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올봄도 난 꽃으로 국을 끓인다. 기막힌 봄 아닌가!
지난겨울 김장할 즈음 열심히 밭 한 뼘을 만들고 봄동 씨앗을 뿌렸다.
봄동은 겨울에도 끄떡없다는 종묘상 아주머니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고
씨 뿌리고 비닐하우스를 씌우고 배추가 자라기 기다렸다. 그러다가
눈 오고 찬 겨울이 지나는 동안 손톱만큼 자란 싹을 보며 계속 기다렸다.
ㅎㅎ 기다리다 못해 마트 세일 품목에서 봄동을 발견하곤 몇 천 원어치 씩 사 먹으며
사 먹는 게 제일 싸다는 걸 깨달았다.
봄이 온다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드디어 배춧잎이 한 겹 두 겹 쌓여가니
금방 배추 부자가 될 것 같아 여기저기 자랑하며 나눠먹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고는
더 자라기를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나의 봄동밭은 꽃밭을 완성하고 말았지 뭔가!
그래, 앞으로 봄동은 사 먹기로.
아까운 꽃은 베어서 마당에 한 아름 꽂고 하우스에 앉아서 배추 이파리를 한참 다듬었다.
배춧잎과 꽃봉오리까지 욱여넣고 뜬 물을 부어 된장국을 한 솥 끓여
후룩후룩 며칠 먹었다. 마트 봄동보다 맛있다.
꽃으로 된장국을 끓이는 사람이라니!
재밌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