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산책 시간
오늘 해 질 녘,
1956년생이신 엄마와 함께 천천히 산책을 했다.
노을빛이 길 위에 길게 드리워질 때쯤, 엄마는 구순이신 할머니 이야기를 꺼내셨다.
할머니를 떠올리며,
유전자의 법칙이라는 말을 조용히 이어나가셨다.
할머니를 통해 엄마 자신을 보신다고,
친척간의 불화가 있을 때
단절하신 할머니 영향으로
자기 자신도 그런 선택들을 한 거 같다고
하지만 엄마는 이제 그렇게 단절하지 않고
잘 소통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이 참 인상 깊었다.
할머니를 통해 엄마의 가치관이,
칠순을 앞둔 이 시점에서
새롭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앞으로 다가올 우리 엄마의 팔순과 구순은 지금보다 더 건강하시고, 더 마음이 평안하실 거라는 기대가 가만히 마음속에 차올랐다.
소녀 같은 면모를 여전히 품고 계신
우리 엄마에게,
나는 우리 엄마가 할머니의 딸로서,
아빠의 아내로서,
나와 동생의 엄마로서
참 훌륭하시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들으시며
엄마가 가볍게 웃으셨는데,
그 미소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나는 복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만남의 복, 부모와 자식으로 이어진 이 귀한 인연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오늘의 산책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