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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Sep 27. 2020

관심을 만드는 관점, 시의적절한 관점을 제시하라

가족을 바라보는 시의적절한 관점, 카니발 CASE STUDY

*2020년 9월 24일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프롤로그)


동일한 현상을 보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관점의 전환은 항상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멀게는지구가 아닌 태양을 기준으로 천체를 바라본 ‘코페르니쿠스’부터 좀 더 가깝게는 평범한 소변기에 샘이란 이름을 붙였던 ‘마르셀 뒤샹’까지 새로운 관점은 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사람은 기존 관습이나 관념을 지키고자 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 당연했던 것을 바꾸자는 관점의 제안은 그만큼 대중의 날 선 도전을 받기 쉽다. 그래서 소비자와 조심스럽게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관점이라도 뒤샹처럼 두 보 앞선 관점보다는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KCC 스위첸 광고 中


대중의 기억 속에 자리잡은 광고들은 시의적절한 관점을 제시했던 광고들이다. 아파트 시장이 화려함에 치중할 때 아파트의 본질을 진심으로 해석한 대림건설의 ‘진심이 짓는다’나 낯설지만 공감이 되고 나중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관점 정도가 브랜드가 광고를 통해 제시해야 할 관점의 기준으로 적당하다. 최근에는 KCC 스위첸이 시의적절한 관점이 담긴 광고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위첸의 ‘문명의 충돌’ 광고에서는 결혼한 신혼부부의 모습을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충돌한다고 해석하여 대중의 공감을 유도하였는데, 서로 다른 취향의 합이 바로 가족이라는 인사이트가 담겨있다. 


tvN 예능 - 따로 또 같이


요즘 가족의 모습은 과거 가족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과거 가족이 구성원 각자 전통적 역할에 충실하며 가족이란 이름으로 화목하게 뭉쳤다면, 요즘 ‘밀레니얼 패밀리’는 구성원 각자의 생각과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한다. 그래서 과거 집의 중심이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거실이었다면, 요즘 가족에게는 거실만큼 서로의 방도 중요하다. 각자의 취미를 즐길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취존’ 문화가 가족에게도 전이된 모양새다.


카니발 XYZ 세대 연결 광고 中


‘국민 패밀리카’로 불리는 기아자동차 카니발의 최근 캠페인은 이러한 가족의 변화를 잘 조명했다. 카니발은 가족 구성원을 아빠, 엄마, 아이가 아닌 X세대(아빠), Y세대(엄마), Z세대(아이)로 해석하고 ‘세대 연결 기술’이라는 캠페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프리런칭 광고에서는 Z세대 자녀가 화자로 등장하여 “90년대 신세대 X가 밀레니얼 세대인 Y를 만나 최초의 디지털 인류인 나 Z가 태어났다”라는 나레이션으로 가족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알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에는 서로의 취향이 너무 다르다는 공감 요소를 정확히 짚었다. 


카니발 XYZ 세대 연결 광고 中

사실, 세대 갈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집단은 가족이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 사는 가족 간에는 하루에도 수 차례 세대 차이로 갈등이 발생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집 안에서 발생하는 세대 갈등은 유래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더군다나 백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가족 간 세대 공존이 더 중요해진 시점에서 세대 연결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다.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뉴트로’도 세대 연결의 중요성을 짐작케 해준다. MBC 인기예능 ‘놀면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유재석, 이효리, 비)’가 90년대 감수성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대중의 관심을 싹쓸이하고 ‘진로이즈백’이나 ‘오비라거’ 등의 뉴트로 감성을 담은 제품에 소비자가 열광하는 이유는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뉴트로 콘텐츠를 통해 기성 세대는 과거의 향수를 추억하고 신세대는 처음 경험해보는 생경함에 끌리면서 어느새 콘텐츠로 세대가 연결된다. 각 세대를 잘 해석한 콘텐츠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가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시의적절한 콘텐츠다.


카니발 광고 캠페인은 가족을 세대로 해석하고 더 나아가 연결의 가치를 조명했다. 런칭 광고 음악편은 90년대 인기 드라마 ‘질투’의 OST를 듣고 싶어하는 X세대 아빠와 자이언티(Zion.T)를 좋아하는 Y세대 엄마의 선곡 갈등을 Z세대 딸이 자이언티가 부른 ‘질투’를 선곡하며 해결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자이언티가 부른 ‘질투’는 음원으로도 출시되었는데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곡이다. 또한 KBS2 인기예능 ‘편스토랑’과 콜라보를 통해 ‘XYZ 세대 연결 음식’이라는 주제로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선보였다. 음악, 음식 등 세대 연결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적 접근은 서로 간의 소통이 절실한 X, Y, Z 세대에게 연결의 가치를 되뇌이게 하는 적절한 수단이었다. 


에필로그)

브랜드의 관점이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그 브랜드는 한층 젊어지기 마련이다. 자칫 진부한 패밀리카로 머무를 수 있었던 카니발이 세대 연결 캠페인을 통해 한층 젊고 세련된 브랜드로 인식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낯설지만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말처럼 여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항상 브랜드는 우리의 관점이 시의적절한 관점인지 고민해야 하며, 혹여나 비호감을 만드는 꼰대의 관점이 아닐 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필자 또한 당연함의 틀에 만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의 날을 살펴볼 심산이다. 이 세상에 젊어지기 싫은 브랜드, 젊어지기 싫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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