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회복 이야기

마음 진통제

by 박나윤

마음이 아플 때 진통제를 먹는다면 어떨까.


어쩌면 터무니없는 상상일지 모르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실연을 당한 사람에게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와,

팔에 뜨거운 커피를 쏟았을 때의

뇌 반응이 놀랍도록 비슷했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의 통증도 몸의 통증처럼,

뇌는 하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마음도 약으로 달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또 이런 의문이 따라온다.

아직 아프지 않지만,

아플까 두려워 미리 약을 먹는 건 효과가 있을까


사람마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

시술이나 치료도 그에 따라 조절된다고 한다.

그런데 진통제를 과하게 복용하면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다.

아픔은 때로 우리를 보호해 주는 신호니까.


몸이 아플 때뿐 아니라,

마음이 아플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픔에 반응하며

기진맥진하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지,

어떻게 해야 다시 편안해지는지

그 방법을 서서히 배운다.

힘들 때는 힘들자.

당장의 아픔을 애써 피해 도망치지 말자.

감정조절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작 느껴야 할 감정을

피하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든 감정

특히 아프고 힘든 감정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


그것이 제대로 사는 일이다.

달력이 한 달은 크고 한 달은 작듯,

우리의 마음도 늘 같을 수 없다.

크고 작은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내 감정을 조금씩 바꿔보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삶을 배우고, 마음을 배운다.


그리고 정말 견디기 어려운 마지막 순간에는


최후의 보루로

진통제를 한 알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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