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충전식 전동드라이버
어쩐지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만 같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사실 USB 충전식 전동드라이버는 불과 6년 전, 한국의 제조기업 더 하이브를 통해 처음 시장에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Usual but Unusual(익숙하지만 차별성이 있는)” 더 하이브가 공구시장에서 창출하고 있는 가치이다.
상보기업에서 열린 로컬리콜 3회 (출처: 로컬리콜)
로컬리콜 3회에서는 공구시장의 콜럼버스 더 하이브의 이상민 대표와 87년째 전국 산업현장에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대표 공구회사 상보 기업의 청계천 매장에서 만났다. 상보 기업은 건축학도 시절 이상민 대표가 즐겨 사용해온 쇠자, 철자, 직각자 등 각종 자의 제작사일 뿐 아니라 현재 더 하이브 제품의 국내 오프라인 유통을 담당해주고 있어 그와 연이 깊은 회사이다.
스마트폰이 탄생하기까지 드라이버는?
18세기 처음 발명된 이래 유선전화는 불과 몇 세기 만에 진화를 거듭해 현재의 스마트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선전화가 스마트폰으로까지 발전하는 동안 스크루 드라이버의 진화는 거의 멈춰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크루 드라이버는 15세기부터 사용된 전통 공구이다. 그로부터 약 6세기가 지난 20세기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라쳇 드라이버가 개발된 정도가 스크루 드라이버 발전의 거의 전부이다. 더 하이브는 바로 이 지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전동공구의 새 시대를 제안하는 것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마치 전자 버니어 캘리퍼스의 출현이 버니어 캘리퍼스 시장을 완전히 바꾸었던 것처럼 말이다. 더 하이브의 대표적인 제품 H300은 스크루 드라이버의 혁신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전자 공구이면서도 수공구로 사용이 가능하고, USB를 이용해 충전까지 간편하게 했다. 기존에 공고했던 전자공구와 수공구 시장을 넘나들며 더 하이브는 분명 공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Creating the Mechanism: 더 하이브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상민 대표가 처음 창업을 결심한 것은 제대 후 그가 근무하던 버스정보기기 회사에서였다. 버스 정류장에 기계를 설치하기 위한 작업공간이 큰 공구를 이용하기에는 협소해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 회사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공구를 좀 작게 만들 수는 없을까?”하고 고민했던 것이 사업의 발단이 됐다.
3일 밤을 새워서 사업계획서를 완성했는데,
성공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어요
시제품을 제작 중인 이상민 대표와 최초의 전동 드라이버 (출처: 이상민)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현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우선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는 청계천을 찾았다. 이상민 대표는 모터, 배터리, 기어 집 등 청계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부품을 구했다. 당시 26살 어린 학생이었던 그는 여러 번 쫓겨나기도 했다고. 우여곡절 끝에 글루건으로 부품들을 조립해 만들어낸 모형이 더 하이브의 시작이었다.
이게 이렇게 볼품없어 보여도
처음으로 작동되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그는 이렇게 완성된 시제품과 제품 카탈로그 한 장만 들고 북미 무역사절단으로 향했다. 세계 최대 공구시장인 미국에서 사업성을 인증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험성적서도, 온전한 제품도 없는 상태였지만 당시 만난 7명의 바이어 중 6명은 “정말 이런 제품이 출시된다면 당장 내가 살게!”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는 창업 후 6년간 이상민 대표가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 결과 2013년 처음 출시된 제품이 USB 전동 드라이버이다. 반응은 좋았지만, 기성 부품을 사용하다 보니 제품의 특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공구는 공구다워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공구의 성능은 부품 간 호흡으로 결정되거든요.
더 하이브는 부품 하나하나
직접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성능이나
내구성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자신합니다
왼쪽부터 USB 충전식 전동드라이버 H300, H400, H200 (출처: 더 하이브)
이후 심혈을 기울여 부품 하나하나 직접 개발해 출시한 제품이 더 하이브의 대표 제품인 H300이다. 작년 기어박스를 향상해 출시된 H400에 이어,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H500과 최근 DIY의 인기로 증가한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H200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준비 중에 있다. 먼 미래에는 공구 제품군에서 뿐 아니라 시장, 유통,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안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위기의 시기 미래를 준비하다
코로나 발 위기는 더 하이브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공구시장의 특성상 매출의 거의 80%로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과 공동으로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려던 계획 역시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부품 공장들이 멈추자, 제품 생산 및 유통에도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 같은 일이 또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비용적 부담이 있더라도 내수시장,
로컬의 비중을 늘려야겠다고 판단했죠
더하이브에서 준비중인 SNS 활동 (출처: 더하이브)
코로나 위기 앞에 더 하이브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준비 중이다. 먼저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튜브,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마련하고 있다. H400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출시했던 것이 온라인 채널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제품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고 신제품을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똑똑한 소비를 하는 최근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잘 팔릴 제품을 어떻게
잘 팔릴 수 있도록 만드는 가’가 중요한 시대예요.
제조기업도 이런 트렌드에 맞게
반응할 필요가 있어요
두 번째로는 영업, 품질, 개발, 생산까지 전사적 협력을 통한 신제품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생산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신제품 기획에 투입할 자원이 부족했다. 이상민 대표는 이 시기가 오히려 신제품을 준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부서가 협력하면서 개발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니즈를 고려한 제품을 만들어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 그의 계획.
일본, 독일이 아니라 ‘공구하면 대한민국!’이라는
인식 생길 때까지 품질 좋은 제품을
계속 개발할 거예요
제조업에 접근성을 높여주는 장으로써 청계천
일상의 필요에서 시작하면 되기 때문에
제조업 창업이 어떻게 보면 더 경쟁력이 있어요.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절차가 복잡해 보이니 시작이 쉽지 않은 거죠.
이런 면에서 청계천이 제조업 창업자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청계천 공구거리 (출처: Media SK)
이상민 대표는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청계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청계천은 도심 제조업이 실제로 일어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제조업자들을 위한 각종 부품을 유통하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조업에 유입되는 청년들이 적은 주요한 원인이 낮은 접근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배터리, 기어, 베어링 등 각종 부품의 실물을 접하고, 직접 제품 만들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장소가 접근성이 높은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만약 이곳에서 선배 제조기업과 창업을 시도하려는 후배기업들이 연결되어 정보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상민 대표는 조언했다. 그의 경험상 제조업은 실물 완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 창업 컨설팅보다 현업 종사의 조언이 더 유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치 더 하이브가 내수지장을 강화하며 소비자 친화적 기업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듯이, 청계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분명히 필요하다. 이상민 대표는 “세계적으로도 청계천과 같은 상징성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며 “이미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는데, 다만 제조업에 대해 잘 모르는 새내기들이 찾아왔을 때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토크쇼 2회 더하이브편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vLXl71ZYcWk
* 포럼 아카이브
https://forum.betacity.center/2020/archive
* 포럼 웹사이트
https://forum.betacity.center/
*더하이브 공식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조립생활>
https://www.youtube.com/channel/UC_5ULcJqrs0ju_B73MPDqVw
※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3회에서는 인간의 창작을 돕는 세 번째 팔, 로봇암을 다루는 B.A.T를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 8월 14일 금요일 오후 3시 라이브로 방송됐다. 세운베타시티센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KEcQoByaPEvZ5I6U9xikaQ)을 통해 다시보기가 가능하며 <만드세운>을 통해 요약본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