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버틸 힘을 주세요
내가 만약에 잠이 안 온다면,
옆에 있는 사람을 깨울까, 혼자 견딜까.
그 질문을 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되뇌던 밤이었다.
“찬물 달라.”
“김밥 달라.”
아빠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나는 한 시간쯤 잤나 가늠해 보다가
괜히 심장만 요동치는 걸 느꼈다.
3교대 나이트 근무를 하던 시절처럼
몸의 리듬은 완전히 어긋나 있었고,
그래서 내가 더 예민해진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사랑은 참아주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배워온 사람처럼
찬물 대신 미지근한 물을
밤 동안만이라도 드시라고
머리맡에 두고 잠들었다.
그게 나름의 배려였다고 믿으면서.
그런데 새벽 네 시 반,
기운 없다던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간호사실로 나가셨다.
“나물 좀 줘, 찬물.”
그 한마디에
나는 조용히 백기를 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찬물을 꺼내드리며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스르르 내려앉았다.
번갈아 교대로 곁을 지키는
가족들에게 “수고했다”라고 하시는 말도
그날따라 내 귀에는
“수고해야지”처럼 들려왔다.
말은 고마움인데,
마음은 왜 이렇게 비틀어질까.
이런 마음을 갖는 나 자신이
조금은 미워진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랑 아닐까?
미움도 사랑인가?
서운함은?
왜 늘 자기 욕구만 요구하실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도
평생 그러고 사셨다는 걸 떠올리면
질문은 다시 접힌다.
바뀌지 않을 걸 알기에
그러려니 한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오늘은 유난히 현실처럼 다가온다.
중학교 때부터 늘
병원과 집을 오가던 시간들이
조용히 겹쳐진다.
나는 늘 일하러 오는 마음으로
아빠에게 온다.
오늘 일은 좀 고됐구나 생각해야겠다.
간병도, 사랑도,
하루의 노동처럼 쌓여간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버틸까.
부디,
오늘 하루를 지나갈 만큼의 힘만
주시길 기도하고
다시, 출근준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