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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Nov 30. 2023

도서관의 한계를 넘는 팀, 스페이스 이도

space T 운영자 인터뷰 #3

11월 운영자의 힘에서는 세종시립도서관에 위치한 space T의 세 번째 기지 <이도>의 운영자 보미유경을 함께 소개합니다.


새로운 일 앞에서 사람들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죠. 혼란스러움, 낯섦, 긴장감, 불안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부터 설렘, 기대감, 신기함 같은 긍정적 감정까지.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건, 예상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할 뿐 아니라 복잡다단한 감정의 소용돌이까지 견뎌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더욱이 서로 이해관계도, 일하는 방식도 다른 다양한 조직의 사람들이 손발을 맞춰가며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면? 그 난이도와 복잡도는 제곱으로 올라간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여기 그 어려운 일을 견디고 2년 만에 안정기에 접어든 두 명의 운영자가 있습니다. 견디고 해내 온 2년이 결코 쉽지 않았고, 아득하다고 말하면서도 둘에게는 어떤 후회와 번민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견딤의 시간을 통해 얻은 열매를 명확하고 유쾌한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더 편안해 보였죠. 익숙한 테두리 밖에서 만난 동료들과의 협업으로 버거움을 견딜 수 있었고, 색다른 시도를 지지해 주는 내부의 지원군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이도 운영자들의 생생한 2년간의 성장기록을 인터뷰로 전합니다.





Q. 스페이스 이도의 두 운영자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뵙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어떤 일 하고 계신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유경: 안녕하세요. 이도지기 정유경이라고 해요. 21년 이도 오픈과 동시에 이도지기가 되었으니 이제 딱 2년이 되었네요. 저는 이도에서 주로 도서, 음반, 영화 등 콘텐츠 컬렉션 및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고, 사진과 기록으로 이도 이용자 관련 정성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역할도 맡고 있답니다.


보미: 이도지기 황보미입니다. 저 역시 유경 주사님과 마찬가지로 2년 전 이도가 오픈할 때 합류했어요. 저는 창작 경험을 위해 필요한 재료, 도구, 장비 등을 관리하고 수시 프로그램 기획을 담담하고요. 또 정량적인 이용 데이터를 취합하여 이도의 운영상황을 모니터링하기도 해요.



Q. 처음부터 지금까지 2년을 쭉 함께 하셔서인지 무언가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도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는지, 또 일반적인 도서관 업무와는 조금 다른 이도의 일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보미: 저는 다른 지역에서 계약직 사서로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사서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대출 반납이라든지 민원 응대 같은 업무를 주로 했었죠. 그런데 사서도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더라고요.  데스크 업무를 할 수도 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지역 도서관을 순회하는 ‘순회사서'가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순회사서로 근무 중에 이도 운영자를 뽑는 공고를 보게 됐어요. 근데 엄청 특이한 거예요. 청소년 특화 공간인 것도 특수한데, ‘트윈'은 또 무슨 단어고, 먼저 운영 중이던 우주로1216도 찾아봤는데 전에 본 적이 없는 형태의 도서관이더라고요. 저는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어 하는 편이라 이 특이한 공간에서의 일이 궁금해서 지원하게 되었죠.


유경: 저는 사서 일의 시작 자체를 세종시에서 했어요. 17년부터니까 거의 세종시 도서관의 성장과 발전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이도에 오기 직전에는 소정면이라고 세종시에서 가장 인구수가 적은 지역의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프로그램 하나를 해도 참여자를 모집하기가 너무 힘들고, 도서관 방문자 수가 너무 적어 사람이 그리울 정도였어요

그래서 좀 규모가 큰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시립도서관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또 당시 이도 프로젝트를 이끌고 계시던 팀장님께서는 세종시 도서관의 선구자 격이셨거든요? 그런데 팀장님께서 도서문화재단씨앗과 손을 잡고 좀 특별한 것을 만드신다고 하니까 더 관심이 갔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역량도 키워보고 싶고 해서 지원을 하게 됐어요.



