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코감기가 떨어지질 않아 코가 맹맹한데 사포 먼지를 뒤집어쓰고 물감칠을 하면서 계속 훌쩍거리니 몰골이 거지꼴이 되어갔다.
라디오에서 누구라도 따라 부를 것 같은 봄노래가 흘러나온다. 어쩐지
심심한 마당에 '삐삐'거리는 새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래! 아침이면
설탕가루처럼 햇살이 창과 마루로 쏟아졌다. 식탁을 치우고 나면 커피잔을 들고 볕을 따라다니며 헤르만 헤세의 산문집을 뒤적이거나 창가 볕에 등짝을 데웠다.
강아지 '페이'에게 "내가 책 읽어줄게~" 하며 글 몇 토막을 소리 내어 읽어주니
게슴츠레한 눈으로 집중하는 척하다 즈이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오를 지나 신경질적으로 바람이 불자 까치둥지에서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로 떨어졌다. 이럴 때 쓰려고 세워둔 긴 빗자루로 어수선한 마당을 썩썩 쓸어냈다.
훤해진 마당에 빨래를 줄줄이 널고 길게 늘어진 줄을 고양이 눈처럼
장대로 추켜 올렸다. 금세 냉랭한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마음이 녹으니 기차가 타고 싶어지고 친구도 보고 싶고 여행 가고 싶어 진다.
마음을 참고 폭신한 마당을 지나 나무공방 작업실로 들어섰다.
난로에 사과 나뭇가지부터 구겨 넣고 불을 지폈다. 땔감으론 효율이 별론데 불이 붙을 때 사과향이 나며
금방 온기가 퍼지니 낭만적인 불놀이다.
녹차 한 잔을 만들어 한 모금씩 넘기며 어린이의자 작업을 시작했다.
가구 작업은 흥미로우면서 복잡하다.
주문마다 디자인과 사이즈가 다르고 먼지를 마시고 어깨, 손목 허리까지 피로하다.
난롯불을 등지고서 꺼끌꺼끌한 표면을 샌딩기로 다듬고 전기 오른 듯 찌릿한 손으로
젯소칠과 사포질을 한 뒤 베이비 핑크색 아크릴물감을 조색해서 칠했다.
페인트 대신 물감을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오며 그림 그리는 마음이 들어 좋다.
코감기로 코가 맹맹한데 사포 먼지를 뒤집어쓰고 물감칠을 하면서 계속 훌쩍거리니
몰골은 거지꼴이 되어갔다.
작업실 맞은편은 음지라 처마에 쌓인 눈이 이제야 녹는 중인데
오선지 위 음표처럼 똑! 똑! 박자를 탄다.
아까부터 작업실 창가에 냉큼 올라앉은 고양이는 마냥 봄볕 샤워를 하면서 스르륵~잠이 들었다.
나도 햇볕 드는 창가에서 책 몇 줄 읽다가 스르륵~고양이처럼 졸고 싶은 날이다.
똑. 똑. 똑. 분홍 구두를 신고서 대문을 나서고 싶은 분홍,
봄날이 오는 중이다.
2011.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