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당

옛날 극장

by 바람세탁소


식구들이 다 나가고 활~짝 창문을 열었다. 게슴츠레 눈을 뜬 하늘 수상한 바람 냄새, 밉상인 강아지 콩순 이, 익숙한 먼지와 라디오, 꽃무늬가 예쁜 싸구려 커피 잔. 이런 것들로 채워진 아침 풍경 속에서 분홍빛 꽃무늬가 바랠 대로 바랜 이불을 펄럭거려 먼지를 털어냈다. 옛날엔 마당 가운데에 반질하게 손 때 묻은 펌프가 박혀 있었다. 난 빨래의 헹굼 물이 필요할 때마다 펌프에 마중물 한 바가지를 넣고 빠르게 펌프질을 했다. 물론 내 힘으론 역부족이라 엄마가 꾹꾹 눌러 물이 콸콸 나올 때까지 펌프질을 해 주셨다. 그제야 껑충 뛰며 놀며 신 나서 펌프질을 해댔다. 엄마는 무궁화 비누로 '착착 착착' 하얗게 맨손 빨래를 해서 조그맣던 내 손까지 빌어 이불 빨래의 물기를 짜서 작은 마당을 가로질러 이불보를 널었다. 바람에 살랑대며 보송하게 마르는 이불 사이를 들락이다가 혼쭐이 나곤 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삐걱대는 대문을 열고 들어설 때 보라색 월남치마를 입은 엄마가 사각거리는 이불 홑청 사이로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저녁 설거지까지 끝낸 엄마가 무겁고 찬 다듬이 돌을 끌어다 놓으시고 아빠 다리(늘 아빠가 앉아계시던 모습을 보고..)를 하고 앉아선 '미나야~ 이것 좀 꽉 잡아라'하시며 날 불러 앉혔다. '뚝딱뚝딱 뚝딱뚝딱'골목길까지 흘러나가는 소리가 백열등 불빛과 함께 작은 창밖을 지나고 온 동네로 퍼져 나갔다. 엄마는 방망이를 전문가처럼 움직였고 요술을 부리듯 이불보는 금세 빳빳해지고 윤이 났다. 재밌어 보이는 방망이질을 해 보겠다며 졸라대던 아이는 몇 번만에 나가떨어질 만큼 방망이질은 무겁고 힘들었다. 방바닥 가득 솜이불을 깔아 놓고 바느질을 할 때마다 '뽀득뽀득' 소리가 나며 새 이불이 뚝딱 만들어졌다. 그날 그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 기분이 참 좋았다. 엄마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어수룩하게 엄마 흉내만 내는 건지! 이불이 널려 있던 엄마의 마당에서 펌프에 매달리던 작은 아이. 엄마와 이불을 꿰매던 작은 방 안이 잘 보이는 사월의 봄날이다.

이전 06화꽃으로 국을 끓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