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치 않은 변화를 대단히 받아들이는 마음
대학교 졸업 이후 나이 한 살 먹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30살이 된 1월 1일은 나의 외모도, 목소리도, 부모님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고, 책을 끄적이다가 넷플릭스를 보는 나도, 나이 빼고 모두 그대로였다. 대단하지 않은 변화를 나는 대단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어떤 나이를 지나면 성장이 멈춘다. 어렸을 때는 동네만 뛰어다녀도 새로운 것들을 봤고, 그러다 넘어지면 부모님에게 혼이 났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양분 삼아 성장한다. 몸도 마음도 어련히 시간을 따라 자연스레 커졌다. 근데 어른은 아이와 달라서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 익숙한 것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보는 건, 나이로 굳힌 반사신경에 가까운 균형 감각을 무시하고 넘어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20대 초반 정신없이 놀러 다니기에 바빴고, 20대 중반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는 취업에 답답해했다. 결국 취업 실패의 이유를 남이 인터넷에 흘린 답들을 줍고 조합해서 ‘그게 나’라고 얘기하는 것임을 깨닫고,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 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가는 길목마다 턱턱 문이 막혔지만 성장한다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20대 후반 마침내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었는데, 동시에 다층적인 고민이 시작되면서 굉장한 혼란에 들어섰다. 회사 안에서 많은 성취들이 있었지만 내가 맡은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한 노력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일만 잘해서는 안 되는 사회에서 나는 적당히만 잘하고 싶었다. 재테크나 다른 분야에 눈을 돌렸다. 산만한 계획들만 널어놨을 뿐 제대로 된 액션을 취하진 않았고, 결국 회사 안팎으로 이리저리 재면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20대의 중반보다도 어리숙함을 무기로 변명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런 내가 서른이 되었다. 서른은 그 단어 안에 어른이 들어가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마침내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29살이나 30살은 사실 별 다를 게 없는 나이인데 대단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른의 한계와 책임을 인지하면서 변화된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싶다.
멋진 어른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