Q. 두 분 모두에게 엄청난 도전이셨군요! 막상 시작해 보니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기대했던 바와 같았나요?


보미: 처음에는 그냥 다 낯설었죠. 재단이랑 협업하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어색했어요. 사서로 일하다 보면 외부의 민간 기관과 만나서 일하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반면에 ‘청소년 특화 공간'이라는 점은 저와 잘 맞는 면이 있었어요. 저는 이전에 사서로 근무할 때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너무 넓은 연령층의 이용자와 만나는 것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대상에 따라 대응방법이 달라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청소년' 그중에서도 트윈세대에 집중할 수 있다 보니 눈높이에 맞춰 어느 정도 패턴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유경: 일단은 오자마자 좀 혼돈에 빠졌었죠. (웃음) 저희가 21년 9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는데 당장 11월이 개관이었거든요.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곳은 뭐 하는 곳이지? 하지만 개관은 코앞이다!’ 이런 느낌이라 생각할 시간도 없이 뭐든 던져 주시면 빨리 파악하고 준비하고의 연속이었어요. 두 달 만에 콘셉트 이해부터 콘텐츠 준비까지 싹 해야 했다 보니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어떻게 했나 싶고 아득해요. (웃음)  그런데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도 있었지만, 기대감? 재미? 이런 것도 정말 많이 느꼈어요. 보미 주사님 말씀하셨던 것처럼 재단 분들 만나는 게 정말 신기했고요.



Q. 신기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일까요? 부정적인 의미일까요?

보미: 긍정적 의미요! 초반에는 콘텐츠를 세팅하는 방식들도 정말 새로웠어요.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방식이었거든요.


이도책방


예를 들면, 현재 이도에서는 서가에 종이박스로 문을 달고 안에 쪽지를 넣어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한 <이도책방>이라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게 별게 아닌 것 같지만 기획력이 정말 놀라웠어요.


색지를 활용한 책 세팅

아주 초반에 콘텐츠랩에서 도와주셔서 시도했던 것 중에는 색지를 활용한 세팅이 있었는데요. 책의 일부를 색지에 복사해서 책과 함께 세팅하는 방식이에요. 보이는 방식도 아름다웠고, 난생처음 보는 세팅방식이라 여러 기관에서도 정말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Q. 혼란스러웠던 초반을 지나 벌써 2년 차 되셨는데 요즘은 어떠세요?


보미: 전반적으로 요즘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최근에 대구의 space T가 새로 오픈했잖아요? 신규 오픈한다는 이야기 들으니 처음 저희가 겪었던 어려움, 고민들이 되게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전부 새로 만들 때에 비하면 이제는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거니까 훨씬 수월하죠.


유경: 생각해 보니 처음에 공간에 대한 기대는 진짜 컸는데, 제 자신에 대해서는 불안했던 것 같아요. 정민 매니저님 보면 엄청난 E(외향적인 성향)이시잖아요. 친구들한테 엄청 다가가셔서 분위기를 풀어주시고, 친근감을 형성하시는 게 되게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하시더라고요. 근데 사서들은 거의 I(내향적인 성향)이 많아요. 그래서 속으로 ‘파이팅! 파이팅!’ 해도 잘 안 되는 거예요. 친구들이 왔는데 다가가기도 어렵고 좀 뻘쭘하더라고요.


'이게 과연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니까 친구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도 보이고, 자주 오면 반갑기도 하고요. 흔히 ‘도서관이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저는 ‘거점 역할을 하는 시립도서관에서도 그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공간이 생김으로써 정말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학부모님들도 갈수록 진가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가끔씩 어떤 학부모님들은 ‘이런 공간이 세종시에 있다는 게 고맙고, 세종시민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라고까지 이야기를 하셔요. 그럴 땐 ‘아, 우리가 진짜 잘하고 있구나.’ 그런 걸 좀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정말 멋지네요. 운영팀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학부모님들까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느낌인걸요? 낯설기만 했던 업무였는데, 이젠 내가 베테랑이 됐구나 하고 느끼시는 순간이 있는지 궁금해요.


보미: 저 같은 경우는 ‘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료도 처음엔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어떤 재료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편히 안내해 줄 수 있죠. 또 단가가 너무 비싼 재료를 대신해 어떤 재료를 채워 넣을지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것 같고요.


유경: 저는 라운딩 할 때 가장 많이 느껴요.  제가 공간을 소개해야 하는 호스트인데 초반에는 각 공간의 이름 자체가 입에 잘 붙지 않았어요. 커뮤니케이션 존인지, 커뮤니티 존인지 계속 실수하고요. 실수하면 또 말을 버벅거리게 되고요. 그런데 이제는 좀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자료를 굳이 보지 않아도 여기가 어떤 공간인지 술술술술 나오는 걸 보면서 ‘이제는 내가 정말 달인이 돼 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죠.



