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개발자(DB) 부트캠프 커리큘럼 중, 흥미로운 아티클을 추천받았다. 바로「사업 아이디어 101」이다. 저자는 무려 101개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공유했고 포부를 밝히며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아이디어가 무려 101개? 그리고 그걸 공개적으로 공유하며, 팀원을 모집하는 방법이 있다고?
당연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팀빌딩까지 성공적으로 마치신 것을 글을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그 다음 얘기가 없어서 너무 궁금했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엄청난(?) 글을 쓸 생각을 한 걸까?', '지금은 어떻게 지내실까?' 등의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이러한 궁금증이 대표님께 커피챗을 신청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배워야 하는 입장인 내 상황에서 대표님은 흔쾌히 커피챗을 수락해 주셔서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됐다.
대표님과의 만남
우리는 메일로 약속 장소와 시간을 주고 받고, 스타벅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혹시나 기다리실까,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개인 볼일을 보고 있었다. 대표님은 정시 가까이에 도착했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사실, 나는 대표님이 좀 더 호전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분하셔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101개의 창업 아이디어로 팀원을 모집한 경험이 있다보니 활달하겠거니 지레 짐작했나보다.
이렇듯 의외로 차분함과는 또 상반된 부분은 미친듯한 추진력과 중꺽마였다. 대표님은 그만큼 열정적으로 끝까지 사업에 임했고, 부딪히더라도 다른 길로 돌아가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① 한 줄의 아이디어가 영화가 되는 곳 - 블록커스터
대표님의 첫 사업 아이템은 누구나 쉽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당시 대표님의 가까운 지인이 영화관계자라 초기 영화 시장 진입에 대한 어려움과 작가들이 겪고 있는 페인포인트에 대해 접근하기 쉬운 상황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시나리오'만 있다면, 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데모버전 영화 제작을 대행하여,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제대로 된 수요조사 없이 영화 제작에 돌입하면, 매우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되돌릴 수 없는 리스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위 아이디어로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어, 사업을 기획하고 수요 조사를 하는 도중 큰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다양한 이유들로 작가들이 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것이다.
1. 시나리오 작가 분들이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해 민감했다.
2. 시나리오 공유를 꺼려했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뺏긴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② 중장년 남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 미드시온
블록커스터 사업이 시장 검증에서 한계가 드러나자, 피봇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표님은 빠른 시장검증의 필요성을 여실히 깨닫고, '빠르게 시장검증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보자!'는 생각으로「사업 아이디어 101」을 쓰시게 됐다고 한다. (레슨런을 바로 적용하는 추진력... 멋있다)
포스팅을 통해 뛰어난 팀원을 섭외하고 여러가지 후보 중 중장년층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 플랫폼을 최종적으로 선정해 수요를 검증했다. (자세한 선정 과정은 링크 참조) 검증 과정은 쉽지 않은 이슈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순항이었고,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사에서 투자 미팅 제안이 들어오게 된다. 액셀러레이터는 연말까지 미션을 제시했고 (MAU 목표 달성, BM 구체화, 개발된 앱 보수 작업) 이 또한 성공적으로 달성하여 투자 미팅을 목전에 앞두고 있었다.
수요 검증도 완료됐고, 투자 유치의 기회도 열리고 모든 지표들이 긍정적이었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곤...
투자를 바로 앞에 두고, 팀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중장년층 남성 패션 플랫폼' 이란 아이템에 최소 3-7년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바칠 준비가 되어 있을까란 물음이었다. 투자가 시작되면 이제 미드시온은 팀원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히게 되고 책임감 또한 막중해지는데 자신들의 인생의 상당 부분을 이 사업에 거는게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사실, 대표님과 팀원 분 모두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가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애정이 있는 사람도 아니였다. 그저 철저히 시장검증과 수요를 기반으로 아이템을 선정한 것. 즉, 내적동기가 빠져있었다.
③ 그 이후...!
아쉽게도 미드시온은 또 하나의 교훈으로 남게 되고, 방문 인테리어 솔루션, 가구 제작 등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신 이야기와 또 다른 흥미진진한 게획들을 듣게 됐다. 진짜 창업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느낀게, 경험에서의 배움을 바로 적용하고 더 발전하시는 모습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외,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과 잡담도 나누며 대표님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느낌...! ㅎㅎ 2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고 온 느낌이다. 어쩌면 이건 영화 감상문 일지도.
Lesson Learn
1. 스타트업의 나누는 문화
대표님이 커피챗 요청에 수락하신 이유는 자신도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분들께 연락을 취한 경험이 있고, 때마다 대가없는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사실 이 커피챗에서 대표님이 귀한 시간을 내주어 감사했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거라곤 달랑 커피 한 잔 대접해 드린 것 밖엔 없다. 나 또한 누군가의 커피챗 대상이 될 정도의 역량이 갖추리라 다짐한다.
2. 시장 검증은 최대한 빨리 하자
프리토타이핑을 배우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탁상공론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논리와 가설이 갖춰지만 가능한한 빠르게 시장검증을 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다시 느낀다.
3. 내적 동기가 확실한 사업인지 검토해 보자.
대표님의 사례를 통해, 사업 영역이 내가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영역인지에 대한 자아정체성 기반 물음이 필요하다는 것. 내가 아니라면, 적어도 코파운더는 이 점이 일치해야 후에 위임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4. 실패도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대표님의 글 「사업 아이디어 101」은 초기 아이디어 검증 및 팀빌딩의 우수 사례로 바이럴 되고 있는 만큼, 무언가의 과정에 대한 글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될 수 있고, 실패에 대한 레슨런을 공유하는 것 또한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는 것을 글을 정리하며 느낀다.
창업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득과 실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 나는 대표님께 받은 이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리스크와 시간 투자를 감수하더라도 나의 과정도 글로 남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