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리콜 시리즈 토크쇼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ep.1
로컬-리콜의 첫 번째 시리즈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은 제조업의 위기에 대응하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도심 제조업의 역할과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기 위해 기획된 시리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45년간 단련된 세계적 주조기술을 바탕으로 샌드 3D 프린터 국산화에 성공한 삼영기계를 소개한다.
2019년 전국 주조기술 경기대회 단체부문 1위, 소재부품 장비 강소기업 100 선정
2010-2009년 실린더 헤드, 피스톤 지식경제부 세계 일류상품 선정
독일의 세계적인 엔진기업 MAN에 엔진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
이 모든 것이 엔진 분야 세계적인 제조기업 삼영기계의 업적이다. 1975년부터 삼영기계는 45년 동안 국산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84년에는 기관차 엔진부품 국산화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표창받았을 정도이다. 그 결과 현재는 설계, 주조, 가공, 검사에 이르기까지 공정간 수직 연계가 매우 잘 이루어져 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기술을 보유한 엔진 분야의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전반의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국내 조선산업의 쇠퇴는 선박용 엔진부품 제조 비율이 높았던 삼영기계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위기를 겪으며 20%에 불과했던 직수출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 19 사태로 수출 길마저 막혔다. 뿐만 아니라 주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국내의 공주와 논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삼영기계에게 부동산, 임금, 부자재 가격 등 생산비용의 지속적 상승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였다.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핵심은 지속가능성 한 가지였어요.
40년을 잘 살아왔는데,
또 다른 40년을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까?
위기 앞에 삼영기계도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주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가장 보편적이고 쉬운 방식이었지만 ‘지속 가능한 대안’은 아니었다. 더욱이 45년간 삼영기계가 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한 경쟁력은 다름 아닌 ‘주조공정’에 있었다. 때문에 주조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오히려 핵심 노하우를 해외에 공개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음 40년을 위해, 핵심 노하우를 지키면서도,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의 도입이 필요했다. 삼영기계가 찾은 답은 샌드 3D 프린터였다.
샌드 3D 프린터는 프린터 헤드가 모래 위에 바인더를 뿌리면, 바인더가 뿌려진 곳만 경화가 되어 3차원 형상의 출력물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적용하면 목금형 과정 없이 몰드를 제작해 주조품을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터와 주조공정의 궁합이 정말 잘 맞아서
주조 공장 전체 라인에 깔고 싶은 정도였어요
그러나 당시만 해도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는 초고가의 독일산 장비뿐이었다. 3D 프린터로 모든 공정을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삼영기계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3D 프린터 장비를 자체 개발하기 시작했고, 주특기 국산화는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다. 지난 6월 삼영기계가 자체 개발한 샌드 3D 프린터 BR-S900이 마침내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외산 장비 대비 70% 수준의 가격과 50% 수준의 재료비와 유지비로 운용이 가능하다.
삼영기계는 샌드 프린터 BR-S900을 개발 및 양산 각 단계에 기술을 적용하여 단계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크게 시제품 개발, 양산공정, 설계 자유도라는 3단계의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 1단계: 금속 종류 망라한 신속한 시제품 제작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개발기간을 줄여서 적당한 시기에 진입하는 것은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샌드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기존 대비 단 20~30%의 시간 안에 시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알루미늄, 주철, 주강, 특수강 등 대부분의 금속 종류를 아울러 적용이 가능하다.
▶ 2단계: 일체형, 하이브리드형 설계로 양산 공정 혁신
본래 엔진부품들은 구조가 매우 복잡해서 몰드의 조각을 여러 개로 나누어 만든 후, 장시간을 들여 조립해야 한다. 하지만 3D 프린터 작업 시 각 몰드의 조각을 최대한 합치는 일체형 설계를 수행하기 때문에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삼영기계에서는 실린더 헤드 중자 부분의 21개의 조각을 일체형 설계를 통해 4개로 줄였다. 생산비용을 고려하여 외형은 기존의 주조방식을 이용해 개발했다. 이처럼 3D 프린터 생산과 기존 방식을 동시 적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수천 개 수준의 실린더 헤드 양산 공정을 전환 중이다. 전체 공정의 60%를 차지하는 합형 시간이 78% 감소해 하루 생산량이 2.5배 증가했으며, 생산원가도 재료비, 인건비만 봤을 때 8.5%가 절감됐다. 품질향상 등 추가적 이익까지 고려하면 3D 프린터 도입의 가치는 이 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고도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 3단계: 설계 자유도 혁신으로 성능 향상
기존의 주조방식으로는 불가능한 형상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한 예로, 피스톤의 재질과 구조의 개선으로 혁신적 성능 향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주조방식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3D 프린팅 기술로는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주조만 40년. 가장 잘 알 고 있는 주조 분야의
난제 리스트들을 하나씩 꺼내서 풀었기에
단기간 혁신이 가능했습니다.
다른 산업분야 고유의 문제도 가져와 협업하면
3D 프린팅 기술로 얼마든지 풀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혁신은 제조업 분야를 뛰어넘어 계속되고 있다. 수 백 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비정형 커튼월 스마트 노드를 샌드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해 3.5개월 만에 공급한 건축분야에서의 혁신, 한국콜마의 에센스 크림 일체형 화장품을 양산할 수 있는 화장품 3D 프린터 장비의 개발, 게임 콘텐츠 분야 실물 사이즈 캐릭터 제작,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의 이용 등 다양한 분야를 한계 없이 넘나들고 있다.
멀리, 함께 가는 미래를 꿈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어느덧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선두가 된 한국 제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주조기술 전시회인 GIFA에 참여했던 한국현 사장은 한국 기업의 부스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제조업의 공급자’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함께 가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비슷한 고민에 빠진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당초 삼영기계만을 위해 시작했던 3D 프린터 개발이 상품화로까지 이루어질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
한국현 사장은 이 시대 제조업이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장착하는 것이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정의 수를 줄이고, 동일한 공정을 다양한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연구개발 등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단계까지 흡수하는 유연성도 필수적이다. 3D 프린터는 설계와 제조를 통합적으로 수행한다는 면에서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훌륭한 예이다. 이런 유연성이 보장될 때 삼영기계가 도전하고 있듯이 건축, 문화, 화장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 역시 가능할 것이다.
특히 지대가 높은 도심지역에서 제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부가가치 증진이 필수적이다. 한국현 사장은 혁신의 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 위해선 다름 아닌 ‘마음먹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운 일대에 기술자 분들은
오랜 세월 한 우물만 판 전문가 분들이잖아요.
그 정도 열정을 가진 분들이라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마음만 먹으시면 안 될 게 없다고 봐요
마치 주조공정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해결하려 했던 시도가 삼영기계의 돌파구가 된 것처럼,
도심 제조업도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부터 혁신을 시작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2회에서는 USB 충전식 전동 드라이버를 개발한 '더 하이브'의 이상민 대표를 만난다. 8월 5일 수요일 오후 7시 세운베타시티센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KEcQoByaPEvZ5I6U9xikaQ)을 통해 라이브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