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개 프로젝트: 개통령 강형욱을 바라보며
반려견과의 이별 그 후
용이를 보내고 이제는 잊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니었나 보다.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오고 쉴 새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마음은 왜 이리도 아픈 걸까.
얼마나 많은 강아지를 훈련시켰을까.
이름하여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텔레비전 속에서 울고 있었다. 늘 자신감 넘치고 멋지던 그가 반려견을 처음으로 영원히 보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데.. 그의 개 다올이 와의 이별을 준비하도록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깜짝 이벤트(행복하개 프로젝트)를 선물 받고
" 사진 찍기가 싫어요"
개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맘대로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 이렇게 이야기하며.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개통령.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같이 한참을 울었다.
용이를 보낸 지 3년 하고도 8개월이 되어간다.
아직도 나는 녀석이 늘 앉아 쉬던 큰 방석을 치우지 못했다. 녀석이 좋아하던 마약 방석도, 부엌 한 귀퉁이 내가 일하는 곁에 놓여 있는 그의 집도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다.
늘 그렇듯이 아침에 눈을 뜨면 나의 잠자리 곁에는 녀석의 방석이 있고 그 위에는 녀석이 좋아하던 인형과 옷이 그대로 놓여있다. 손을 뻗어 옷을 만져본다. 멀리 해외에 있는 형이 녀석을 위해 보내준 옷이다. 옷을 받은 날 한참 동안 옷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었지. 개는 보는 것보다 냄새로 알아본 다고 하지 않던가. 좋아하던 그 옷을, 15살 아픈 몸으로 한해 겨울을 입고 일 년 후 용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옷을 바라보면 보고 싶은 아들의 얼굴이, 아들을 몹시 따르던 용이가 떠오른다. 아들은 아마도 집이 그리워서 개가 그리워, 옷을 고르며 많은 그리움을 거기에 담았을 것이다.
그 옷을 입고 산책을 나갔던 어느 날, 3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용이는 우리 아파트에서는 나름 유명 인사다.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고 이름을 아는 아이도 많았다.
" 얘 너는 참 예쁜 옷을 입었구나. 나도 그런 옷이 있었으면 좋겠다"
꼬마는 용이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며 이야기했었다.
15살 용이. 형아가 사준 예쁜 옷을 입고
용이가 10살.
아이들이 자라서 차례로 집을 떠났다.
남편은 회사가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은퇴 전까지 주말 부부가 되었다.
빈 집에는 둘만 남았다. 빈 집에는 나와 나의 늙은 개만 남았다.
그래도 녀석이 함께 있어 무섭지 않았다.
16살 용이.
수술 때문에 걸어서 오셨던 두 분 어른들이 다른 모습으로 각기 요양병원으로, 시골로 남편과 함께 떠났다.
그 며칠 후 용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녀석을 보내고 홀로 여행을 떠났다.
고즈넉한 남녘 산사에는 오랜만에 하얗게 눈이 쌓였다.
녀석을 위하여 지장전에 절을 했다. 좋은 곳으로 훨훨 가거라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기도하며.
한 겨울 산사는 고요했다. 달빛이 휘영한 새벽, 눈을 밟으며 걸어 예불을 알리는 북소리를 곁에서 들었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혼자 차를 마셨고 터벅터벅 숲을 걸었다.
여행길에서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의 적막감.
나는 빈 집에 혼자 남겨졌다. 홀로 빈 집에 누우면 슬픔과 무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두 어른께 내어드렸던 안방이 낯설어져서 현관 앞 함께 지내던 방에서 녀석의 옷을 옆에 두고 잠이 들었다. 그러면 녀석이 나를 지켜주는 듯했다.
살아있던 때와 똑같이.
그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3년여의 시간이 지나갔던 것이다.
시골을 오르내리며 나는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했다. 충분히 슬퍼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이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으므로.
빈 집으로 돌아오면 용이의 흔적과 늘 함께 였다.
두 분도 모두 떠나보냈다. 그리고 일 년 여의 시간이 더 흘렀다.
그때쯤 그 프로그램을 보았던 것이다. 마음 깊숙이 꾹꾹 눌러 참아왔던 슬픔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맘껏 울었다. 녀석을 보내고 난 후에도 계속된 힘들었던 시간. 그냥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었나 보다. 그래서 더 녀석이 그리웠었나 보다.
텔레비전을 보며 강형욱과 함께 한참을 울고 난 후였다.
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권유로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도 녀석과의 시간을 노트에 남기고 싶었었다. 나의 기억에서 잊혀가는 그 소중한 시간들을 간직하고 싶었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나에게 녀석은 가장 좋은 친구였다. 나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도.
답답한 일이 일이 있어 끊임없이 이야기해도, 어떤 이야기라도 그저 깊은 눈으로 바라보아주었다.
슬픈 일이 있어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 말없이 다가와 나를 핥아주며 위로해 주곤 했다.
어떤 때는 자신의 전부를 내려놓은 채 천사 같은 모습으로, 아기처럼 나에게 기대어 예쁜 눈으로 사랑의 기쁨을 느끼게 하던 녀석이었다.
생각보다 그와의 이별이 내게 준 슬픔은 컸고, 이별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도 길었다.
용이와 함께한 시간들을 매거진으로 써 내려가려고 한다.
이제 정말 훌훌 떠나보내려고....
온전히 믿어주는 큰 마음은 사람으로부터만 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려의 변함없는 마음이 깊고 크게 다가온다.
내가 떠나보낸 용이를 생각하며.
항상 나의 곁에 있던 나의 개.
나는 그를 위하여 그리움을 담은 눈으로 꽃을 바라보고, 함께 걸었던 숲을 산책하고, 함께 앉았던 벤치에 앉아보고 그를 위한 시를 썼다.
오랜 나의 친구 그에게 있어
"당신이 내 주인이어서 행복했어요."
나는 그런 보호자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