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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Jan 28. 2020

행복의 조건(하버드대학교. 인생성장 보고서를 읽고)

행복 찾기:책장 속에서 나의 삶을 바라보다


책을 사면 표시하는 제일 앞장에 쓰여진 산 시기를 보면 내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일상에서 탈출을 꿈꿀 때는 여행기를 많이 샀고, 떠나보내야 할 이들이 많을 때는 죽음에 관한 책이 많았다.


행복에 관하여 생각해 볼 때는 언제일까? 자신이 행복한 순간에 있을 때 행복이란 어떻게 우리에게 찾아올까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어려운 순간에 처했을 때 오히려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지는 않을까.


행복에 대한 글들을 골라서 읽던 때가 있었다. 한참 힘들던 시기에, 그리고 그 힘든 시간을 벗어난 시점에. 처음 이 책을 읽고 난 뒤 무엇인가 모자란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찾다가 내가 적어놓은 글귀(유레카! 법정 스님의 글 속에 답이 있다)는 다시 한번 책을 보게 했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행복의 조건'은  거의 한 세기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로 수많은 사례의 분석과 통찰을 통해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가를 살펴본 책이다.



연구 대상은 모두 3개 집단, 총 814명으로 연구 대상자, 부모, 교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루어지고 모든 사실을 기억의 오류를 피할 수 있도록 각 시기의 기록을 토대로 한 인간의 전체 삶의 발달 과정을 살펴본 것이다.


 1) 하버드생 집단: 1930년대 하버드 대학 법대에 입학한 268명의 삶을 72년간 기록한 성인발달 연구를 토대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2년에 한 번씩 설문지를 받고, 5년마다 건강검진 기록부를 제출하고, 15년에 한 번씩 면담에 응했다(대상자뿐만 아니라 대상자와 아내. 자녀들의 생활에 대하여도). 연구 대상에 포함된 뒤 각 학생들은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 8회 정도 면담(가족관계, 장례 계획, 가치체계 등)을 받았다. 또한 가족요법 전문가가 연구대상자뿐만 아니라 부모, 조부모, 친지들의 인품, 가족사 및 사회적 지위를 조사하고 어머니로부터 성장과정 및 가족의 정신병력 유무도 조사했다.

2) 이너시티(대도시 중심부의 저소득층 거주지역) 집단:대조구 집단

3) 터먼 여성 집단 ( 천재 여성 집단) : 하버드 집단에 비교되는 여성 집단

2) 3) 집단은 이전에 진행되다 중단된 연구를 흡수하여 이전의 자료와 그 이후의 삶을 꾸준하게 조사하면서 1) 집단과 동일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각 성인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모델로서는 성인이 이루어야 할 여섯 가지 발달 과업을 정하고 814명의 대상자가 어느 시기에, 어떻게 특정 과업을 수행하였는지를 평가하였다. 이러한 과업의 수행과 가정환경, 지능, 관계 형성,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의 변천을 노년에 이르기까지 집단 별로 대표적인 예를 통하여 객관적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1) 정체성:자신만의 가치체계 수립:청소년기  
2) 친밀감: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관심을 확대하는 것)  
3) 직업적 안정 (개인의 정체성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정체성의 확립)
4) 생산성 : 다음 세대를 보살피고,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보살피고, 타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상호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공동체 형성  
5) 의미의 수호자 : 인류의 문화와 제도를 보호. 보존, 과거에 대한 의미 있는 가르침을 주는 능력
6) 통합: 세상의 이치와 영적 통찰에 도달하는 경험.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하나뿐이며 한번 태어나 한번 죽는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는 쇠퇴해 가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성취할 수 있는 힘


행복의 조건은 "인생의 고통을 어떻게 대응하는 가에 달렸다

 품위 있고 만족스러운 노년을 맞는 데는 생산성, 의미의 수호자, 통합의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베일런트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많고 적은가 보다는 그 고통에 어떻게 적응하는 가 (고통이나 갈등, 불확실성에 대한 "무의식적 방어기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린 시절이 인생을 좌우하는가? 에 대한 그의 견해는 신선했다. 즉 유아에서 성인으로 그리고 노년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추적은 유아기가 성인기의 행복에 영향을 끼친 다는 것은 사실이지만(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의 슬픔이나 사랑, 분노의 감정을 잘 다독여주고 자상하게 보살펴 주었는가는 행복한 노년을 위하여 미래에 성인으로서 이루어야 할 중요한 과업 즉 친밀감, 직업적 안정,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유년기의 행복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러 인생 전반에 사랑했던 모든 이를 찾아내어 그 사랑을 회복하거나 (심리적 고통의 치유) 과거의 잃어버렸던 사랑의 기억을 통하여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메꾸어 나가면서 건강한 노년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생산성과 의미의 수호자: 만족스러운 인생의 열쇠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자녀들을 돌보면서 자녀들에게 배우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삶에 영감을 불러올 수 있으며 건강한 노년을 위한 버팀목이 되며 지능이나 출신과는 관계가 없었다. 작게는 자신의 가정에서부터 또는 지역사회나 여러 모임을 통한 인간관계를 통한 관계와 유대 속에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자녀들에게서 무엇을 배웠는가? 에 대한 답을 통하여 다음 세대로부터 배운 것이 많은 대상자일수록 생산적인 삶을 살았다.


