번도 사람대접 받아보지 못한 지아에게는 큰 위로였다. 사람을 본인의 이익을 위해 혹은 복수를 위해 이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존귀하게 여겼던 아저씨의 마음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저씨 또한 완벽하지 않은 인간으로서 고뇌를 가졌고, 오히려 지아를 통해 삶의 위로를 받는 장면은 정말 감동이었다.


지아에게 도청당한 아저씨

'삶이란 이렇게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 라는 생각을 하며 큰 위로를 주었던 '나의 아저씨'.

 눈이 퉁퉁 부을만큼의 눈물과 위로가 있는 드라마 였지만~ 처음부터 지아와 아저씨가 서로를 위로하는 그런 스윗한 관계는 아니었다. 지아(아이유)는 아저씨 부인의 분륜남 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아저씨를 도청하게 되는데, 이는 조직폭력배의 사채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시도 때도 없는 독촉과 폭력에 시달리는 지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저씨가 은인이었지만, 맞아 죽는 것보다는 아저씨를 속여 돈을 벌고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으리라.

 지아는 아저씨의 동선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한 다음, 퇴근길에 우연인 척 만나 함께 혼잡한 지하철에 타게 되었다. 신체가 밀착될 수 밖에 없는 콩나무 시루 지하철 내에서, 지아는 아저씨의 품에서 스마트폰을 몰래 빼내는데 성공한다. 신체가 밀착된 뻘쭘하고 숨막히는 지하철 안에서 지아는 아저씨 스마트폰에 도청을 위한 '스파이앱'을 설치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게 과연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완벽한 도청을 위해서는 스마트폰 내에 스파이앱을 심고 그 흔적을 깨끗이 지워야만 한다. 그래야만 스마트폰의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 도청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PC와의 연결 없이,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스파이앱 설치와 흔적을 지우는 작업이 가능할까 ?

 스파이앱을 설치하는 것은 대상 스마트폰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검색 포털서비스(구글)에 '스파이앱' 혹은 '스마트폰 도청' 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합법적인 도청(자녀감시, 본인폰 감시, 기기 모니터링 등)부터 불법적인 도청까지 수많은 프로그램과 가이드를 찾아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배우자 외도를 의심하여 이를 도청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과정을 대행해주는 흥신소들이 성행하고 있다.


 만약 설치된 스파이앱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스마트폰의 주인이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면 지아가 했던 것처럼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것은 정밀한 추가 작업이 필요하므로, PC와 연결해 흔적을 지우는 작업들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아저씨는 도청 사실을 왜 몰랐을까 ?

아저씨는 지아의 도청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

 아마 아저씨는 본인의 스마트폰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만약 드라마의 설정대로 아저씨가 지아로부터 지속적인 도청을 당했다면 아저씨의 스마트폰은 심한 발열과 배터리 광탈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스파이앱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과, 음성 전송 기능이 항상 활성화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들은 스마트폰속의 리소스(메모리와 CPU)를 많이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빨리 닳고 가끔은 뜨거워져야 하는게 당연하다. 드라마 속 동훈의 캐릭터라면, 이런 미세한 차이를 눈치 채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삶이 고단하고 지친 그에게 스마트폰 따위가 삶의 관심 범위에 들어와 있을리가.


 생각해보면, 아저씨는 스마트폰을 패턴이나 비밀번호로 잠금도 해놓지 않았다. 지아가 지하철에서 몰래 아저씨의 폰을 빼내어 스파이앱 설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적어도 비밀번호나 패턴 설정을 해놨다면 그렇게 쉽지 당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물론 비밀번호나 패턴을 설정해 놓아도, 마음만 먹으면 다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해커들은 이를 쉽게 알아낸다. 스마트폰을 비스듬하게 햇볕에 비춰보면 손가락 터치 자국이 보이는데, 이를 면밀히 보면 비밀번호나 패턴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마다 지문 자국을 지우기 위해 닦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본인의 데이터 사용량 체크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저씨의 데이터 요금제는 무제한이었을까 ?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아저씨는 평소보다 많이 사용된 데이터 용량으로 인해 도청을 의심해볼수 있었을 것이다. 도청당한 경우, 지속적으로 음성이나 영상 문자등 스마트폰 내의 데이터를 해커의 서버로 전송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도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혹시 나도 ??

 '분신처럼 몸이 지니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만약 나를 도청하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혹시 나도?' 라는 의심이 들 때, 불안감에 떨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


 첫째, 누군가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하면 가급적 빌려줘서는 안 된다. 빌려주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매의 눈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우리는 선의로 낯선 사람(특히 어린아이나, 어르신과 같은 약자들)에게 핸드폰을 빌려줄때가 있다. 하지만 공격자는 이런 분들을 이용해 당신의 폰을 확보한 이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의 폰에 스파이앱을 설치할 수도 있다. 많은 피해자들이 실제로 이런식으로 도청을 당했다.


 둘째, 문자나 SNS로 보내진 링크를 절대 클릭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로를 통해 스파이앱을 다운받아 설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링크는 '나는 스파이앱이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아주 교묘하고 매력적으로, 당신에게 재미와 유용함을 주는 앱으로 포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나 스스로 낯선 링크를 통해 전달받은 앱을 설치할 경우 공격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셋째, 공식적인 스토어가 아닌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해당 설정 또한 비활성화 시켜놓는 것이 좋다. 이 설정을 비활성화 시켜놓을 경우, 외부에서 다운받은 낯선 앱은 설치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지아가 마음 먹고 아저씨를 도청했듯이, 누군가가 나를 피해자로 선정하고 공격하려 한다면? 사실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공격자들은 IT 기술 뿐 아니라 사회 공학적인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피해자를 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셀럽이거나 특별한 원한관계를 만들지 않은 한, 현실에서 이런 표적이 될 가능성은 높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내가 저지른 작은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당할 가능성이 높겠다. 적어도 내가 조금만 나의 스마트폰 환경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분신처럼 여기는 나의 스마트폰을 가끔은 살펴봐 주자. 적어도 내 폰의 데이터 사용량이나 배터리 닳는 속도를 조금만 관심 갖고 본다면 굳이 불안에 떨 필요는 없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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