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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Oct 04. 2023

도서관 키즈가 꿈꾸는 우주로 1216

space T 운영자 인터뷰 #1

 

9월 <운영자의 힘>에서는 우주로1216의 새로운 운영자 루나를 소개합니다.


특별히 계획한 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연결되는 우연. 경험해 보신 적 있나요? 루나의 경우엔 트윈세대 시절 시작된 도서관과의 연이 그랬다고 해요. 우연히 쌓인 도서관에서의 시간은 지금의 루나가 사서로 일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어요. 6년여간 책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팀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공간 우주로1216에서의 일을 시작한 게 설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콘텐츠를 담으며 공간을 꾸려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 그 경험의 흔적들이 쌓여 익어가는 공간을 기대한다고. 


지구인 출몰지역에서 인사하는 루나 


Q.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신 배경이 궁금해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도서관과 연이 깊었어요. 중학생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도서관 관리 동아리를 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도 비슷한 동아리를 하게 됐고, 결국엔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했죠. 대학 때는 시립도서관에서 주말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기도 했고요. 졸업 후엔 도서관에 아예 입사하게 되었네요. (웃음)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도서관이 저에게 굉장히 편한 공간이 되어버렸어요.



Q. 와! 놀라워요. 도서관 키즈셨네요! 우주로에 오시기 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저는 6년 동안 도서관 산업팀에서 일했어요. 팀 이름만 들으시면 어떤 일 했을지 상상이 잘 안 가실 텐데, 한 마디로 책 문화 사업을 기획하는 팀이에요. 저는 주로 <독서대전> <책쾌>와 같은 축제나 행사를 담당했고요. 이례적으로 한 팀에 오래 있으면서, 누적된 데이터 기반으로 사업을 고도화 나갈 수 있었던 게 큰 장점이었죠.



Q. 6년간 책 축제를 기획하시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다른 사서 선배들만큼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에요. 선배들 중에는 출판사 별 성향이나, 소속 작가님까지 너무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제가 사서가 된 건 책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이용자 분들을 이해하고 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저와 잘 맞아서였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책의 대한 경험이 적다는 게 난관이었어요.


하지만 나중엔 제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축제를 기획할 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게 책을 접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저는 책에 특수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잘 헤아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책과 거리가 먼 청소년, 대학생들이 메인 타깃이었죠. 나중에는 책으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네?라는 걸 정말 많이 발견했어요.



Q.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 번은 책으로 고민 상담을 했어요. <당신의 고민을 冊임 져 드립니다>라고 해서, 아나운서와 작가님을 모셔서 진행한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익명으로 보내온 사연을 소개하고, 책으로 이야기를 풀면서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소소한 고민부터 깊이 있는 고민까지 다양하게 나와서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그램이었요.


<길거리 책 운동회> 프로그램을 한 적도 있어요. 책 관련해서 경기를 진행하는 건데, 예를 들면 여러 개의 책 중에 하나를 골라서 펼쳤을 때 나오는 페이지 수만큼 줄넘기하기. 이런 활동을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책도 첫 장을 펴기는 힘들지만 시작한다면 마지막 장이 오는 것처럼, 책 축제도 처음 오는 것은 힘들지만, 한 번 온 친구들의 기억 속에는 좋게 남았나 봐요. 이 친구들이 자연스레 다음 해 책 축제에도 참여하고, 책도 이전보다 친근하게 여기는 효과가 있었답니다.



Q. 정말 무궁무진하네요. 어떻게 보면 우주로 운영에 특화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주로 근무는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이전에 하던 일과 어떻게 다른가요?

예전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했다면, 우주로는 타겟이 12-16세로 훨씬 좁잖아요. 그래서 특정 대상에 집중해서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 하고요. 또 공간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과 함께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해요. 감사하게도 저희 팀장님께서 저희에게 자율권을 되게 많이 주세요. 그러다 보니 우주인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하나하나 담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그 경험의 흔적이 공간에 하나하나 남겠죠?



Q. 루나는 이용자를 이해하고, 그 대상에게 필요한 걸 서비스하는 것 자체에서 기쁨을 많이 느끼시나 봐요.

네 그게 되게 좋아요. 제가 제공한 서비스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오늘 하루도 저 사람에게 작지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우주로에 오는 아이들을 보다 깊게 이해해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



Q.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트윈세대에겐 어떤 것이 필요한지 발견하신 게 있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적당한 관심’인 것 같아요. 너무 관심이 없으면, 서로 아무것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너무 많은 관심을 줘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한 번씩 인사라도 나눴던 친구들은 그래도 좀 더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해 주거나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아직은 ‘적당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말이죠. (웃음)



Q.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건 저 혼자 만의 꿈인데요. 우주로1216에 오면서 생각했던 게, 우주인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 무언가를 시도할 때 힘이 되는 경험을 여기서 하나씩 해보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당시에는 몰랐지만,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서 했던 경험들이 하나 둘 모여 지금 근무하는데 큰 힘이 되거든요?


또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정말 사랑하는 이 공간의 정체성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왔던 친구가 중3까지 오고, 중3이 돼서 못 오게 되면 너무 아쉬운. 그렇지만 또 좋은 기억을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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