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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Oct 27. 2020

무신사는 맞고 임블리는 틀리다

같은 실수라도 위기 대응 방식에 따라 첨예하게 갈린 결과


같은 실수라도 위기 대응 방식에 따라 그 결과는 첨예하게 엇갈리기 마련이다. 특히나 브랜드의 진정성에 민감한 M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실수에 대한 대응은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가를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실수를 저지르다

2019년 당시, MZ세대에게 가장 잘나가던 패션 전문 온라인 쇼핑몰 두 곳이 있었다. 이 두 곳은 각각 논란을 부를만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한 곳은 MZ세대의 특성에 맞춰 잘 대처하였고 한 곳은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대처를 했다. 이후 1년 만에 한 곳은 열 번 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 스타트업이 상장도 하기 전에 기업 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것은 마치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의미)이 되었고 한 곳은 적자로 전환하며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바로 ‘무신사’와 ‘임블리’의 이야기다.


#무신사의 진정성있는 대처

실수의 개요는 이렇다. 우선 무신사부터 소개하면, 무신사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부조리함을 상징하는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말을 패러디해 ‘속건성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로 카드뉴스 형식의 양말 광고를 자사 SNS 광고에 내보냈다. 박종철 열사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하다 숨지자 경찰이 사인을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발표한 내용을 자사 광고에 사용한 것인데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을 희화화한 것이다. 



그런데 커질 줄 알았던 논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무신사가 진정성있는 사과와 대처를 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누그러뜨린 것이다. 무신사는 다음날 바로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담당자를 징계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콘텐츠 제작 담당자부터 편집 담당자 등을 포함하여 무신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역사교육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공식 사과하고 후원금을 내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겨 사과문을 올린 지 9일 만에 사업회를 찾아갔으며, 전문 강사를 초빙해 역사교육도 진행했다. MZ세대는 솔직하고 진정성있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솔직하게 사과하고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는 브랜드는 용서한다. 무신사가 딱 그러했고  ‘임블리’는 그러하지 못했다.


#브랜드의 몰락을 가져온 임블리의 대처

‘임블리’는 국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일반인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유튜브, 아프리카TV)나 SNS(인스타그램) 등에서 다수의 구독자(팔로어)를 보유하며 연예인 못지 않은 저명성을 쌓은 유명인을 지칭)를 대표하던 인물 임지현 상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기를 모으면서 성장한 쇼핑몰이다. 처음에는 의류로 시작하여 샤워기 필터, 유아용 매트, 호박즙까지 판매했다. 임블리 측은 자신들만의 자체 생산 공정을 통해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왔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호박씨까지 추출한 리얼 호박즙’을 구매한 한 소비자가 자신의 SNS에 호박즙 스파우트 파우치 빨대 입구에 이물질이 묻은 사진을 올린 후 “호박즙에 곰팡이가 생겼고 게시판에 문의한 결과 환불은 어려우며 그동안 먹은 것에 대해선 확인이 불가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수량 한 개만 교환을 해주겠다고 했다. 너무 어이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때의 대응이 임블리 브랜드의 몰락을 가져온 출발점이었다. 



SNS를 통해 점차 논란이 되었고 임블리 측은 곰팡이 문제로 문의가 잇따르자 공식 SNS 계정이 아닌 임지현 상무의 계정을 통해 "호박즙 파우치 입구를 기계가 잠그는 과정에서 덜 잠기는 경우가 수십만 건 중 한두 건 정도 생기는 오류가 있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경우가 지금까지 생산하면서 2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고객들이 평소 임블리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임지현 상무 SNS 계정에 올리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악수를 두었다. 불리해지자 소통을 아예 막아버리는,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진정성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이후로도 임블리 측은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제품과 이름만 다르고 제조방식은 같은 동일한 제품을 자사 쇼핑몰에서 여전히 판매하던 와중 또 다른 추가 피해자가 등장했다. 결국 뒤늦게 판매 기간 및 이상 여부와 상관없이 제품 전량을 환불하겠다고 공지하고 유튜브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과했지만, MZ세대에게 이미 신뢰를 잃은 후였다. ‘호박즙 논란’ 이후 임블리는 끝없는 추락을 했고 한 때 1천억 원에 육박했던 매출이 반토막이 나버렸다. MZ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잘 모르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성을 갖추어라

MZ세대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튜버를 구독할 때도 인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이 남양유업을 싫어하고 매일유업을 좋아하는 것도 진정성에 기인한다. 향후 마케팅의 핵심은 진정성이며, 진정성있는 행동을 통해 고객과 관계를 형성하는 브랜드가 MZ세대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만약, 임블리 마케터가 M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진정성’이라는 요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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