통합의 시간. 건강하게 나이 들기

연구를 수행하면서 저자 자신 또한 변화무쌍한 삶의 궤도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였으며, 자신의 나이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연구대상자들의 그 이후의 삶에 대하여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품위 있고 만족스러운 노년을 맞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인 생산성, 의미의 수호자, 통합에 대하여 더 자세히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하여 무엇이 필요한 가에 주목한다. 노년으로 향해 가면서 우리는 욕망과 억압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가며 성숙한 방어기제로 나아가며 성공적으로 늙어 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늘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비록 매우 가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할 지라도 존재 자체를 즐기며 사는 것 즉 자기 삶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품위 있는 노화: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위고

70대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지를 50세 이전의 삶을 보고 예견할 수 있다

-건강한 노년을 부르는 일곱 가지 요소 : 1) 비흡연 (50세 이전에 금연) 2) 성숙한 방어기제 (적응적 방어기제) 3) 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4) 알맞은 체중, 안정적 결혼 생활, 운동 5) 교육년수 (자기 관리 능력의 획득)
-건강한 삶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여섯 가지 변수: 조상의 수명, 콜레스테롤과 스트레스(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기가 있을 수는 있으나), 부모의 특성 (부모의 사회적 신분, 안정된 결혼 생활, 이른 죽음, IQ 등), 유년기의 성격, 사회적 유대관계 등은 일정 시기까지는 영향을 미치나 노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 50세 이전까지 체중, 운동, 담배, 알코올을 조절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바람직하게 개선하고 부적절한 방어기제를 줄여 나간다면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에 이를 수 있다- 스스로 결정 가능하다


삶을 즐기는 놀이와 창조의 비밀

은퇴 이후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만하게 사는 일이다. 노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능력 중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보다는 삶을 줄길 줄 아는 능력, 즉 혈기왕성한 새끼 고양이처럼 지칠 줄 모르고 노는 능력이 더 쓸모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는가?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변하는가?

행복한 노년을 부르는 일곱 가지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미래를 예견하고 계획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능력, 감사와 관용(컵에 물이 반이나 차있다고 여길 줄 아는 능력),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일을 해나가려고 하는 자세가 없다면  건강한 노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읽고 나서 이야기

처음 읽을 때와 두 번째 여유를 가지고 정독할 때 느낌은 달랐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아마도 혼란한 상황 가운데서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래를 보면 행복하다는 옛말이 있다. 궁금했다.  왜 같은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볼 때는 행복이 되고, 달리 보면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이 책에서 여러 가지 객관적 관점으로 개인의 삶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그런 삶을 살거나 못 산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결국은 마음 자세의 문제(웰 에이징)로 귀결되었을 때에도 내가 삶의 과정 중에서 얻고자 하는 행복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이후 Ted에서 '행복' 편을 찾아서  강연들을 들으며 행복에 관하여 생각해 보기도 했고, '꾸빼 씨의 행복 여행''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법정스님의 법문집 2' '등 행복에 관한 글들을 읽던 중 그런 와중에 찾은 두 스님의 말씀 속에서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그리고 본질을 살펴보고 하루하루 나답게 사는 것이 행복임을, 그 순간의 혼란은 변하는 것이므로 언젠가는 지나가리라는 믿음이 나를 일으키는 힘이 되었다.

세속의 행복,. 건강, 재산, 친구나 동반자 등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맞다. 하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기 위해 그런 것들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마음의 상태가 핵심적인 열쇠이다. 이것이 나에게 진정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가? -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중에서
흔히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을 행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갖고 싶은 사람은 자동차, 권력을 차지하고 싶은 사람은 권력, 자기 짝을 찾고 싶은 사람은 사랑... 이러한 욕망을 이루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을 막상 갖게 되면 한동안은 기쁘고 흥분될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시들해집니다.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모두 덧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덧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삶의 부수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일 수가 없습니다.
 본질은 변할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 가구, 권력 같은 것들은 삶에서 부수적인 것들에 불과합니다. 본질이 아닙니다. 부수적인 것들과 본질적인 것들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질적인 것에는 가치를 부여해야 하지만 부수적인 것에는 가치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행복은 요구하고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지는 것입니다. 하나의 선물입니다. 행복은 우리가 요구하고 추구한다고 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추구하거나 요구하게 되면 행복은 우리를 비껴갑니다. 찬란한 봄날, 우리가 이 순간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면 그 안에 행복은 깃들어 있습니다.- 법정


두 번째로 정독을 하면서  방대한 양의 연구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육체적 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을 본다.
정신적 모습을 보기 위해서도 거울이 필요하다. 남이 사는 모습이 그 거울이다.-어느 책의 글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데이터화 된 여러 가지 삶의 모습과 그를 통하여 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나름대로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거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살아온 시간 동안 나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가, 또 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가, 나는 잘 나이 들어가고 있는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마음자세는 무엇인가를 사례를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마음자세를 바로 아는 것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물길의 시작점이라면, 나에게 있어 여러 줄기의 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고(타인의 삶을 통하여) 결국 행복한 노년이라는 큰 바다로 나아가는 길을 얻게 하는 지혜를 얻게 하는 책이었다.



-Photo by Steve Hala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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