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하심으로 걷게 된 나의 길
내가 누군가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간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어머니의 인도하심과 따뜻한 권유 덕분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던 그 시절의 나는 사춘기라는 혼란의 길 위에 서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왜 태어났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
철학적인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는 그 생각들 속에서 수능을 치렀다.
지금 돌이켜보면 공부에 조금 더 집중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의 방황과 성찰이 결국 내 삶의 방향을 결정지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 시간은 나를 이끌어주는 ‘첫 성장의 씨앗’이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근무하게 된 곳은 부모님이 일하시던 서대전역 근처의 중소병원이었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큰 고민 없이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신규 간호사로서의 첫 3년은 낯설고도 치열한 시간이었다.
정형외과, 일반외과, 신경외과를 돌며 환자들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마주했고,
그 속에서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처음 배웠다.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서 있는 자신을 보며,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대학병원에 지원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때부터 2014년까지, 내분비내과와 신경과, 심장·신장내과를 오가며 일했다.
환자들은 대부분 노화로 인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분들을 돌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노인 간호에 관심이 깊어졌고, 노인전문 간호학 석사 과정을 밟게 되었다.
공부를 통해 깨달은 것은, 간호는 단순히 치료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깨달음은 내 마음을 한층 더 성장시켰다.
병원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환자들에게
“따뜻하고 상냥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말은 내게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간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다짐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는 또 다른 배움을 얻었다.
한 생명을 돌보는 일은 간호와 다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서, ‘듣는 마음’, ‘기다려주는 마음’을 배웠다.
그 시절은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성장기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나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2차 종합병원에서 예방접종 간호사로 일하며,
오전에는 병원에서, 오후에는 교육원 강의와 방문간호로 바쁜 하루를 보낸다.
누군가의 건강을 지키는 일, 그리고 나 자신을 돌보는 일.
그 두 가지가 이제는 내 삶의 한 축이 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늘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건강 회복을 돕는 자로, 질병을 예방하고 삶을 지켜주는 사람으로.
그 과정에서 나는 수없이 배우고 성장했다.
나의 성장은 늘 누군가의 손을 잡는 일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모든 길 위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이 나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주고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