Q. 다른 space T와 비교했을 때 이도는 패시브 콘텐츠¹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어떤 분이 주로 기획하시는지 궁금해요.


보미: 둘이 같이 해요. 각자 업무를 하다가 각자 눈에 빈 공간이 비치면, 계속해서 할 거리를 가져다 놓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창작존이나, 보드게임 하는 공간이 제 자리와 가까운데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이런 걸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하는 게 생기거든요. 또 이도는 운영규칙 상 핸드폰 사용이 제한되니까 할 게 많아야 핸드폰을 잊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해서 뭐라도 집어 들 수 있도록 빈 공간을 꽤 열심히 채워놨어요. 그러다 보니 정민 매니저님이 이제는 너무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제안하는 게 너무 많아서 애들이 쉴 수가 없겠다고요. 하긴  멍 때릴 수 있는 1인 소파 앞에도 스도쿠 책을 가져다 놓았으니까요. (웃음)


유경: 이도의 경우 전주나 수원의 space T와 비교했을 때 아이들이 뭔가 쓰는 활동 자체를 훨씬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약간 ‘좋아하면 마음껏 해봐라' 하는 생각으로 다양한 주제를 던지려고 노력해요. 매일매일 오는 친구들도 있는데 공간에 변화가 없으면 조금 심심하잖아요. 쓰기 주제라도 다른걸 던져주면 공간이 새롭게 느껴지고, 다른 친구들 의견 보는 재미도 있을 테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그 외에 큐레이션을 담당하다 보니 도서와 관련된 패시브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요. 예를 들면 파손된 도서들을 활용해서 ‘찢어도 되고, 색칠해도 되는 책'을 곳곳에 비치했어요. 그러다 보면 책에 흥미도 더 생기고,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Q. 공간을 향한 여러분의 애정이 느껴지네요. 진심을 가득 채운 이 공간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뿌듯한 장면들이 있으시다면 공유해 주세요.


보미: 실은 2년 차가 되다 보니, 저는 이에 웬만한 풍경들이 꽤 익숙해진 편인데요. 최근에 로테이션² 근무하시는 선생님*이 신기하다며 보여주신 장면이 저한테도 꽤 인상 깊었어요. 영화존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한 친구가 그 사이에서 책을 보고 있는 장면이랑, 창작존에서 남자친구들이 엄청 떠들면서 만들기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파스텔을 이용해서 정적인 채색을 집중하는 친구가 있는 장면 같은 것들이에요.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뚜렷하게 자기 작업에 몰입하는 걸 보고 ‘우리 공간을 정말 편하게 느끼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익숙해지면 공간 구획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지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요.


유경: 저 같은 경우는 사운드존에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포토카드를 발견하고 까르르까르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저 사실 아이돌 공부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아이들이 어떤 아이돌 좋아하는지도 물어보고, 신입 아이돌 들어오면 또 공부하고요.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앨범도 버전이 한두 개가 아니에요. CD가 있는 앨범, 없는 앨범, 주얼 버전, 또 무슨 버전 엄청 다양해요. 포토카드도 정리하느라 진짜 애 많이 먹었는데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 보면 엄청 보람차죠. ‘봐라 너희들이 원하는 아이돌 있지?’ 이런 느낌. 다만 가끔 사운드 존에서 노래 듣고 즐기다 보면 따라 부르고, 춤추고 그런 친구들도 한 번씩 있거든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은데 저희 공간이 소음차단이 잘 안 되다 보니 별 수 없이 제재해야 하는 건 너무 안타까워요.  



Q.  아이돌 공부까지! 정말이지 청소년 공간 운영자님 다우셔요. 듣다 보니, 청소년 공간 맞춤으로 도서 및 비도서 컬렉션을 꾸리는 일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책을 고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일일 것 같아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혹은 청소년 맞춤형으로 책을 고르다 보니 생긴 전에 없던 고민 같은 것도 궁금해요.


유경: 맞아요. 정말 많이 달라요. 전에는 성인까지 고려하다 보니 청소년들 용 책은 세밀하게 구입하지 못했어요. 주로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입을 했죠. 요즘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주제나,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를 세분화해서 공을 들여 고르고 있어요. 꼭 한 번씩 내용을 살펴보게 되고요. 특히 아이들이 작품을 만드니까, 그걸 통해서 관심사나 키워드를 파악하기가 좋아요. 작업하면서 ‘요즘 이런 게 재밌어요.’ 이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거든요.


실은 웹툰은 어떤 책이든 좋아하는 편인데, 소설책이나 산문집 같은 글밥 많은 책은 베스트셀러 아니고서는 잘 안 집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표지가 예쁜 것을 고른다거나 그런 점들도 신경 쓰고 있어요.


다만 고민되는 부분은 논쟁적인 주제들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에요. 예를 들면 성과 사랑 같은 주제들은 ‘유해하다'고만할 수 없고, 적나라하지만 꼭 알아야 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오히려 도서관에서 선별한 도서로 알게 되는 게 친구들에게 더 좋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고요. 반면 인기는 너무 좋은데 편향적인 시선을 담은 웹툰들도 고민돼요. 예를 들면 일진 미화라든지, 너무 오락성만 짙다든지. 이런 책을 제공해도 되는지 저는 고민스러운 편인데, 오히려 이런 책에 대해서는 스스럼없는 분위기인지라.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그새서 수서는 정말 space T 전체가 머리를 모아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요.  



