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타작

정성이 사랑이다

by 순디기

엄마는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에 마음이 바쁘다.

바짝 마른 메주콩타작을 오늘 안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어제 도착한 딸은 모자를 쓰고 몸빼바지를 입고 나와서 합류한다.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건강한 성인인데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엄마는 내 자식이 농사일을 거드는 것이 싫다. 잠깐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꼭 농사일을 하면서 어렵게 사는 것처럼 여겨지나 보다. 그러나 내일 비라는 일기예보에 엄마는 몸빼바지를 입고 나온 딸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엄마와 딸은 비를 하루 앞둔 뙤약볕 아래에서 빨래방망이를 열심히 휘두른다. 바싹 마른 콩껍질에서 통통한 콩들은 여기저기로 튀어나온다. 가끔 방망이를 잘못 만나 짓이겨지는 넘들도 있어 딸은 방망이질이 조심스럽지만, 엄마는 그냥 아랑곳하지 말고 하라고 한다.


경쾌한 방망이와 콩깍지 부서지는 소리는 생생하다. 그렇게 짝을 이룬 방망이 덕분에 빨리 일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해서 오늘 하루 엄마와 딸이 수확한 콩은 다섯 되, 한 오만 원어치가 조금 넘나 보다.

농사품앗이 네 시간 품삯이 육만 원이라는데...


엄마는 콩깍지가 잘 안 벗겨진 놈들을 따로 모은다. 저녁을 먹은 후 엄마는 덜 벗겨진 콩깍지 모둠을 방으로 들인다.

엄마와 딸은 일일이 손으로 콩깍지에서 콩을 걸러낸다.그렇게 한 삼십 분을 둘이서 걸러낸 콩은 한주먹...

그렇게 해서 오늘의 콩타작은 끝이 났고 엄마와 딸은 뿌듯했다.


그거 “오만원주고 콩을 사면 될 일을”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농사는 생명창조의 작업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성이 아니라 정성이다.


오늘 또 하나 배운다.

정성을 배운다.

정성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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