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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Nov 16. 2019

체험단으로 MZ를 경험시켜라

체험단 마케팅으로 우리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방법

#프롤로그 : 음원보다 앨범

필자가 박진영을 딴따라 가수를 넘어 본인만의 철학이 있는 경영인으로 다시 보게 된 계기가 'JYP 2.0'이다. ‘JYP 2.0’이란 작년에 맥쿼리 증권에서 주관한 ‘2018 맥쿼리 이머징 인더스트리스 서밋’에서 박진영이 ‘JYP 엔터테인먼트’의 향후 비전에 대해 발표한 내용을 말한다. 


발표가 끝나고 청중 한 명이 박진영에게 엔터테인먼트 社는 성과를 어떤 지표로 보고 측정하는지를 물었고, 박진영은 앨범 판매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언뜻 디지털 시대이기에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음원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박진영은 음원보다 앨범 판매량이 더 유의미하다고 답했다. 그 말인즉슨 음원이란 가수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정말 노래가 좋아서 구매할 수 있다. 아니면 당시의 관심사나 화제성에 의해 구매할 수도 있다. 즉, ‘호감’이나 ‘충성’이 아닌 ‘단기적인 관심’에 의한 구매다. 그러나 앨범은 다르다. 정말 가수를 좋아하는 팬만이 앨범을 구매한다. 무엇보다 앨범을 구매한 팬은 재구매, 중복구매나 공연, 머천다이징(연예인 관련 상품)의 부가 수입 등 지속적인 매출 창출에 기여한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1년 만에 5배 이상 끌어올린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트와이스가 이 앨범 판매량이 무척 높다고 한다.


‘JYP 2.0’ 영상 보러 가기 : https://youtu.be/08257W8sdNs



#브랜드에도 앨범을 사줄 팬이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엔터테이너를 소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케팅과 일맥상통하다. 음원보다 앨범을 구매하는 지표로 자신들의 성과를 바라봐야 한다는 박진영의 말처럼,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라면 ‘관심’보다 ‘호감’, ‘일반고객’보다 ‘충성고객(팬)’을 더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80대20의 원칙으로도 유명한 ‘파레토 법칙’은 충성고객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법칙이다. 제품 구매자의 5분의 1이 전체 판매량의 5분의 4를 차지한다는 내용으로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정리한 경험적 법칙이다. 요즘에는 ‘2-20-80’이라는 말도 있다. 브랜드 전체 고객의 2%에 달하는 충성고객이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비율은 20%에 육박하고, 이들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추천함으로써 발생하는 매출은 80%에 육박한다는 의미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재구매도 재구매지만, 구전효과를 더 주목해야 한다. 충성고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제품을 자랑하고 조언하고 추천한다. 사실, 옆의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추천하면 나 역시도 관심이 가고 동요되기 마련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군중심리’라고 말하는데 군중 속에서는 사람들이 쉽게 동질화되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인간이 얼마나 동요가 잘 되는 동물인지는 역사에서도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공산주의 국가가 하나둘 무너지던 시기에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민중이 동요하지 않도록 달래기 위해 부쿠레슈티 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국민이 모두 자신의 연설을 들을 수 있도록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도록 지시했다. 광장에서 차우셰스쿠의 연설이 시작되었고 군중이 경청하던 순간, 갑자기 겁 없는 한 사람이 야유를 보냈고 또 한 사람이 야유를 보냈다. 삽시간에 광장은 야유로 요동쳤고 차우셰스쿠에 대한 불만은 루마니아 전역으로 옮아 차우셰스쿠를 권력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차우셰스쿠를 권력에서 내려오게 한 장본인은 최초로 야유를 했던 사람, 그리고 그다음 사람들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인간은 누군가를 신경 쓰고 그것을 따라하게 되는, 동요되기 쉬운 동물이다. 이처럼 우리 매장에 사람들이 줄을 서게 하고 싶다면, 우선 3명 정도 맨 앞에서 줄을 서게 할 단골(충성고객)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브랜드 간 경쟁이 심해 제품력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다수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것이 영리한 행동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소수라도 브랜드의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한 마케팅이지 않을까? 



#앨범을 사줄 충성고객을 만들고 싶다면, '긍정적인 직접 경험'을 유도하라

그렇다면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 핵심은 '직접 경험’이다. ‘직접 경험’을 넘어 ‘긍정적인 직접 경험’이다. 브랜드의 마케터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경험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정교한 경험 설계다. 음식을 먹더라도 분위기나 장소, 먹는 방식, 점원의 태도 등에 따라 맛에 대한 호감은 충분히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경험하는 순간순간마다 브랜드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제품에 대한 호감은 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설계를 잘한다면, 긍정적으로 경험한 소비자(경험자) 2%가 80%의 소비자를 데려올지도 모른다. 


정리해보면, 불특정 다수에게 무턱대고 알리는 것보다 소수에게 ‘긍정적인 직접 경험’을 유도하여 ‘충성고객’이 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진정성이 전해지는 ‘정교한 경험 설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잘 유도하기에 매우 적절한 마케팅 방법론이 있다.


바로 ‘체험단’이다. 




