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잊고 살았다. 오랫동안..

다시 별을 바라보다

by 샛별

어린 시절 겹겹 산에 둘러 싸인 하늘은 내 고사리 손으로 서너 뼘 만한 크기였다. 밤이면 하늘에는 참으로 많은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은하수가 이쪽 산등성이에서 저쪽 산등성이로 하늘을 가로질러 뽀얀 별들의 길을 이루고 있곤 했다. 여름밤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고 누워 하늘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별은 세어도 세어도 끝이 없었다.

별 하나 나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 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비추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리네

그 시절 늘 별은 우리와 함께 있었다. 이른 새벽에도, 늦은 밤 하교 길에도, 별을 헤고 별자리를 이야기하고 나의 별을 가슴에 담기도 했다.


도시로 떠나온 뒤 나는 별을 잊고 살았다. 밝은 빛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고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도시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다시금 별을 바라본 것은 아들 녀석과 함께 떠난 뉴질랜드 여행길에서였다. 빙하호수가 아름다운 데카포 호수에서의 하룻밤.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빛나고 있었다. 남반구의 밤하늘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었지만 그냥 카메라로도 희미하게나마 별이 찍힐 만큼 크고 밝은 별들의 세상이었다. 왜 그때 별 투어 신청을 하지 못했는지..(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그곳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별 관찰 장소였다) 아들과 나는 추운 줄도 모르고 밤이 늦도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음날 새벽 마운트 쿡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면서도 새벽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또 별을 잊고 지냈다.


다시 별을 보게 된 것은 16년을 가족으로 살다 떠난 반려견 용이를 보내고 여서였다. 쓸쓸한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많아지던 어느 날 저녁, 주변에 어스름이 내리고 하늘은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있는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별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 별빛은 다정하게 내게 깜박이며 말을 건네는 듯했다. 그 눈빛이 용이를 닮았다. 그 녀석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 이후 내겐 버릇이 생겼다. 다시 별을 보게 된 것이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창문을 열고 별과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별이 보이지 않는 저녁이면 슬픈 마음으로 별을 그리워한다.

별이여, 아직 끝나지 않은 애통한 미련이여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기쁨을 만나라
당신의 반응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_ 마종기,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중에서


바쁜 삶에 휘둘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를 잃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그 시간을 잊고 살았다. 앞만 보며 달려 가느라 위를 보는 법을 잊고 살았다. 인공의 빛이 사라진 시골에 와서 비로소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내가 지닌 고통의 별. 나를 있게 한 사랑의 별. 별이 이리 많이 반짝이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사람이, 수많은 그리운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별의 친구가 되었다.

잊고 있었던 별들.

네가 떠나고

밤이면 다가오는

소리 없는 슬픔과 만날 때

올려다본 하늘

따뜻하게 나를 부르는

네 깜박이는 눈빛을 보았다.


네 눈은 별이다.

창을 열면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네 눈빛

영원히 내 가슴에 남은 별 하나

너는 별이 되었다.

너는 나의 별이다.


이제 나는 어느 별의 친구가 되었다

밤이면 창을 열고

너와 눈빛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혼자 가만히 이름을 불러 보기도 한다

밤이 새도록 너는 나를 내려다보겠지

그 눈빛을 가슴에 담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Photo by Stanislav Kondratiev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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