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오버랩되는 '쿠팡 플레이'
경쟁이 심한 OTT 시장에 출사표를 낸 쿠팡
국내 영상 콘텐츠 구독(OTT) 시장의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전세계를 콘텐츠로 주름잡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지상파와 SKT가 힘을 합쳐 만든 '웨이브', CJ의 '티빙', 굴지의 대기업 사이에서 외로이 투쟁하고 있는 '왓챠'까지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지는 다양하다. 여기에 미국 시장을 점령 중인 '디즈니 플러스'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애플의 '애플티비플러스'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을 진출할 것이기 때문에 OTT발 콘텐츠 플랫폼 전쟁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쿠팡 플레이'라는 OTT 서비스를 런칭했다. 월 2,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을 들고 등장했는데 쿠팡의 와우 멤버십(월 2,9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무료 로켓 배송, 신선식품 새벽배송, 30일 내 무료반품 등의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월 구독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기존 회원이라면 추가비용 없이 이용가능한 서비스다. 반대로 쿠팡 플레이 신규 가입자는 월 2,900원에 덤으로 로켓 배송 등의 서비스를 덤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동영상 구독 서비스의 만남이라,,
아마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마존의 전략과 유사하다
'아마존'은 2007년부터 아마존 프라임 회원(월 12.99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하면 무료 2일 배송, 회원만을 위한 핫딜, 킨들 도서관, 클라우드 사진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 구독 멤버십)을 대상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무료로 제공해왔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미국 OTT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순항 중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오리지널 드라마 '더 맨 인 더 하이 캐슬'의 첫 번째 시즌은 미국에서 8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프라임 비디오 시청을 위해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고 아마존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역 유입' 현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청자 중 500만명 이상이 아마존 프라임으로 유입되었다고 분석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도 2016년 한 콘퍼런스에서 “아마존 프라임에서 비디오를 구독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고 구독기간이 끝났을 때 갱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자신들의 서비스에 소비자를 락인(Lock-in)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와 이커머스를 묶는 시도가
충분히 파괴적이라는 것을 한국형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놓칠리 없다.
쿠팡이 '쿠팡 플레이'를 런칭한 이유
1. 사용자 락인 강화
쿠팡이 쿠팡 플레이를 런칭한 이유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 중 가장 핵심은 아마존처럼 서비스 락인을 위한 요소로 쿠팡 플레이를 활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기존 쿠팡 와우 멤버십의 핵심 락인 요소는 '로켓 배송'이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이미 고유 명사로 느껴질 정도로 국내 소비자가 애용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배송 서비스는 나날이 그 경쟁이 심화되어 로켓 배송의 혜택이 예전치 못하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아마존의 2일 내 무료 배송 서비스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영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제시한 2일 내 무료 배송 서비스는 혁신이다. 아마존은 2일 내 배송을 위해 미 전역 각지에 물류창고를 건설했고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물류 공룡 '신세계'나 신흥 강자 '마켓 컬리' 등의 등장으로 과거처럼 로켓 배송의 빠른 배송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을 새벽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도 타 이커머스 업체와 차별화되는 서비스는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 플레이'는 타 이커머스 업체와는 차별화된 쿠팡 만의 혜택이 될 수 있다. 쉽게 현재까지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는 없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콘텐츠'라는 두 가지의 핵심 서비스를 기반으로 쿠팡에 대한 소비자 락인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2. MZ세대 타겟팅
더군다나 기존 쿠팡의 주 이용층은 30대 여성이기 때문에, 쿠팡 입장에서 콘텐츠 소비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세대이자 향후 핵심 소비층이 될 MZ세대를 자사 서비스의 충성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것이며, 이 지점에서 '쿠팡 플레이'의 역할은 꽤 중요해 보인다.
3. 이커머스와 콘텐츠의 시너지 창출
또한 쇼핑과 콘텐츠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기대했을 것이다. 콘텐츠 속 다양한 아이템을 바로 쇼핑할 수 있도록 연결시키는 구상은 누구나 쉽게 접근가능한 구상이며, 쿠팡이 마음만 먹는다면 쇼핑과 콘텐츠를 접목시킨 신규 비즈니스 창출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쿠팡 플레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쿠팡 플레이는 타 OTT 서비스와는 특수하게 해석해야 한다. 기존 OTT 서비스가 콘텐츠의 양과 질, 그리고 소비자 경험(큐레이션)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면, '쿠팡 플레이'는 기존 쿠팡의 로켓배송, 로켓프래시 등의 서비스도 '쿠팡 플레이'의 혜택 중 하나로 해석해야하기 때문에 선택 기준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단순히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같은 기존 OTT 문법을 따라야 한다고 조언하기 어렵다. 오히려 꽤 쉽게 이용자를 확보해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존 로켓와우 멤버십 회원이라면 추가 비용 없이 이용가능하게 한 점이나 2,900원이라는 경쟁사 대비 획기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경제성을 핵심 가치로 쿠팡의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며 급격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쿠팡이 염두해야 할 포인트는 이용자 확보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쿠팡은 국내 고객들에게 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식되어 왔다. 설립 10년 만에 기존 이커머스 공룡들을 무찌르고 이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더군다나 로켓 배송으로 대표되는 쿠팡의 핵심 가치는 '고객 경험'에서 나온다. 분명 국내 고객들은 '쿠팡 플레이'에 일반 기업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할 것이다. 그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로 전개된다면, 타 OTT 서비스와 차별점 없는 그저그런 서비스가 되어버린다면 쿠팡의 긍정적 고객 경험에 균열이 생길지도 모른다. '긍정적 호감'을 줬던 누군가가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면 그 실망은 더 큰 법인만큼, 현 디지털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OTT 서비스를 런칭한 쿠팡에게 '쿠팡 플레이'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쿠팡이 과연 어떤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할 지,
아니면 콘텐츠 외에 다른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시할 지,
'쿠팡 플레이'의 넥스트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