#일종의 거래 같은 기존의 체험단 마케팅

체험단이란 일반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직접 사용해본 후 후기나 피드백을 생성하고 홍보의 역할도 겸하기 위해 기업이 운영하는 집단으로 지역매장 방문형, 제품 배송형, 기자단, 서포터즈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쉽게, 기업이 일반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는 대신, 긍정적인 후기를 받는 개념이다. 기업에서 진행하는 체험단의 목적은 긍정적인 후기 생성을 통한 검색장악(네이버 외에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등)이다. 후기 생성이 목적이다 보니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고 후기라는 대가를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일종의 거래처럼 느껴진다. (체험단 중에서 후기를 강제하지 않고 제품의 경험만 유도하는 체험단도 있지만, 대다수는 후기를 유도한다) 이러한 형태는 진정으로 제품을 긍정적으로 경험하여 작성하는 후기가 아닌, 대가에 의한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대가를 받고 쓴 체험단의 후기를 똑똑한 소비자가 신뢰할까?



#매력적인 체험단 마케팅

체험단을 잘 활용하여 ‘긍정적인 직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성공하고 ‘마케팅적 이슈’를 만들었던 체험단 마케팅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체험단에 ‘정교한 설계’와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체험단으로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는 상당히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A. 견주(犬主)를 향한 진정성 있는 설계 - 퓨리나 원 '30 Day Challenge'

제품을 사용하여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만큼 긍정적인 경험도 없을 것이다. 강아지 사료 브랜드 ‘퓨리나 원(Purnia One)’은 30일 동안 자사의 제품을 강아지가 섭취하고 30일 동안의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는 체험단 캠페인 ’30 Day Challenge’를 통해 견주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체험단 신청 사이트에서 강아지의 나이, 건강 상황을 기입한 견주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0일간 체험이 가능한 양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리고 30일 동안 섭취하는 과정에서 강아지의 식욕, 외형 등의 건강상 변화를 사이트에 측정, 기록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강아지의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견주들의 입장에서 내 강아지의 건강상 변화를 기록하라는 조건은 후기작성 같은 일종의 거래처럼 느껴지는 조건이 아닌, 내 강아지의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되는 진정성 있는 조건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체험단 견주들은 매일매일 강아지의 건강상 변화를 착실히 기록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다수의 강아가 퓨리나 원을 먹고 더 건강해졌다는 점이다. 치아부터 윤기 나는 털, 높은 소화율 등 견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들이 30일 이내에 이루어졌다. 견주의 입장에서 자신의 강아지가 건강해지는 변화를 보게 되는 것만큼 ‘긍정적인 직접 경험’도 없을 것이다. 


‘퓨리나 원’의 ‘30 Day Challenge’ 체험단 캠페인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시즌7까지 진행될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현재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퓨리나 원’만의 시그니처 캠페인이다.



B. 단, 한 명의 체험단 -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 ‘세계 최고의 직업’

체험단이라고 다수의 인원을 뽑을 필요는 없다. 단 한 명의 체험단이라도 누구나 되고 싶은 체험단이라면, 그 마케팅적 효과는 상당하다. 



2009년 호주 퀸즈랜드주 관광청은 세계 최고 럭셔리 리조트에서 열리는 ‘꿈의 직업 아일랜드 케어테이커(island caretaker)를 잡아라’라는 세계 최고의 직업을 구한다는 체험단 캠페인을 진행했다. 우승자 한 명에게는 세계 8대 자연유산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 있는 해밀턴 아일랜드에서 6개월간 1억 4000만 원을 받으며 섬 관리인(island caretaker)으로 채용될 권리가 주어졌다. 섬 관리인의 주요 업무는 수영장 청소, 우편물 수거, 물고기 먹이 주기나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블로그나 포토 다이어리로 보고하는 업무인데 블로그나 포토 다이어리 작성을 위해 고급 스파를 받고 스노클링을 하는 등 럭셔리 서비스를 즐겨야 했다. 6개월에 1억 4천만 원을 받는데 업무마저 휴양에 가까웠다. 급여 외에도 왕복 항공료나 최첨단 시설을 갖춘 숙소 등이 제공된다. 심지어 본인 이외에 가족이나 친구 중 1명을 동반할 수도 있다. 단기 취업을 빙자한, 6개월간의 인생역전 여행이었다.



체험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3만 명 이상이 지원했고 1,100번 이상의 TV 노출 등 200여 개국에 30억 명에게 노출되는 등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세계 최고의 직업을 가지게 된 행운아는 ‘벤 사우설’이라는 영국인 청년이었는데 그가 일하는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올린 일지만 60여 편이었으며 2,000여 장의 사진을 올렸고 미국 인기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했다. 퀸즈랜드의 아름다움을 세계 곳곳에 알린 것이다. 6개월 동안 일한 후에도 퀸즈랜드 관광청의 홍보대사가 되어 퀸즈랜드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 곳곳에 알렸다. 한 명의 체험단이라도 홍보 효과, 영향력은 수백, 수천 명 못지않았다.


퀸즈랜드 관광청은 이 캠페인을 통해 퀸즈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주요 관광지로 부각할 수 있었다. 평범한 체험단보다 퀸즈랜드 관광청처럼 독특하고 흥미로운 체험단으로 마케팅을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에필로그 : 체험단에 아이디어와 정성을 더하라

무조건 경험시키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얼마나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얼마나 잘 기획하고 구성하고 노력해서,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드느냐는 오롯이 마케터의 몫이다.


지금까지 체험단을 마케팅 툴 중의 하나로, 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이제 체험단에 좀 더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틀에 박힌 형태의 체험단에서 조금만 아이디어를 더하여 체험단을 흥미로운 캠페인(색다른 프로모션)화시키고 정교하게 경험을 설계한다면 체험단도 꽤 매력적인 마케팅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앨범을 사줄 팬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체험단 마케팅을 얕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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