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분이 덜컥 로고 디자인을 맡겨주셨다.
성실히 창업을 준비하는 분인데, 이번에 같이 프로젝트를 하며 대화를 해본 사이라 믿고 맡겨주신 것이다.
근래 들어오는 일의 대부분은 투잡을 시작하거나 혼자서라도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서다.
▲ 국내 투잡 인구 증가 추이(2017-2023)
아니나 다를까, 1인 창업, 투잡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2030 세대의 평균 연봉이 3,000만 원 대인데,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14억 원 이상인 현 시점에서의 경제적 독립을 위한 돌파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창작물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도 크게 작용한다. 3년을 공부해서 개발할 서비스를 요즘엔 LLM과 노코드 툴의 도움이면 한 달 만에 뚝딱 만든다.
이런 관점에서 1인 기업/투잡 창업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의 수요는 안정적으로 우상향할 듯 하다.
더불어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드나 창업한 기업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로고 외주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로고 디자인을 위한 생성형 AI (Looka, Wix logomaker 등)가 나왔지만 아직 완성도 있는 로고 디자인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로고는 기업의 정체성과 비전을 함축하며, 외부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냥 예쁘게, 단순히 좋아 보이는 디자인의 로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로고의 이름이나 모양을 봤을 때 어떤 것이 연상되고, 또 어떤 연령층의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로고를 많이 접하게 될지 등 많은 요소를 입체적으로 상상하면서 기획을 한다면 기업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 '진짜 로고'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예쁜 로고를 넘어, 사업의 성공을 돕는 로고를 만들기 위해 자료 검색과 벤치마킹, 연구를 통해 설문폼을 만들었다.
비즈니스 개요, 로고를 접하는 주요 고객의 성별, 나이대, 로고 타입 등 로고 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기초 정보를 균일하게 수집하기 위함이다. 이는 로고 디자인의 근간이 됨으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스타트업 대표님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관련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단계이다.
1) 로고 디자인을 위한 정보 수집 (설문폼 활용)
2) 킥오프 인터뷰 1:1 (화상 or 대면)
3) 로고 디자인 초안 전달
4) 디자인 피드백 (대표↔디자이너) 및 지속적 수정
5) 로고 완성
6) 로고 사용 가이드 완성
7) 작업물 전달
이번 프로젝트는 위와 같은 7단계를 거쳐 안정적으로 진행되었다.
오며 가며 대표님과 뵐 일이 있어서 중간에 대면으로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덕분에 대표님이 원하는 시각적 이미지나 요구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빠르게 캐치할 수 있었다. 소통이란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게 좋다는 걸 체감한다.
단순한 로고 디자인을 제공해 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로고의 메인 컬러와 조합이 좋은 배색, 로고 목업 예시를 이미지로 제시하면 더 좋다.
이번 컴퍼니단감 대표님은 다행히 로고에 대해 매우 만족해 주셨다. 나도 아직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겸손한 가격을 제시했고, 가격 대비 큰 효용을 느끼셨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나도 다른 디자인 작업에 비해 재밌게 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스타트업 대표님의 창업 배경 및 기업의 철학을 들을 수 있고 내가 잘 모르는 사업 분야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며 성장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적인 식견과 더불어 대표님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도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