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복래 笑門萬福來
소문만복래,
웃는 문으로 만 가지 복이 들어온다는 말은
옛말 같지만, 요즘 나는 그 말이
뇌 속에서도 사실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만가지 완벽한 복이 들어온다.
웃음이라는 작은 근육의 움직임이
감정을 자극하고,
감정은 기억을 만든다.
그 기억을 주관하는 해마
옆자리에 편도체가 있다.
그래서 감정이 크게 흔들린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강렬했거나, 반복되었거나.
기억이 오래 남는 이유는 늘 그 둘 중 하나였다.
우리의 뇌는 참 바쁘다.
과거의 기억을 불러와 지금에 대입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예측해 본다.
기억중추인 해마와 전전두엽이
손을 잡고 가능한 일이다.
전전두엽은 생각하고, 분석하고, 예측하고, 선택하고, 결정한다.
말하자면 삶의 방향키 같은 곳이다.
그런데 이 전전두엽은 느리게 자란다.
변연계가 어린 시절에 거의 완성되는 반면, 전전두엽은 빠르면 스무 살, 늦으면 마흔이 넘어서야 제 역할을 다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춘기시절 그렇게 감정적 인지도 모른다.
그 시기 어쩌면 좋은 교육이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전전두엽이 감정을 잘 다루도록
돕고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사실
‘객관적인 사실’보다도
기억에 더 크게 좌우된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그 정보가 과거의 어떤 기억을
건드리는지가 중요하다.
긍정과 부정의 기준은
진실이 아니라,
과거에 해마에
어떤 감정으로
저장되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기억한다.
같은 걱정 앞에서도 어떤 이는 가볍게 넘기고,
어떤 이는 깊이 가라앉는다.
상황도 다르지만,
또 하나 기질을 빼놓을 수는 없다.
성격이 타고난 성질이라면,
기질은 그에 따라 반응하는
정서의 방향이다.
운명과 기질이 비슷한 말이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기질은 감정을 만들고,
감정은 기억을 쌓아
개인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문제는 우리가 대부분 이 과정을
자각하지 못한 채
저장하고, 왜곡하고, 반복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다짐한다.
나의 감정에서 내가 빠져나오지 않겠다고.
내 기분과 감정의 주도권을
외부에, 과거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게도
함부로 넘기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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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음에 응어리를 가득 안은 동생의 말을 들으며 내 편도체가 먼저 반응했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요동쳤지만,
뇌생리를 떠올리며 한 박자 멈출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은 말을 들어도,
같은 상황에 놓여도,
기질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
감정은 기억에 좌우된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동생이
왜 그렇게 마음 아픈 말을 쏟아냈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었다.
나와는 다른 기질을 가진 동생에게,
나는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로가 되는 언니이고 싶다.
감정을 고치려 들기보다,
감정이 그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기억의 길을 함께 바라봐 주는 사람으로.
웃는 문 하나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복이 들어올 수 있다면.
오늘은 그 문을, 내가 먼저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