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개와 고양이와 나의 달리기 2013년 봄
봄인가 싶은 월요일. 바람이 좀 불었다. 봄마다 앓는 우울, 괜한 쓸쓸함이 질척이는 흙 마당에 개 발자국처럼 난리 부루스다. 오늘은 기온이 좀 더 내려갔지만 바람이 없어서 아침 공기는 개운하다. 아까부터 안달 난 고양이 메롱 이를 먼저 데리고 나와서 '달려! 달려!' 시동을 걸었다. 엉켜버린 털 뭉치 때문에 야옹인지 강아지인지 구분 안 되는 모양새로 주인아줌마보다 빠르게 달리는 메롱이, 더 신나서 전력 질주하는 개 금순이까지 아직 얼음이 바작거리는 울룩불룩 한 마당을 냅다 달려갔다 오기를 몇 번. 아침부터 셋이서 우스운 달리기를 해 봤다. 몹시 심한 감기를 앓고 일어난 것처럼 꽤 상쾌해졌다. 달리기가 끝나자마자 사료통 뚜껑에 앞발을 치켜올린 메롱이에게 사료 한 주먹을 주고 금순이에겐 주인아저씨가 남겨 준 계란찜 두어 숟가락을 주었다. 난 친정엄마가 보내준 나물과 두부 찜을 데워서 밥 한 공기를 뚝딱. 이렇게 셋이서 아침밥도 먹었다. 주전자의 커피 물이 끓기 시작할 땐 창가의 햇살이 벌써 마루의 반을 점령했다. 빨간색 큰 머그잔에 커피를 타서 두 손에 쥐니 오늘 하루 치의 행복 중 반 이상은 가진 것 같다. 하루는 이렇게 사는 거다. 이렇게 너무 평범하게 어떨 땐 게으르고 한심하게 오늘처럼 아주 우습고 재밌게도 시작한다. 한 시도 여유 없이 힘들어 죽겠을 때도 있고 너무 크고 무겁고 고달프게도 간다. 끝나지 않는 고민, 해결 불가능한 어려움 내 능력 밖의 일들이 있다. 그럼에도 난 '개와 고양이와 나의 달리기'로 오늘 아침이 꽤 재밌다는 것. 잘 찾아보면 재밌는 것들이 내 곁에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