Q. 공간이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실까요?


보미: 공간 운영이 조금 안정된 거지,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거는 계속해서 생기는 것 같아요. 방학 보내고, 숨 돌리고 나면 또 방학이라, 밀려오는 운영과 행정 업무를 해내느라 속도를 못 내고 있지만요. 저랑 유경 주사님은 방학 잘 마치고 회복세가 되면 둘이 모여서 아이디어가 폭발해요. 그런데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도 전에 다시 방학이 오죠.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또래 간 연결' 일 것 같아요. 올해 출판 프로그램 하면서 어느 정도 성취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내년에는 전주 우주로 1216의 트윈운영단처럼 좀 더 심도 깊은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Q. 또래 간 연결이라…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히 계기가 있으실까요?


유경: 굉장히 복합적인데요. 우선 이도 안에서 또래 간 투표하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이 생겼었어요. 그 광경을 보고 ‘오호라… 소통을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하네. 그러면 판을 좀 더 벌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내부적으로 나누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정민님께서 월간리뷰 하면서 ‘또래 간 연결'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시기도 했고, 전주의 사례를 보여주시기도 했던 거죠.


보미: 맞아요. 실은 전주의 ‘트윈운영단' 사례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초반에는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거서 같아요. 트윈세대 친구들이 선생님으로 나서서 워크숍을 주도하고, 운영단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이런 활동을 지원하려면 운영자들이 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2년 정도 운영을 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기 접어들고, 비수기나 성수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니까 욕심나는 부분이 된 거죠. 그 일환으로 책 출판 프로젝트를 했던 건데, 아이들이 책 쓰는 동안 참여도도 높았고 결과물까지 낼 수 있었던 터라 뿌듯한 마음이 컸어요.


유경: 책 출판 프로젝트가 ‘이도만의 또래 간 연결'을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면 두 번째 시도는 좀 더 멋지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직 구상 단계 기는 하지만, 큐레이션 전시를 할 때 친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칸을 자기만의 방처럼 꾸며 줘서 또래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그런 이야기를 콘텐츠랩과 함께 나눠보고 있어요.



Q. 사실 전에 없던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초반에 말씀해주셨던 오픈 직후는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일반적인 사서 분들보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전에 없던 일을 하며 어려움을 견디는 시간이 두 분께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요.


보미: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오히려 저는 자극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매달 월간리뷰가 있다는 게 약간의 압박이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덕분에 데이터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 보고, 어떤 부분을 고민해 보면 좋을지 방향을 잡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청소년 특화 공간'을 남들보다 먼저 접할 수 있었던 것에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해요. 요즘에는 청소년 특화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요즘은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할 때 청소년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보게 되더라고요. 뭐랄까 재단을 만나 저의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유경: 저도 보미 주사님과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어쨌든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리 폭을 넓혀도 여기까지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한계를 좀 넘은 것 같거든요. ‘도서관에서 서비스를 이렇게까지도 제공할 수 있구나’.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분야가 있었네?’, ‘촘촘하게 타기팅해서 서비스하면 도서관에 안 오던 연령대들도 오게 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거죠. 도서관이라는 우물 안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공공 및 민간기관이랑 협력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진짜 개인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덕분에 넓고 유연한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하게 일하고 있어요.


또 도서관에서 일하다 보면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는 경우가 정말 거의 없거든요. 그냥 진짜 키오스크처럼 ‘책을 준다. 반납을 받는다.’ 이 수준이고, 프로그램을 해도 한 때뿐이기 때문에 긴밀하게 관계를 형성하긴 어렵죠. 그런데 꾸준히 이용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정을 나누면서 일의 보람을 정말 많이 느껴요. 친구들은 그때그때 감사를 표현해 주거든요. 제가 언제 이렇게 팬아트도 받고 연예인 같은 대접을 받아보겠어요? 친구들이 그림도 그려주고, 먹을 것도 나눠주고... 그런식으로 되게 따뜻함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역량적으로도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너무 행복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도 탐험사들이 그린 팬아트




¹ 미리 신청하지 않아도 공간에 방문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상시 프로그램. 흔히 이용자가 콘텐츠 감상, 작업 등의 활동을 시작하기 편하도록 말을 걸거나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² 세종시립도서관 <스페이스 이도>의 경우 주말 및 야간 운영을 돕기 위해, 도서관 소속 사서분들이 3개월 마다 로테이션 근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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