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회복 이야기

나만의 피로감 이야기

by 박나윤

아버지 형제들 사이의 식사 자리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모이고, 누가 빠지고, 그 일정이 어떻게 조정되는지는

살다 보면 늘 생기는 일이고, 대개는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버지가 병원에 계신 지금,

정작 중요한 건 ‘누구와 식사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버지의 현 상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돌볼 것인가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늘 그랬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경계를 스스로 흐려놓는 사람.

본인이 원하는 감정만 우선순위가 되고,

정작 지금 정말 눈앞에 두고 챙겨야 할 것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


그 옆에서 엄마는 언제나 조율이 안 되는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조율을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복잡한 감정과 요구들이 엄마에게 한꺼번에 쏟아지면

엄마는 그걸 다시 우리에게 끌어와 옮겨놓는다.

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사실들은 희미해지고,

말은 빙빙 돌아 더 큰 오해로 엉킨다.


동생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쳐 있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퍼렇게 멍이 들 만큼 마음이 약해져 있었고,

외가 쪽 일로 상처가 깊어진 뒤로는 더 이상 힘을 쓸 여력이 없어 보였다.

그런 동생을 대신해

연락하고, 설명하고, 조율하고, 정리하는 일들이 모두 내 몫이 되었다.

당연한 역할도 아닌데,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그 무게를 내가 떠안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실 그게 제일 힘들다.

식사 일정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감정도 아니라,

아버지의 병실 분위기도 아니다.

이 모든 걸 나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는 그 막막한 책임감.

아무도 중심을 잡지 않는 자리에서

억지로 중심을 잡아 서 있어야 하는 그 피로감이

하루하루 나를 조금씩 닳아지게 만든다.


가만히 보면,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따스한 동시에 얼마나 벅찬지 모르겠다.

누구 하나만 무너지면,

그 균형을 맞추려고 나머지 사람들이 더 무거워지는 구조.

나는 지금 그 무게를 버티고 있고,

동생은 버텨내지 못한 채 주저앉아 있고,

엄마는 중간에서 휘청이고 있고,

아버지는 여전히 우선순위를 모른 채 병원 침대 위에 누워 계신다.


나는 오늘도 마음 깊숙이 작은 한숨을 접어 넣는다.

누구도 묻지 않지만, 나만이 알고 있는 이 조용한 피로를.


그럼에도 내일은 또 무언가를 정리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 ‘누군가’가 되어버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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